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콸콸흐르는 심장혈관을 심장이 뛰는 상태서 수술
흉강 내시경을 이용해 심장 혈관을 갈아 끼우는 ‘관상동맥 우회로(迂回路) 수술’이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가슴을 완전 절개한 상태서 심장을 정지시키고 인공 심폐기를 이용해야 했던 대 수술을 내시경으로 수술할 수 있게 돼 수술 후 회복기간이 단축되고 신경학적 후유증 발병률도 크게 낮아지게 됐다.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유경종 교수팀은 흉강 내시경을 이용하는 ‘소(小) 절개 관상동맥우회로 수술’을 2명에게 시술해 모두에게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1일 밝혔다. 10월 중순에 수술 받은 환자는 수술 경과가 좋고 회복이 빨라 이미 퇴원했다고 한다.
동맥 피가 흐르는 혈관을 수술하는 관상동맥 우회로 수술은 가슴의 중앙 부분을 25~30 cm 절개하고, 혈관을 잇기 위해 환자의 심장을 정지시키고, 대신 인공심폐기로 피를 흐르게 한 상태서 수술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이 경우 환자의 가슴에 긴 수술 상처가 남을 뿐 아니라 갈비뼈를 절개했다 다시 붙이기 때문에 환자는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수술 시간 동안 인공심폐기를 통해 피를 돌리기 때문에 뇌졸중 등 신경학적 손상이나 인지기능 저하 등이 일어날 확률이 높았다.
유 교수팀은 그러나 유방 아래쪽을 10 cm 이내로 절개해 그 속에 흉강 내시경을 삽입해 인공심폐기 없이 수술을 함으로써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했다. 또 새로 이을 심장혈관은 얻기 위해 과거엔 팔이나 다리 등을 10 cm 정도 절개했으나 유 교수팀은 2 cm 정도만 절개해 심장에 이을 혈관을 얻었다.
유 교수는 “인공심폐기 없이 수술하면 신경학적 손상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지만 갈비뼈 절개로 인한 통증은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며 “그러나 흉강 내시경을 이용하면 갈비뼈를 절개할 필요가 없어 회복이 빠르고 수술 결과도 훨씬 좋다”고 말했다. 그는 “피가 콸콸 흐르는 심장 혈관을 심장이 뛰는 상태서 내시경으로 수술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이 수술은 세계적으로도 몇몇 병원에서만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1~2004년에만 약 1000명에게 관상동맥우회로 수술을 시행한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과 영동세브란스병원은 국내서 이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다. 또 2001~2004년 시행된 우회로수술 중 약 70%를 인공심폐기를 쓰지 않고 수술했으며, 현재는 거의 100%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고 수술하고 있다.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수술을 하면 흉터가 적을 뿐 아니라, 입원 기간도 평균 3일 정도 단축되게 된다.
임호준기자 imhoj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