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마비 환자, 미술치료로 회복한다

분당차병원 재활병동 미술치료실. 교통사고로 왼쪽 뇌를 다쳐 오른쪽 손발이 뒤틀리고 언어능력이 저하된 김연숙(가명·34)씨가 찰흙으로 무엇인가를 만들다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왜 우느냐고 묻자 “보…보고 싶어. 아… 아이들… 보고… 싶어서 송…편 만들었어”라고 힘들게 말을 했다. 간병을 하던 동생은 “사고 직후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는데 미술 치료를 받은 뒤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더듬거리긴 하지만 예전보다 말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난소암 수술을 받은 이영미(가명·32)씨는 찰흙으로 만든 창이 넓은 모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져서일까? “머리카락이 나면 모자부터 사서 쓰고 나가려고요. 올해는 꼭 고궁에 갈 거에요. 같이 가실래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병원 부인암치료센터 김승조 교수는 “대부분의 암 환자는 우울증과 무기력증, 불안감이 심한 편인데 미술 치료를 시키면 우울·불안감이 크게 완화되고 회복이 빨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공예를 하게 함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미술치료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자폐증 어린이나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의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 미술치료가 시행됐지만 최근에는 진단뿐 아니라 치료 영역에서도 미술치료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05년 7월 국내 최초로 미술치료 클리닉을 종합병원에 개설한 차병원은 암 환자, 척수손상·뇌졸중 등 재활 환자,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 소아 환자 등 폭 넓은 질환에 미술치료를 적용하고 있다.

이 병원 미술치료 클리닉을 맡고 있는 김선현 교수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소아 질환에 주로 활용됐던 미술치료가 최근에는 다양한 병을 앓고 있는 성인환자에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암 환자와 마비 환자의 재활치료에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은 작년 9월부터 주로 정신 질환자에게 집중적으로 미술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미술치료사 정혜영씨는 “특히 거식증이나 폭식증과 같은 섭식장애의 치료에 필수코스로 미술치료가 포함된다”며 “이들은 우울증 증상이 심해 대부분 말문을 닫고 지내는데 미술치료로 시작하면 성격이 밝아져 사회성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적응장애 환자에게도 미술치료의 효과가 좋다고 한다.

그 밖에 강동성심병원과 서울시립은평병원에서도 미술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선현 교수는 “미술치료가 시작된 독일에선 거의 모든 종합병원에 미술치료실이 설치돼 있으며 미국, 영국, 스위스에서도 미술치료가 보편화돼 있다”며 “다양한 질환에 대한 효과가 이미 의학적으로 검증돼 있는 만큼 국내 의료기관에서도 좀 더 많이 미술치료를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포천중문의대, 명지대, 서울여대, 원광대, 대구대, 영남대 대학원에 미술치료 과정이 개설돼 있다. 학과가 개설된 곳은 한 대학도 없다. 작년 초엔 국내 최초로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가 열리기도 했다.

의료기관	진료과목	문의
강남차병원	ADHD, 우울증, 스트레스, 학스장애	(02)3468-3323
분당차병원	ADHD, 우울증, 스트레스, 학습장애, 암,   재활, 노인질환	(031)780-5370
서울백병원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정신분열증,   섭식장애(거식증, 폭식증)	(02)2270-0063
강동성심병원	우울증, 불안증, 스트레스	(02)2224-2266
서울시립은평병원	ADHD, 부적응장애, 아동성폭력, 우울증,   섭식장애, 성인정신질환	(02)300-8122
서울시립서북병원	노인치매, 신경과질환	(02)3156-3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