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금만 빨아도 혈압 상승"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박창규·김진원 교수팀은 심혈관질환이 의심되지 않는 건강한 남자 80명을 대상으로 흡연이 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80명 중 40명은 하루 한 갑씩 7~13년간 담배를 피운 만성흡연자(A집단)였으며, 나머지 40명은 비흡연자(B집단)였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연속해서 담배 두 개비(니코틴 1.5㎎)를 피우게 하고, 5분 뒤 혈압과 동맥의 탄성도(彈性度)를 체크했다.

그 결과 A집단의 혈압은 123.2(수축기)/68.2(이완기)에서 128.1/72.7㎜Hg으로, B집단은 120.1/65.2에서 125.6/71.8㎜Hg으로 비슷하게 높아졌으며, 이렇게 높아진 혈압은 약 15분 정도 유지되다 차츰 낮아져 30분 후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혈관의 탄성도를 나타내는 맥파(脈派)의 속도 역시 A집단이 11.69에서 12.23ｍ/s로, B집단이 11.57에서 12.23ｍ/s로 증가했다. 맥파 속도란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대동맥을 통해 말초동맥으로 흘러가는 속도로, 혈관의 탄성도가 낮아 딱딱할 수록 빨라진다.

박창규 교수는 “담배를 한 개비 피울 때마다 혈압상승과 혈관경화가 수십분씩 지속되며, 만성 흡연자는 그 상태가 굳어져 심장병이나 뇌졸중 발병위험이 커진다”며 “동맥경화증 등이 있는 비흡연자는 간접흡연을 해도 순간적으로 혈관경화·혈압상승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imhoju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