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체중 55Kg! 임신성 당뇨식으로 아내와 아기의 건강을 지킨 이야기 <1>

출산 체중 55Kg! 남편이 만든 임신성 당뇨식

(주)클루닉스 대표이사/권대석

저는 2010년 10월에 만 41세가 된 중년 남자입니다. 6살 어린 아내와, 딱 36년 차이가 나는 아들이 있죠. 서울대에서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법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9년부터 슈퍼컴퓨터 (요샌 클라우드라 합니다) 벤처 회사를 차려 30명 좀 못 되는 우수 직원들과 11년째 사업을 하면서 2003년부터는 경기도의 한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교수님이자 박사님이면서 사장님이라 직함은 굉장히 화려한데, 한국에서 중소기업 사장은 열에 아홉은 가난합니다. 그래서 저도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안빈낙도'라 자처하며 블로그를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화학실험을 좋아했는데, 커서는 음식을 만들게 되더군요. 맛있게는 못하고, 재미있게는 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요리나 집안일보다는 회사일이나 재테크에 능해 부부가 각자 잘하는 일을 하며 7년간 결혼 생활을 잘 해 왔습니다만...
고생 끝에 간신히 생긴 둘째가 임신 7개월이 된 시점에서 병원으로부터 겁나는 말씀을 들었죠. "임신성 당뇨세요" 라구요. 그것도 검사 결과는 1달 전에 나왔다는데, 통보를 1달 뒤에 받은 겁니다. 아내는 불처럼 화를 내고 (제 아내가 성질이 좀 불 같습니다) 저도 좀 화가 나구요...

임신성 당뇨가 뭐지? 당뇨랑 다른 건가? 좌우간 병원에서 알아서 하겠지... 처가도 바로 옆이니까 밥 못 하는 아내도 장모님이 돌봐주실 것이고... 이렇게 생각하고 저는 제 밥과 아들 밥만 해 먹고 일 열심히 했죠. (제 집에선 제가 음식을 하는데, 아내는 제 음식이 입에 안 맞는지 잘 먹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지... 병원에서 먹으라는 대로 먹어도 혈당이 떨어지질 않고, 처가에서 장모님 해주시는 것을 먹어도 안 되고, 식당에서 먹으면 혈당이 200까지 올라 가는 겁니다.
(임신성 당뇨면 식후 2시간 뒤의 혈당이 120 이하여야 한다 네요)

운동을 하면 혈당이 떨어진다는데, 만 35세의 고령(?) 임신인 아내는 초기부터 불안하더니 7개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조산 진통이 시작되어 침대 위에 절대 안정을 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알아보니, 임신성 당뇨인 산모는 췌장비대, 내장비만, 드문 확률이지만 지적 장애인 아이를 낳을 가능성도 크다는군요. 머리 모자라고 뚱뚱한데다 당뇨병까지 걸릴 "딸"이라니... 모골이 송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확률을 낮추고자 운동을 하자니 7삭 동이가 나오게 생겼고, 운동을 안 하자니 머리 그렇고 뚱뚱한데다...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었죠.

병원에서는 무조건 입원하라는데 아내는 회사일 때문이기도 하고 입원을 끔찍하게 싫어하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아내에게 당뇨식을 지어 먹이게 되었습니다. 딱 1주일. 1주일만 시도해 보고, 안 되면 입원하고 인슐린 치료를 받기로 했죠.
결과적으로는 처가에서도, 식당에서도, 병원 식단으로도 잘 안 되던 게 잘 되었습니다. 혈당은 잡혔고, 165cm인 아내는 첫 애 낳을 때 67kg 이었는데, 이번에는 애 낳을 때 55kg 좀 넘었고, 아기도 첫 애는 3.8kg이었지만 둘째는 3.2kg으로 나왔습니다. 아내 말로는 "이번에는 살 따로 안 빼도 되겠네"라며 기뻐하더군요. 입원비 굳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첫 애 낳고는 고생한 아내가 둘째 낳고는 비교도 안 되게 건강해서 무엇보다 기분이 좋습니다... 좌우간, 그렇게 해 먹인 얘기를 이제부터 쓰겠습니다.
저야 늘 해 먹던 식사니까 따로 준비할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저 혼자 먹을 때에야 먹고 싶으면 먹고 말고 싶으면 말지만, 아내와 뱃속의 아이는 규칙적으로, 제가 원컨 말건 먹여야 하니까 이런 것들을 준비, 점검했습니다.

1. 밥솥과 슬로우쿠커, 그릴오븐
맞벌이 하는 내외는 매일 따신 밥 지어먹을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1주에 두번, 한번에 3일치 밥 해 놓고 보온된 밥 먹습니다. 밥을 보온중인 밥솥으로 굉장히 많은 음식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3~6만원 정도 하는 슬로우쿠커(slow cooker)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 장만해 두면 굉장히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밥솥이나 슬로우쿠커로는 아무리 조리솜씨 없는 산모나 남편 심지어는 어린이도 훌륭한 요리를 할 수 있거든요.

(슬로우 쿠커. 한 4만원 줬나? 그럴겁니다)

그릴오븐도 하나 있으면 좋습니다. 요샌 광파그릴오븐도 나오던데, 사먹는 것 같은 요리를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죠. 값이 상당히 비싸니까 무리해서 굳이 사실 필요는 없습니다.
 
2. 소스, 조미료류
서툰 조리 솜씨를 보완하는 데에는 특이하거나 맛있는 소스와 조미료가 요긴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간장, 소금, 설탕, 후추, 다시마와 굴 소스입니다. 굴 소스는 굴의 함량이 높은 것이 좋고, 후추는 그라인더와 갈지 않은 통후추(백후추와 흑후추)를 준비해 요리 때 갈아 쓰면 좋습니다. 소금은 나트륨 함량이 80% 이하인 천일염이 좋고, 설탕은 사용을 피하기 위해 아스파탐이나 자일리톨 같은걸 쓰는 게 좋습니다. 간장은 질소 함유량이 높은 게 맛있는데, 1.5% 이상이면 고급 간장입니다. 다시마는 좋은 것으로 사 둡니다. 좋은 거 모르겠으면 비싼걸로... 한 5000~10000원어치 사면 임신 기간 내내 씁니다.
참기름과 올리브유도 유용합니다. 가급적 저온 압착법으로 짠 참기름이나 들기름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도 500ml씩 일반 식용유와 함께 준비합니다. 마요네즈도 500g 이상 상비해 두세요.

3. 가위와 다지기 장치
남자들은 칼질이 싫습니다. 저는 예외지만... 그래도 요리를 하자면 재료를 잘라야 하기 때문에, 좋은 식 가위를 두 개쯤 사 놓는 게 좋습니다. 나쁜 가위는 자주 칼을 갈아야 해서 시간 버리고 성질 버립니다. 견고하고 날이 좋은 가위로 사세요.
칼을 잘 쓰면 몰라도, 아니라면 다지기 기계를 사는 것도 좋습니다. 6000원~15000원 정도면 용수철과 다짐칼로 된 수동 다지기를 살 수 있는데 (뱅뱅이 다지기 어쩌구 해서 종류 많습니다. 너무 싼 건 금방 망가집니다) 아주 요긴하게 쓰입니다.

4. 기본식자재
바쁜 맞벌이 내외는 신선한 재료를 사다가 요리할 시간이 모자랍니다. 냉동 재료를 효율적으로 써야 시간을 아끼면서 영양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냉동실에는 항상 피자치즈, 냉동육(닭고기, 쇠고기, 돼지고기)가 600g~2kg 정도는 들어 있어야 합니다. 닭고기는 가슴살이나 안심이 좋고, 쇠고기는 안심, 등심, 양지, 돼지고기는 안심, 등심, 목살 등이 좋습니다. 200g 정도로 나눠서 비닐봉지에 넣어 얼려 둡니다. 200g을 어떻게 재나요? 걱정 마세요. 살 때 몇 g 인지 정확히 봐 놓고, 집에 와서 적당히 나누면 됩니다. 한근(600g) 샀으면 3등분 하면 200g 아니겠습니까? 200g 이면 어른 둘이나 어른 둘에 애 하나가 1끼에 먹기 좋은 양입니다. 200g 더 먹어도 좋구요. 산모는 적어도 매끼 100g은 먹어야 합니다.

다진마늘, 다진 파도 반드시 대량 냉동시켜둬야 합니다. 다진마늘은 마트에서 파니까 사다가 냉장해도 되고, 파는 한단 이상 사다가 다져 냉동실에 얼려 둡니다. 다지자마자 얼려야 나중에 쓸 때 편합니다.
양파, 오이, 가지, 양배추, 콩나물, 시금치는 당뇨에도 좋고 변비(임신 중 철분제가 변비를 유발하기 때문에...)에도 좋습니다. 수시로 사다 날라야 합니다.

5. 프라이팬과 그릇, 보존용기, 수저, 기타
그냥 쓰던 거 쓰면 됩니다. 하지만 아예 집에서 음식을 안 해 먹던 분들이라면 좀 준비해야겠죠. 큰 프라이팬과 작은 프라이팬 하나씩, 속이 깊은 큰 프라이팬(wok 이라 합니다)까지 3개 정도 준비하면 좋고, 큰 냄비, 작은 냄비 하나씩, 밥공기 국공기 각 5개 정도씩 있으면 좋습니다.
요긴한 것으로 만능 찜기가 있는데요, 마치 위성 안테나처럼 평시엔 접어 뒀다가, 쓸 때는 촤라락 아래 사진처럼 펼쳐 쓰는 장비입니다. 아래처럼 프라이팬이나 냄비에 넣고 펼쳐서 찌는데 씁니다.

접시도 큰 것, 작은 것 해서 3개씩은 있어야 할 것이고, 밀폐 용기도 20cm 전후 길이로 큰 것 작은 것 각 4개 이상씩 확보합니다. 국자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일이천원이면 사니까 한 서너 개 사 두세요. 스테이크 먹을 때 쓰게 나이프 포크도 두세개씩 사 놓습니다. 위생비닐도 1000원에 50~100장 하는 것 한두박스 사 두시고, 위생비닐 장갑도 한 상자 작은 걸로 사 두세요.

6. 가장 중요한 것 – 혈당계와 체중계
지금까지는 먹는 것을 위한 준비였고, 잘 먹었는지 확인 안 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확인을 위해 식후 2시간 뒤에는 반드시 혈당을 측정해야 합니다. 매 끼니 무엇을 먹었는지 기록하고 2시간 뒤 혈당을 재기 위해 혈당계를 준비합니다. 아울러, 지나친 저체중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체중계도 있어야 합니다. 임신성 고혈압이 될 수도 있으니까 혈압계도 준비 하는 게 좋은데… 그건 병원과 상의하세요.
배를 곯을 필요도, 시간을 많이 쓸 필요도, 맛없는 거 먹는 거 아니냐고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10분 만에 만들어 실컷 먹다 보면 살도 빠지고, 건강해지고, 애도 건강하고, 당뇨도 잡힙니다. 그럼, 다음 회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권대석 ㈜클루닉스 대표이사 hyntel@clunix.com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출산 체중 55Kg! 남편이 만든 임신성 당뇨식

임신 7개월에 알게 된 심한 임신성 당뇨!
병원에서 준 식단으로도, 친정 엄마가 차려준 밥으로도 혈당은 안 잡히고 조산 진통까지 오는데… 조산을 피하려 절대 안정하는 아내를 위해 벤처 사업가이자 대학교수인 공학박사 남편이 아침 저녁 차려 먹여 혈당 잡고, 출산 체중 55kg에 3.2kg의 건강한 딸을 얻기까지, “뭘 만들어 먹었나”의 이야기.

< 상기컬럼은 의학적 치료방법은 아니며 임신성당뇨를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만든 요리법을 소개한 체험기 입니다 >

1988~1992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 학사
1992~1999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
1999~2001 서울대학교 컴퓨터 신기술연구소 특별연구원
2001~ 슈퍼컴퓨팅 클라우드 전문기업 ㈜클루닉스 대표이사
2003~ 한국 산업기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2009~ 한국 계산과학공학회 이사
2010~ 한국 TOC 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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