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일부 잘라내 방광 만드는 '방광대치술' 인기

서울 반포동에 사는 박재남(남, 58세)씨는 아무런 통증도 없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 병원을 찾았다가 ‘방광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방광을 통째로 떼어낸 후 소변 주머니를 차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더러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씨는 전이가 없는 침윤성 방광암으로 확인되어 대장 위쪽에 붙은 소장의 한 부분인 회장(回腸)을 잘라서 방광을 만들어주는 방광대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을까?” 이런 걱정과 달리 박씨는 수술 4주 후부터 정상적으로 소변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수술 후 2년째인 지금까지도 매일 400㏄ 정도의 정상적인 소변을 보며, 요실금 증상도 전혀 없이 살아가고 있다.

박씨와 같이 방광의 근육층에 암세포가 전이 되었지만 방광에 국한되어 있는 ‘침윤성 암’의 경우에는 방광을 통째로 적출하는 근치적 방광적출술을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방광암 환자의 대부분이 방광을 통째로 떼어낸 후 복부로 요관을 내어 소변 주머니를 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와 같은 시술법이 가장 안전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수술방법이었지만 소변을 모을 수 있는 소변 주머니를 복벽에 항상 부착하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요즘은 자신의 소장을 이용하여 새롭게 방광을 만들어 줌으로써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는 ‘방광대치술’이 각광받고 있다. 수술 후에도 박씨처럼 정상적으로 소변을 보며 골프도 치는 등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다. 미관상으로나 기능면에 있어서나 방광대치술은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이영구 교수팀은 지난 6년 동안 방광을 완전히 제거한 근치적 방광절제술을 받은 50명의 환자 중에서 21명의 환자가 방광대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머지 29명은 비닐 소변 주머니를 다는 요관회장 도관술을 받았다. 29명이 방광대치술을 받지 못한 이유는 침윤성 방광암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다 소장을 이용한 방광대치술이 적용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술 조건은 첫째, 방광 밖으로 암 전이가 없어야 하고 둘째, 남성의 경우는 요도에, 여성의 경우 방광경부에 암이 없어야 시술할 수 있다.

이영구 교수는 “과거에는 방광암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암 중의 하나였지만 최근 방광대치술이 나오면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100%로 높아졌다”며 “화공약품이나 염료 공장, 고무 공장이나 직물 공장 등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트럭 운전, 페인트 칠 등과 같은 직종에 장기간 종사한 사람들은 방광암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소변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