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배 속 장기는 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나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박억숭 과장
입력
2019-09-26

재미있는 말초신경 이야기

말초신경계통(peripheral nerve system: PNS)은 뇌-척수의 중추신경계통(CNS)과 신체의 말초부를 연결하는 신경로(tract)이다. 말초신경계통은 기능적으로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으로 나눌 수 있고, 12쌍의 뇌신경(cranial nerve, CN)과 31쌍의 척수신경(spinal nerve) 등이 말초신경에 속한다.

1. 감각신경은 입력(input)을 담당하는 것으로 말초신경계통에 속한 신경에 의해 감각정보가 전달되고 중추신경계통(뇌-척수)의 특정 부위에서 처리된다. 감각신경은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몸감각계통(somatic sensory system)과 인지하지 못하는 내장감각계통(visceral sensory system)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만약, 맨발로 걷다가 작은 구슬을 밟으면 “뭔가 밟았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 작은 구슬을 삼키게 되면 구슬이 위장관 어디 쯤 지나가는지 알 수 없다.

2. 운동신경은 출력(output)을 담당하는 것으로 중추신경계통의 특정 부위에서 신경자극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운동신경을 통해 효과기로 전달된다. 감각과 마찬가지고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 ①체성신경계통(somatic nervous system)과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없는 ②자율신경계통(autonomic nervous system)이 있다. 자율신경계통은 다시 교감신경(sympathetic nervous)과 부교감신경(parasympathetic nervous)으로 나뉜다.

팔-다리와 손-발가락 등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체성), 심장과 배 속의 많은 내장들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자율). 또한 상황에 따라 흥분하면(교감항진), 심장은 빨리 뛰고 소화는 잘 되지 않는다. 


자료=<생리학>(박억숭 공저/수문사)



말초신경계의 대표적인 뇌신경(cranial nerve: CN)은 뇌의 아래면에서 나오는 12쌍의 신경으로 ‘CN 로마자’로 번호를 표시한다. 각각의 뇌신경은 주된 기능에 따라 감각성, 운동성, 그리고 감각과 운동을 동시에 하는 혼합성으로 구분 할 수 있다.

뇌신경 중에서 CN VII에 해당하는 안면신경(얼굴신경, facial nerve)은 혼합성으로 대부분 표정근육을 지배하며, 동시에 혀 앞쪽 2/3의 미각에도 관여한다. 또한 부교감신경 작용으로 눈물과 침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만약, 안면신경이 손상 받으면 눈물과 침의 감소로 인한 안구건조증(dry eye syndrome)과 입건조증(xerostomia)이 발생할 수 있고, 안면신경마비(facial nerve paralysis)로 인한 여러 가지 표정변화들이 나타날 수 있다.



자료=<생리학>(박억숭 공저/수문사)



구안와사로 불리는 질환이 바로 안면신경마비이다. 추운 겨울 문 열고 잔 후 입이 돌아갔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차가운 온도와 눌림에 의한 안면신경의 손상이 의심되지만, 그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경우 ‘특발성(idiopathic)’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보통 벨 마비(Bell palsy)라고 한다. 최근 연구에서 입술에 물집을 일으키는 제 1형 단순포진바이러스(Herpes simplex 1 virus)의 감염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벨 마비의 증상은 보통 수 시간에서 수일 내에 나타나며 얼굴의 감각이상이나 표정의 삐뚤어짐으로 알 수 있다. 마비된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의 이마는 주름 지을 수 없고, 눈을 감을 수 없고, 입도 늘어지면서 음식을 흘릴 수 있다.

벨 마비의 치료는 대개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이 시행된다. 전신적인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쓰고, 항바이러스제(antiviral agent)를 처방하기도 한다. 직접 눈에 띄는 증상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걱정이 많지만, 사실 말초신경의 특발성 얼굴신경마비는 약 80%가 저절로 회복된다. 자연적 회복은 약 10일 안에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고, 평균 1.5개월 만에 완전히 회복 된다. 간혹 약 2개월 이상의 증상과 안면근육 약화 등의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표정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 꼭 감별해야 하는 것은 중추신경계의 이상이다. 뇌경색(cerebral infarction)이나 기타 중추신경계 이상에 의한 표정 변화는 벨 마비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중요한 차이점은 벨 마비에서는 입과 눈, 이마 모두 마비 증상을 보이지만, 뇌경색에서는 입 주위만 마비가 나타나고, 눈과 이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MRI 등 추가적인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자료=<생리학>(박억숭 공저/수문사)



‘아이러니’하게도 증상이 심한 벨 마비는 저절로 회복될 가능성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덜 심한 뇌경색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체생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에게 각종 질환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기전을 알기 쉽게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