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발견땐 완치 가능 …늦으면 합병증 심각<br>
헬스조선·경희대병원 말단비대증 무료 검진
피노키오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 성장호르몬 과다분비로 코와 손·발이 커지고 얼굴모양이 바뀌는 말단비대증(거인증) 환자가 그들이다. 육군 원사로 재직중인 윤종보(46)씨는 대인기피증 때문에 한때 전역까지 결심했다. 그는 “턱과 이마가 툭 튀어나와 마치 괴물같이 변했고 혀까지 굵어져 발음도 힘들었다”며 “바뀐 모습 때문에 낯선 사람들이 있는 곳은 피하게 됐고, 나중엔 친구들과 연락도 끊겼다”고 말했다. 말단비대증은 대뇌 아래에 있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성장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키는 희귀질환이다. 성장기에 발병하면 키가 커지는 ‘거인증’이 되고, 성인기에 발병하면 키는 자라지 않고 말단 부위가 커지는 말단비대증이 된다.
군의관으로부터 말단비대증 진단을 받은 윤씨는 1998년 2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지름 1㎝ 정도의 종양 가운데 절반만 제거된 것. 종양을 제거하다 자칫 뇌하수체 바로 옆을 지나는 경동맥·경정맥을 건드릴 위험 때문이었다. 윤씨는 수술 후 6년째 매달 한 번씩 성장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주사제로 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 때 얻은 빚 때문에 전역까지 미뤘지만, 매달 25만원씩 드는 약값 때문에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말단비대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하다. 하지만 환자들 대부분은 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온 뒤에야 병을 알게 된다. 신체적 변화가 아주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종양의 크기가 1㎝ 이상으로 커진 경우가 많아 완전한 치료는 불가능해진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직 교수는 “초기엔 오히려 성장호르몬의 분비로 활력이 솟을 뿐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 당뇨나 고혈압 진단을 받은 뒤에야 자신의 병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말단비대증 치료는 우선 외과적으로 종양을 절제하는 수술이 필수다. 대개 코를 통해 구멍을 뚫어 뇌하수체의 종양을 제거하는 ‘경저평동 절제술’이 많이 쓰인다. 다만 경정맥과 경동맥이 뇌하수체 바로 옆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숙련된 수술기술이 없으면 자칫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수술로 완전 제거가 되지 않았을 때 사용하는 것이 방사선으로 종양을 태워 없애는 감마나이프 시술이다. 감마나이프는 치료에 2~4년이 걸려 약물치료와 병행한다.
약물 치료는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 종양이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경우에도 한 달에 한번 주사제만 꾸준히 맞아도 합병증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치료 중단 시 종양이 다시 자라는 단점이 있고, 뇌하수체 종양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3000명 정도의 말단비대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는 “그러나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3분의 1 정도인 1000여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2000여명은 자신이 말단비대증인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며 “치명적인 합병증 예방을 위해선 조기발견과 치료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헬스조선과 경희대병원은 자신의 병을 모른 채 심각한 합병증을 키워가고 있는 말단비대증 환자들을 위해 연중 무료검진을 실시한다. 말단비대증이 의심되는 사람들은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에 신청하면 오늘부터 12월 31일까지 모두 혈액검사를 통해 말단비대증 여부를 진단 받을 수 있다. 신청 및 문의 (02)958-8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