간이식 수술, 우리가 하면 성공률 99%

간(肝) 수술 분야 ‘한국 최고 의사’ 선정에는 전국 26개 대학병원 40명의 간 수술 전문 교수들이 참여해 1인당 5명씩을 추천했다. 추천에서 본인 및 본인이 속한 병원·의료원 소속 의사는 제외됐다.

간 수술 전문 교수 2명 이상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간 수술 분야 한국최고의사에 오른 전문의는 모두 20명이었다. 이 가운데 김동구(강남성모병원), 서경석(서울대병원), 왕희정(아주대병원), 이건욱(서울대병원), 이승규(서울아산병원), 조재원(삼성서울병원) 교수 등 6명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가나다순)

병원 별로는 삼성서울병원 4명, 서울대병원 3명, 서울아산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각 2명 등 모두 13개 대학병원 교수들이 명단에 올랐으며, 20명 모두 대학병원 소속이었다. 대학병원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고도의 전문성과 팀워크가 필요한 간 이식 수술팀을 운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간수술 분야 지역최고의사에는 대전·충청지역 최인석(건양대병원) 교수, 대구·경북지역 김홍진(영남대병원)·황윤진(경북대병원) 교수, 부산·경남지역 김영훈(동아대병원)·최영길(부산백병원) 교수, 광주·전남지역 김성환(조선대병원)·조철균(전남대병원) 교수, 전북지역 조백환(전북대병원)·채권묵(원광대병원) 교수가 각각 선정됐다.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의 간을 기증받아 수술하는 것과 달리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절제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간을 기증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0.3~2%에 이른다. 그러나 이 교수팀은 기증자가 사망한 적이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이 교수는 1999년 간 우엽(右葉)을 효과적으로 이식하는 ‘변형 우엽 이식술’을, 이듬해엔 2명의 성인에게서 간 일부를 떼어내 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2대1 생체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그 동안 집도한 간이식 수술 중 96%가 성공해서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세계적 명문 간이식 센터의 수술 성공률 80%대를 넘어서고 있다.

김동구 교수는 2002년 장기를 이식받는 환자에게 미리 조혈모세포를 이식, 면역체계를 장기 제공자와 같게 바꾼 다음 간을 이식하는 수술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 수술법은 장기 이식 후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혈액암을 앓고 있지 않은 환자는 멀쩡한 골수를 이식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이식 기술도 발달하지 않아 보통의 간 이식 환자에겐 시행되지 않고 있다.

김 교수가 이끄는 강남성모병원 수술팀은 310회의 간이식수술에 성공했으며, 관련 논문 5편을 세계 유수의 의학학회지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현재 면역거부반응을 줄이는 효과적인 간이식 수술을 위해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왕희정 교수는 1994년 아주대병원 개원과 함께 간외과를 맡아 현재까지 1500여건의 간암 절제 수술을 집도했다. 왕 교수팀의 간 절제술 사망률은 0.5% 이하를 기록하고 있고, 제4기 간암 환자의 수술후 5년 생존율은 18.8%다.

1995년부터 뇌사자 간이식, 지난해부터는 생체 간이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96%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왕교수팀은 현재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연 50회 이상의 간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왕 교수는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회진을 돌며, 평일 진료가 힘든 환자들을 위해 토요일 오전 진료도 시행하고 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대한간암연구회 간암등록사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999~2004년에는 간암취급규약 제정위원으로 참여해 원발성간암취급규약집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서경석 교수는 1998년 국내 최초로 한 명의 뇌사자에게서 적출한 간을 두 명의 환자에게 나눠 이식하는 ‘분할 간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2001년에는 환자의 간 일부만을 절제하고 그 자리에 타인의 간 일부를 붙이는 새로운 간 이식 방법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간은 혈액과 혈관으로 가득 차 있는 장기다. 따라서 정확한 절제를 하지 않을 경우 대량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출혈에 따른 수혈은 간암의 재발에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서 교수팀은 수술 중 초음파 영상기기를 사용해 간의 각 구역으로 가는 혈관을 미리 묶거나 조이는 방식으로 출혈을 최소화했다. 이에 따라 서 교수팀은 간 기능이 정상인 환자의 경우 대부분 수혈 없이 수술하고 있다.

서 교수는 최근까지 15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발표했으며, 현재 간암 치료에 있어서 간 절제술과 고주파요법의 비교연구에 책임연구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건욱 교수는 1988년 김수태 교수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간 이식에 성공했다. 1998년 기증받은 간 하나를 2명에게 이식하는 분할 간이식에 성공했고, 같은해 간기능을 상실한 환자에게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한 ‘부분 보조 간이식’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서울대병원 간이식 팀장인 이 교수는 지금까지 2000회 이상 간암 수술을 집도했으며, 2005년에는 심장까지 전이된 말기 간암 절제수술도 시행했다. 서울대병원 간 이식팀의 5년 생존율은 70%며, 2003년 이후 생체 간이식 사망률은 0%를 기록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간담췌학회장, 대한소화기학회장, 한국간암연구회장을 역임했으며, 국내외 유명 학술지에 간암·간이식 등에 대한 논문 300여편을 발표했다.

조재원 교수는 매달 35건 정도의 간암·간이식 수술을 집도한다. 보통 한나절 이상 걸리는 간분야 수술을 하루에 한 건 이상 하는 셈이다.
조 교수는 1992~1994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몽고메리 교수에게 장기이식을 배웠다.

그러나 2005년에는 상황이 반대가 됐다. 스승이었던 몽고메리 교수가 한국을 방문, 조 교수에게 간이식 수술을 배워간 것이다. 조 교수는 이밖에 베트남, 이집트 등 개발도상국을 방문해 간이식 수술 기술을 해줄 뿐 아니라 해당국 의료진들을 삼성서울병원으로 초청해 간이식을 직접 지도하기도 한다.

조 교수가 이끄는 삼성서울병원 간이식팀은 1996년 5월부터 최근까지 10년간 561회의 간이식수술을 시행했다. 1996년 첫 간이식 수술은 국내 병원 중 개원 후 최단기간(1년6개월) 성공으로 기록됐다.

/최현묵기자seanc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