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에는 1004명의 천사들이 다녀갔다. 병원측이 강남의 한 일식집과 함께 연 ‘불우 환우를 위한 초밥 1004 데이’에서는 병원 직원들과 환자, 환자 가족 등의 열띤 참여로 3시간 만에 준비했던 초밥이 모두 동이 났다.
이날 행사는 천사(天使)를 의미하는 숫자 1004인분의 초밥을 만들어 교직원 및 외래·입원 환자들에게 판매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불우 환우 돕기에 쓰기 위해 마련됐다.
수익금 중 일부를 지원 받게 된 이옥연씨는 “근육병으로 입원한 아들의 병원비 때문에 잠을 못 이룰 정도였는데 이젠 큰 시름을 덜었다”며 “새벽부터 나와서 초밥을 만드신 주방장님이나 초밥을 사가신 모든 분들이 우리 모자에겐 천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초밥을 무료로 제공한 강남 ‘우림’ 일식집 이종완 대표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을 때 어려운 형편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내가 가진 기술이 승호같은 친구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 하루였다”고 말했다.
교직원 식당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모두 초밥을 구입한다 해도 60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병원측에서는 초밥이 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의외로 외래진료 환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총무팀 권규삼 부장은 “직원 판매분을 제외한 현장 판매분만 457인분이었고, 어떤 분들은 초밥 하나를 2만~3만원씩에 사가기도 했다”며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는 말처럼 아픈 사람의 마음도 같은 처지의 분들이 더 잘 이해하고 도와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묵기자 seanch@chos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