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버지니아에서 열린 햄 비스킷 먹기 대회에서 45㎏의 갸냘픈 재미동포 여성 이선경씨(38)가 무려 60개를 먹어치우며 우승을 해서 화제가 됐다. 그녀는 이 대회에 참가한 거구의 남성 등 11명의 경쟁자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지금껏 40여개 먹기대회에 출전해 그 중 30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녀는 10분 만에 햄버거 수십개를 해치우는 것쯤은 식은죽 먹기라고 한다.
45㎏에 불과한 이씨의 위는 도대체 얼마나 클까?
실제로 이씨의 위가 얼마나 큰지는 모른다. 의사들은 위가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는데, 이씨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로 남들보다 ‘위적응’이 뛰어난 경우라고 설명한다.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는 “보통 굶었을 때의 위 크기가 82cc정도인데 비해, 한 끼 식사를 할 경우 500cc정도까지 늘어난다”며 “우리 몸의 적응력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의식적인 노력을 한다면 복강의 한계 내에서 얼마든지 위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위대(胃大)함’의 비밀은 평소 생활습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씨의 직업은 햄버거 가게(버거킹)의 매니저. 업무 성격상 워낙 바빠서 하루에 한끼를 충분히 먹는 것이 습관화됐다. 미국으로 이주한 1997년 이후 8~9년간 이같은 식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선천성을 강조하는 의사들도 있다.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듯, 신이 내린 ‘먹보’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윤병철 교수는 “아무리 연습을 통해서 가능하다지만 누구나 되는 일은 아니다”며 “위장 속에 풍선을 넣어서 얼마만큼 늘어날 수 있는지를 측정해 보는 방법이 있는데 이씨가 이 검사를 받는다면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대(胃大)함이 선천적이든 아니든간에 의학적으로 폭식을 일삼는 것은 건강에 이로울 것이 없다.
첫째, 먹은 음식물이 거꾸로 식도로 올라가게 되면서 위식도역류질환이 생길 수 있다. 만일 먹은 음식을 도저히 참지 못해 의식적으로 구토를 한다면 그 과정에서 식도가 찢어져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둘째, 설사 구토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소화를 시킨다 하더라도 ‘덤핑 증후군’으로 고생할 수 있다. 덤핑 증후군이란 한꺼번에 많이 먹을 경우 위에서 음식물을 미처 잘게 부수지 못한 채 압력에 의해 소장으로 내려간 결과 인슐린이 무리하게 분비되어 저혈당이 생긴다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설사 등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한꺼번에 들어온 많은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췌장액이 분비되면서 무리가 가해져 췌장염도 생길 수 있다. 이것은 과거 60~70년대, 명절 다음날 병원에 췌장염 환자가 급증한 경우와 마찬가지다.
셋째, 대회 후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문제다. 만일 철저한 식사량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늘어난 위 때문에 남들보다 더 비만해질 가능성도 있다.
굳이 자신의 위를 고무줄과 비교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먹기 대회보다는 병원을 찾아 간단한 검사를 받아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