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희 선생님과 상담하세요] 집에서 짜증내는 아이

네 살 난 민섭이는 별것 아닌 것 갖고 트집을 잡고 짜증을 심하게 부려 상담센터를 찾았다. 민섭이는 엄마가 직장에 다녀 종일반 어린이집에 다닌다. 어린이집에 가면 아주 신나게 잘 논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가 저녁에 데리러 오기만 하면 돌변해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징징거린다. 집에서도 마찬가지. 엄마가 일을 하려 하면 짜증을 내고 밖에 한번 나가려고 해도 업어달라며 어리광을 부린다. 민섭이가 어린이집에서 잘 노는 것은 아이의 능력이 우수한 덕분이다. 민섭이의 어린이집 생활은 ‘잘 지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잘 견디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상혁이는 처음엔 학교 다니는 걸 재미있어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니 담임 선생님이 아이의 수업태도가 안 좋고 반항적이라고 전해 주었다. 집에서도 전보다 화를 더 많이 내고 특히 엄마한테 사사건건 말대꾸를 했다. 툭하면 “엄마, 나가 버려” “엄마, 죽어 버려”라며 거친 말을 내뱉었다. 상혁이 또한 입학 초기에 잘 지낸 것이 아니라 잘 지내 보려고 기를 쓰면서 견디고 있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되지 않아 아이가 참다 못해 폭발한 것이다. 병원놀이를 하면서도 인형을 충치 치료한다며 일부러 15분이나 계속 울리는 등 거칠게 다뤘다. 또 나쁜 사람이 나타나 집을 폭파시킨다며 인형집을 서너 번이나 뒤집고 장난감 바구니를 확 쏟아 엎어 버렸다. 아이들이 별일 없으면 부모는 아이가 잘 지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생활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면 잘 지내는 것과 잘 견디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난다. 정말 잘 적응하여 지내는 아이들은 유치원, 어린이집 등 유아교육기관이나 학교에서 잘 지낼 뿐 아니라 집에 와서도 부모, 형제, 친구들과도 즐겁게 잘 지낸다.

집에서는 동생과 싸움도 많이 하고 짜증과 신경질도 많으나 밖에서는 모범생으로 잘 지내는 아이들이 있다. 이는 잘 지내는 것이 아니다. 실제 아이는 공부하는 인내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자발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부모님과 선생님께 인정받고 사랑받으려 잘 견디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이를 구별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잘 지내지 못한다면 이유가 있는 것이니 이를 찾아 도와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