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우교수의新건강학/18] 담배 니코틴은 필로폰보다 강하다

입력 2004.05.18 14:52

안피우면 불안·불면·두통 등 일으켜
금연 최고 방법은 치료제·대체제 사용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담배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흡연이 인생의 유일한 낙이다”라느니 “담배가 신체 건강에는 나쁠지 모르지만 정신 건강에는 좋다” 등이 애연가들의 주된 변명이다.

실제로 담배를 피우면 긴장감이 풀리면서 몸이 가뿐해짐을 느끼게 된다. 생각이 잘 안 풀릴 때 담배 한 대 피워 물면 감쪽같이 머리 회전이 되기 시작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우울하고 불안할 때에도 담배는 언제나 자신을 위로해주는 친구가 된다. 그러다보니 건강에 좀 해가 되더라도 “짧고 굵게 살면 되지”하며 담배를 놓지 못한다.

여기서 흡연가들이 애써 감추려는 사실이 하나 있다. 애당초 왜 긴장하게 됐고, 왜 생각이 잘 안 풀리게 됐으며, 왜 우울하고 불안해질까라는 사실이다. 물론 자신이 하는 일, 처한 상황 등 외부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자신을 그렇게 만든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럼 같은 일, 같은 상황에서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만큼 긴장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생각도 잘 풀리고, 우울해지거나 불안해지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그런 증세를 일으키는 원인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다름 아닌 ‘니코틴 부족증’ 때문이다. 담배 중독인 것이다. 장기간 담배를 피우다 보면 니코틴이 내 몸을 지배하게 되어 몸에 니코틴이 떨어지면 여러 증세를 만들어낸다. 이럴 때 피는 담배 한 대는 그런 증세를 마치 마약같이 없애주기 때문에 여기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다. 담배야말로 병주고 약주는 교묘한 사기꾼인 것이다.

흡연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또 하나의 착각은 ‘마음만 먹으면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니코틴 중독의 무서움을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로서 한 번 담배 끊기를 시도해 금단증상과 흡연 갈망을 겪어본 이후로는 그런 자신감을 영원히 잃게 된다. 니코틴 중독의 금단증상으로는 메스꺼움, 두통, 근육통, 변비, 설사, 식욕 증대 등을 들 수 있다.

정신적으로는 안절부절못함, 불안, 불면증, 집중력 감소, 건망증, 시간 인지력 장애 및 흡연 갈망 등이 나온다. 이런 금단증상은 흡연량과는 무관하여 적게 피는 사람에게도 올 수가 있고, 보통 저녁에 증세가 가장 심해진다. 금연 후 2~4일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대개 2주간 지속된다. 이처럼 담배는 카페인, 마리화나는 물론 술과 필로폰보다도 더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흡연자들은 속으로는 금단증상의 고통과 흡연 갈망이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 차있으면서 겉으로는 약간의 건강 악화가 담배를 끊는 스트레스보다는 낫다라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되면 금연을 해야 하는 당위감과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속에서 새로운 스트레스가 등장한다.

따라서 담배를 안 끊겠다는 주장은 사실은 니코틴에 지배된 자신의 몸이 내는 목소리이며, 금단증상을 이기지 못하는 패배주의의 결과이다. 많은 분들이 담배를 끊으려면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끊어야 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연을 스스로 시도한 사람들의 95%가 실패한다.

니코틴의 지배를 벗어나려면 남의 도움이 필요하다. 담배를 끊기 가장 쉬운 방법은 금연치료제와 니코틴 대체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대체로 처방에 의해서 2개월만 복용하면 금단증상의 고통 없이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니코틴의 지배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유태우·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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