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에 대한 오해와 진실 ②

속지 말자! 기적의 화장품 
1년 전쯤인가 친구로부터 입 소문으로 유명한 재생크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직장동료가 침이 마를 정도로 자랑하자 이 크림을 살까 말까 망설이다 내게 조언을 구해왔다. 이 크림은 피부재생이 뛰어나 며칠만 써봐도 피부가 새롭게 태어난다는 일명 ‘기적의 화장품’이란다. 수십 만원의 고가지만 효과가 뛰어나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묻지마 구매를 하고 있다. 나는 곧장 이 제품의 제조원과 판매처를 조사했다. 인터넷 판매 위주였고, 제조사가 신뢰를 담보할 정도의 알 만한 회사도 아니었다. 반짝 입 소문 외에 고가의 판매가를 담보할 만한 안전장치가 전혀 없어 보였다.

이런 제품들은 대개 화장품에 넣어선 안될 성분을 넣은 불법 화장품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얼마 후 실제 그 화장품의 피해자를 접하게 되었다. 30대 중반의 은행원 K양은 얼마 전 피부를 회춘시켜 준다는 기적의 화장품을 입 소문으로 듣고 수십 만원을 주고 구매했다. 매일 열심히 써서 피부가 20대 동안으로 돌아가나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피부가 더 붉어지고, 가렵기 시작하여 피부과의 치료를 받았다. 알고 보니 기적의 화장품으로 소문난 그 제품은 스테로이드가 다량 함유된 불법화장품이었다.

달콤한 독약을 조심하라!
스테로이드는 주로 피부질환 치유용으로 쓰이는 의약품의 성분으로 과량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초래되어 화장품에는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이처럼 화장품에는 그 효과는 탁월하지만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 금지되는 성분이 있다. 하이드로퀴논이 함유된 미백크림은 거뭇거뭇한 기미를 실제로 없애 주는 효과가 있으며, 레틴산이 들어간 제품은 피부세포를 자극해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합성해 주어 주름감소의 효과가 뛰어나지만, 아쉽게도 피부자극과 성분이 쉽게 변하는 안정성의 문제로 화장품에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하이드로퀴논의 경우 발암가능성에다 부작용우려 때문에 화장품에는 사용이 불가하지만, 미백효과로 입 소문 난 외국 미백크림에 이 성분이 함유된 것을 확인한 적이 있다.  일부 화장품 회사는 이미 알려진 성분을 새삼스럽게 획기적인 신성분으로 광고하거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성분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소비자를 현혹시키기도 하는데, 순간적인 효과에 혹하여 광고나 입 소문만으로 제품을 선택하기보다는 브랜드의 신뢰도나 고객들의 사용후기도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화장품 선택에서도 ‘달콤한 독약’을 조심해야 한다

화장품은 피부영양제이지 약이 아니다.
화장품의 기본 역할은 피부의 노화를 지연시켜주고,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해 주는 ‘피부영양제’이지 약은 아니다. 영양제가 몸의 영양을 보충해 주듯 화장품 또한 피부에 부족한 수분과 유분을 보충해 주고, 피부노화를 지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영양제도 일일 권장량이 있어 지나치게 과용하면 해(害)가 되듯 화장품도 피부에 알맞은 양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스킨케어의 경우 ‘토너-에센스-로션-크림’ 의 순으로 4가지를 쓰는 것이 기본이다. 그 중에서 꼭 써야 하는 것은 수분을 공급해 주는 에센스(또는 로션), 피부를 보호해 주는 크림 정도이다. 요즘처럼 건조해지는 계절엔 피부의 수분이 달아나지 않도록 피부막과 유사한 성분인 세라마이드가 많이 함유된 제품이 좋다.

몇 번의 사용만으로 기미를 없애 주는 미백크림, 주름을 없애 주는 링클크림, 피부를 젊음을 찾아주는 회춘크림이 한때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순간 반짝효과는 있을지라도 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여 일반 화장품에는 사용할 수 없는 성분들로 판명되었다. 그래서 피부기적을 바라기보다는 피부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태도다.

화장품 연구원만 아는 화장품성분의 숨겨진 진실 Tip
속기 쉬운 화장품 광고! 물에 녹는 BB크림? 물에 녹지 않는 BB크림?

예전에 유명 방문판매회사에서 타사 BB크림과 자사의 제품을 비교한 실험을 본 적이 있다. 이 실험에서 타사 BB크림과 자사제품을 각각 물에 넣고 흔들었더니, 자사제품은 물에 잘 섞이는 반면에 타사 BB크림은 물에 섞이지 않고 따로 뭉쳐 있었다. 이 현상에 대한 판매원의 설명은 자사제품의 경우 피부에 좋은 성분들로 이뤄져서 물에 잘 섞이는 것에 반해 타사의 BB크림은 기름성분들로 이루어져 피부에 해롭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사제품을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한 교묘한 광고술일 뿐 사실이 아니다.

 물에 잘 녹고 안 녹고는 성분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의 형태 자체의 차이다. 우리가 쓰는 제품 중 흔히 자외선차단기능(SPF 및 PA지수로 표기)이 있는 제품들은 땀이나 물에 쉽게 지워지지 않도록 워터프루프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을 위해서는 수분성분을 오일성분으로 감싸서(Water in Oil 또는 Water in Silicon) 코팅해 주게 되므로 피부 커버력과 지속력을 높여준다. 그리고 피부를 코팅해 주는 성분은(피부의 모공을 막아 주는 미네랄오일성분이 아니라) 가벼운 실리콘성분으로 피부에 발랐을 때의 부드러운 느낌이 좋은 성분이다.

반면 물에 잘 섞이는 제품은 오일성분을 수분성분으로 감싸고(Oil in Water) 있어서 물에 잘 섞이게 된다. 대신 땀과 물에 약하여 커버력이나 지속력이 떨어지게 된다. 최근의 BB크림은 기능성효과뿐 아니라 자외선차단 효과를 주는 멀티 기능성 제품이 많고, 부드러운 사용감을 위해서 수분성분을 실리콘으로 감싸는 ‘Water in Silicon’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우숙형(경북대 생화학과 석사, 차앤박화장품 수석연구원) 99-alis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