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 아니면 사망벨트?

교통사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의 말이다. 흔히 안전벨트를 매고 있으면 교통사고가 나도 큰 부상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전벨트는 자동차 사고의 사망률을 크게 낮춰주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다. 하지만 안전벨트나 에어백 등 차량 안의 각종 안전장치들이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쓰지 않으면 작은 사고에도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미국안전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안전벨트는 충돌 사고의 사망률을 45%, 중상을 당할 확률은 50%나 줄여준다. 실제 병원 응급실에 실려오는 중환자의 절반 정도는 안전벨트만 제대로 착용했어도 걸어서 병원에 올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의들의 말이다.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오태윤 교수는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환자들의 절반은 안전벨트를 제대로 매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라며 “가장 흔한 것이 벨트를 ‘찰칵’ 소리 날 때까지 완전히 결합하지 않아서 충돌사고 때 튕겨져 나가는 경우”라고 말했다.

안전벨트가 꼬여 있는 경우도 사고가 났을 땐 치명적이다. 안전벨트의 국제 규격은 폭 46㎜ 이상이다. 만약 벨트가 꼬인 상태에서 사고가 나게 되면 안전벨트가 마치 ‘무딘 칼’처럼 몸에 충격을 주게 된다.

안전벨트를 엉뚱한 부위에 착용하는 경우도 많다. 경희대의료원 재활의학과 이종하 교수는 “안전벨트는 우리 몸에서 가장 튼튼한 부위 중 하나인 좌우 골반뼈에 충격이 가도록 설계돼 있다”며 “교통사고로 내장이 파열되는 경우는 대부분 안전벨트를 허리가 아닌 배에 걸쳐놓는 경우”라고 말했다.

에어백도 바른 운전자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주는 ‘양면의 칼날’이 될 수 있다. 특히, 운전할 때 머리가 거의 운전대와 맞붙은 듯 바싹 붙어서 운전하는 이른바 ‘개구리형’ 운전자들은 에어백에 의해 안면부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운전대와 몸이 최소한 25㎝ 이상 떨어질 것을 권한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에어백은 충격이 가해지면 폭발하면서 부풀어 오르는 원리”라며 “운전대와 너무 가까이 앉아 운전하는 사람들은 폴리에스터 재질의 에어백 재질이 완충작용을 하기도 전에 얼굴과 접촉하면서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에어백이나 안전벨트 외에도 선바이저나 푸트레스트 등 운전석 주변 장치의 대부분은 안전과 관계가 있다. 운전자가 주행 중 왼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발판인 푸트레스트는 커브를 돌 때 원심력으로 인해 몸이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며, 운전석 위 천정에 부착된 선바이저 역시 햇빛을 가려주는 안전장치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장식품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실은 아주 중요한 안전장치가 바로 목 받침대다. 접촉사고를 당했을 때 가장 빈번한 부상 부위인 목 부위 상해(경추염좌)는 거의 대부분이 목받침대의 위치가 잘못된 경우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홍승준 박사는 "머리받침대는 목 부위를 기대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아니라 충돌시 머리가 뒤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한다는 뜻”이라며 “바람직한 자세는 머리받침대 중앙 부위가 탑승객 귀 상단에 위치하도록 최대한 올리고 뒷머리와 머리받침대 사이 간격을 7㎝(주먹 하나 정도 크기) 이하로 붙여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식이 미약한 부분 중 하나는 차에 탑승한 아이들의 안전이다. 자동차 성능시험연구소 안전연구실 이재완 박사는 “아이들을 안고 앞자리에 앉는 것은 심하게 말해 ‘사고가 나면 아이를 완충재로 해서 나만 살겠다’는 것과 같다”며 “아이를 뒷자리에 따로 앉히는 경우에도 반드시 유아용 보조석을 사용해서 충돌시 튕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뒷자리에 앉힐 때도 가운데 좌석보다는 양쪽 창가쪽에 앉히는 것이 좋다. 뒷좌석 가운데 자리의 경우 내수용 차량에는 일부 모델을 제외하곤 대개 어깨쪽에서 내려오는 벨트가 없는 ‘이점식’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충돌시 가운데 좌석에 앉은 어린이의 경우엔 복부쪽에 강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연약한 뼈와 장기가 손상당할 우려가 높다.

/헬스조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