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편 마지막집>과 외상성 혈기흉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서울대병원 흉부외과/김원곤 교수

영화 ‘왼편 마지막 집 (The Last House on the Left)’은 데니스 일리아다스 감독의 2009년 작품으로 1972년 웨스 크레이븐이 감독한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작이다.    

 

1972년 상영 당시 이 영회는 공포영화의 한 획을 긋는 걸작으로 평가되었다.
영화의 처음은 흉악범 크러그(가렛 딜라헌트 분)를 호송하고 있는 경찰차에서 시작된다. 이때 동생 프랜시스(조슈아 콕스 분)와 크러그의 애인 새디(리키 린드홈)가 경찰차를 습격하여 호송 경찰관 두 명을 잔인하게 죽이고 크러그를 탈출시킨다.
한편 1년 전 아들을 잃고 수영 선수인 딸 마리(사라 팩스톤 분)에게 모든 애정을 쏟으며 살아가던 의사인 존 콜링우드(토니 골드윈 분)와 엠마(모니카 포터 분) 부부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호숫가에 있는 그들의 산장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런데 근처에 사는 친구 페이지를 만나러 마을 중심가로 나간 딸 마리로부터 연락이 두절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 날 마리는 페이지가 일하는 식료품 가게에서 우연히 저스틴(스펜서 트리트 클라크 분)이라는 순진하게 생긴 틴에이저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대마초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솔깃해진 페이지를 따라 그의 모텔로 가게 된다.
마리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페이지 때문에 어쩔 수없이 저스틴이 머무는 모텔 방으로까지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착한 성격의 저스틴 때문에 마음이 약간 풀어진 마리는 페이지와 함께 장난을 치며 즐거운 기분이 된다. 

그런데 그때 앞서 말한 크러그 일당이 모텔 방으로 들어온다. 크러그는 사실 저스틴의 아버지로 그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진을 친 삼촌 프랜시스와 아버지의 정부 새디와 함께 모텔에서 잠시 머물고 있던 중이었다. 잔인한 성격의 크러그는 착한 저스틴과는 대조적인 아버지였다. 

크러그는 마음대로 외부 사람들을 모텔 방으로 들인 저스틴을 몹시 나무라며 자기의 탈출 관련 사진이 크게 실린 지방 신문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 그들의 얼굴을 이미 본 마리와 페이지를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며 그녀들을 강제로 차에 태워 납치한다.    

차를 몰던 크러그가 길을 잃자 마리는 길을 가르쳐 주겠다며 의도적으로 호숫가에 있는 가족 별장이 있는 쪽으로 유도한다. 그리고는 틈을 이용하여 차에서 탈출을 시도하나 이를 막으려는 일당들과 차 안에서 몸싸움을 벌이면서 차가 나무에 충돌하고 만다.     
차가 충돌하면서 차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 부상을 입기는 하였으나 생명에 지장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페이지는 크러그의 칼에 찔려 죽고 마리는 폭행과 함께 그에게 강간을 당한다. 착한 저스틴은 이 모든 것을 불가항력으로 지켜보면서 괴로워한다. 

얼마 후 다시 틈을 노리던 마리는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여 집 별장이 있는 호숫가 반대쪽에 이른다. 그러나 평소의 수영 실력으로 호숫가를 헤엄쳐 가던 마리는 반대쪽 끝에  닫기도 전에 크러그가 쏜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호수 수면에 뜨고 만다. 마리가 완전히 죽은 것으로 판단한 크러그 일당은 그곳을 떠난다.
그런데 마침 닥쳐 온 폭우로 크러그 일당은 잠시 몸을 피할 곳을 찾다 호숫가에서 한 집을 찾는다. 바로 왼편 마지막집으로 콜링우드 부부가 애타게 마리를 기다리고 있던 그 별장이었다. 그동안 사랑하는 딸 마리에게 벌어진 상황을 전혀 알리가 없는 그들 부부는 크러그와 아들 저스틴, 프란시스, 새디 4명을 따뜻하게 맞아들인다. 

마침 저스틴은 냉장고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고 이 집이 바로 마리의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보관하고 있던 마리의 목걸이를 부엌에 몰래 놓아 콜링우드 부부에게 상황을 눈치 차리게 하려 한다.
크러그 일당을 별채 방으로 안내하고 나서 돌아 온 콜링우드 부부는 현관 앞에서 그곳까지 간신히 기어 온 비참한 상태의 딸을 발견한다. 그리고 곧 그들은 모든 정황을 파악하게 된다.  

부부는 철저한 복수를 결심한다. 먼저 아버지 존이 크러그의 동생 프랜시스를 처참하게 죽인다. 그리고 별채에 있는 크러그와 새디가 프랜시스의 죽음을 발견하기 전에 그들을 먼저 죽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저스틴은 오히려 그들 부부의 편이 되어 싸운다.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 엠마는 새디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그리고 크러그는 마지막으로 의사인 존이 주사로 전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마비시킨 가운데서 머리만 전자레인지에 놓고 이를 작동시킨다. 가열된 그의 머리는 마침내 레인지 안에서 폭발한다. 이 동안 마리는 보트로 엠마와 저스틴과 함께 안전하게 병원으로 향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에서 마리는 크러그 일당에게 납치당한 후 탈출을 시도하여 필사적으로 호숫가를 헤엄쳐 건너가던 중 크러그가 쏜 총에 맞는다. 이후 간신히 정신을 차린 마리는 기다시피 하여 집 별장 현관에 도착하여 아버지, 어머니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런데 탈진 상태의 마리가 숨쉬기가 매우 힘들다고 호소한다. 의사인 아버지 존은 즉각 총상에 의한 ‘외상성 혈기흉’이 호흡곤란의 원인인 것을 알아차리고 즉시 응급조처에 나선다.  

 이후 이어지는 장면들은 충실한 자문 탓인지 의학적으로도 대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존은 먼저 위스키로 딸의 예상 절개부위를 소독한다.   

 그리고 절개에 쓸 칼은 벽난로의 불에 넣어 멸균시킨다.  

 그런데 비단 이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에서 병원 밖 환경에서 응급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 술을 이용하여 소독을 하는 장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면 과연 술을 이용한 국소 소독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 여기에 관해서는 술을 이용한 직접적인 실험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60% 이하의 알코올 농도로는 제대로 된 소독 효과를 볼 수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위스키이던 보드카이던 간에 40-45% 정도의 알코올 농도로는 의학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무관하게 아무 처치 없이 바로 절개를 하는 것 보다는 무엇인가 소독을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가볍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슴 속 공기와 혈액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흉관(胸管)으로 가정용 용기 내에 있는 플라스틱 튜브를 이용하는 장면은 흥미롭다.

 

의학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이후 유리컵에 물을 채워 여기에 흉관을 연결함으로서 수봉(水封, water seal) 장치를 만들어 주는 장면이다.  

이것은 흉관을 넣을 때 공기가 가슴 안에서 밖으로만 배출이 되게 하고 몸 바깥쪽 공기는 더 이상 가슴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도록 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다.            
마지막으로 흉관을 타고 흉막강 내의 피가 흘러내려 유리컵에 떨어지는 장면에서 함께 배출되는 공기 방울까지 묘사한 장면은 흉부외과 의사입장에서 볼 때 감독의 섬세함이 엿보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영화에서 존이 시술을 하기 전에 딸을 옆으로 누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특히 혈액의 경우 이 위치로는 대부분 혈액이 흉막강 아래로 모이게 되어 영화에서처럼 위쪽에서 찌르는 작은 흉관으로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자세는 아니다.    

외상성 혈기흉(外傷性 血氣胸, traumatic pneumothorax)이란 병은 외상에 의해 가슴 속 흉막강 내에 피와 공기가 동시에 차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 병은 칼, 총에서와 같은 관통성 외상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자동차 사고와 같은 둔상에서도 갈비뼈 골절이 있는 경우 종종 합병되어 나타난다. 외상성 혈기흉이 발생하면 즉시 흉관을 삽입하여 흉막강에 차 있는 공기와 혈액을 배출시켜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며 흉막강 내의 혈액과 공기가 폐를 압박하여 환자는 점점 호흡곤란이 심해지게 된다.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심장연구소장 역임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정맥류 클리닉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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