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적어 생명 연장 기회 놓친다

글리벡, 이레사, 수텐트, 아바스틴, 닐로티닙….

암 환자들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획기적인 항암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에 의해 개발된 신약들이 국내에 시판되기까지는 대개 1~3년씩 걸려, 그 기간만큼 국내 환자들은 신약을 통해 생명을 연장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신약이 개발되면 일단 부작용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전(前) 임상시험을 거친 뒤 주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한 1, 2상 임상시험을 실시한다. 우리나라 환자들이 주로 참여하는 임상시험은 제약사들이 약의 국내 판매를 위해 시행하는 3상 임상시험이 대부분이다.

최초의 타깃 항암제인 글리벡은 1999년 개발돼 미국 등지에서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그러나 국내 환자들이 이 약을 접한 것은 2년이나 지난 2001년 봄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센터 강윤구 소장(종양내과)은 “미국·캐나다·싱가폴·중국 등 전세계 30개국 8000여명의 백혈병 및 GIST암 환자들이 1999년부터 이 약의 혜택을 받아 생명을 건졌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의 규제 등으로 인해 2001년까지 신약의 임상시험이 봉쇄되면서 2년이나 늦게 혜택을 받았고, 그 사이에 수 많은 환자들이 생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제약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한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에서도 2·3상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2000년 5건에 불과했던 국내 다국가 임상시험건수가 2005년에는 95건으로 늘었다. 특히 작년에는 185건의 임상시험 중 다국가임상이 95건으로 처음으로 국내 임상시험건수(90건)를 앞섰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방영주 회장(서울대병원)은 “중국은 아직 의료 수준이 한국에 미치지 못하고 일본은 상대적으로 아직 규제가 심하다”며 “우리 의료진의 수준을 아시아 최고로 평가하는 제약사들이 많아 지면서 다국가 임상시험의 국내 유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암 환자들은 어디서 어떤 임상시험이 실시되는지 몰라 귀동냥에만 의지하고 있다. 의정부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암 환자들이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다”며 “다국가 임상시험 승인권을 가진 식약청이 승인 즉시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 등에 공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