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크기, 여성도 모른다?
호기심 많은 여중생 J양은 얼마 전 집에서 친구들과 TV를 보던 중 하마터면 크게 다툴 뻔 했다. 굴곡 있는 S라인을 뽐내던 여가수의 가슴크기를 두고 “B컵이다”, “아니다, C컵이다” 논쟁이 붙은 것. 대학생인 J양의 언니까지 동원해 사실을 확인해 보려 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여성 모두 여가수의 가슴 크기를 결국 구별해 내지 못하고 끝내 채널을 돌려야 했다.
여성들이 자신의 가슴 크기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연구결과로도 밝혀졌다. 2008년, 런던 Royal Free 병원 연구팀은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살 때 자신에게 적당한 사이즈보다 실제 3컵 사이즈 이상 과도하게 큰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구입하면서 목과 등의 통증을 유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병원에서는 브래지어가 몸에 맞는지를 체크해 주는 진료를 하고 있다.
여성들은 사춘기부터 가슴의 크기에 관한 자타의 관심을 받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성 스스로도 알기 힘든 가슴 크기의 이면엔 어떤 비밀이 있는지 살펴보자.
의학적으로 예쁜 가슴크기, 엉덩이보다 조금 작아야
크기, 모양, 비율. 이 셋은 완벽한 가슴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크기는 ‘풍만함의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무조건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36-24-36’은 서양인의 이야기일 뿐이다. 동양인인 우리의 몸은 서양인보다 머리와 엉덩이는 크고, 다리 길이는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때문에 정말 엉덩이 둘레만큼 큰 가슴을 가진 여성이라면 ‘혹시 상체비만이 아닐까?’하고 고민하기 쉽다. 연예인들이 실제로는 날씬하지만, 텔레비전 화면에 가끔씩 몸집 있게 비춰지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날씬한 느낌과 풍만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엉덩이보다 4~5cm 작은 치수의 톱바스트 치수(양쪽 유두를 지나는 가슴둘레)를 갖는 것이 유리하다.
여성들의 가슴, 점차 커지고 있다
현대 여성들은 체구뿐 아니라 시각적 욕구까지도 서구화되었다. 또한 가슴확대를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단순히 가슴의 크기만을 조금 확대하려고 의도했던 과거와는 달리 당당히 능동적으로 원하는 크기와 형태를 지향해 가고 있다.
실제로 필자의 병원에서 집계한 결과, 1994년도에 가장 많이 사용된 가슴확대 보형물의 평균크기가 135cc였으나, 2007년도에는 평균크기가 267cc였다. (97% 증가) 300cc 이상의 대형 보형물을 사용하는 여성의 숫자도 꾸준히 증가하여 전체 확대수술 환자의 14%를 차지하였다.
198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는 보형물의 평균 사이즈가 약 250cc 였으며 2000년도에는 이것이 약 350cc로 증가하였다는 미국성형외과학회 보고와 비교하면 현재 한국 여성의 체격이 미국의 1980년대 정도의 수준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가슴확대 보형물의 크기가 100cc 증가할 경우 여성의 가슴 둘레는 2cm 늘어나며 보형물의 크기가 약 150cc 증가하면 브라컵이 한 컵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속설이다.
여성들의 가슴크기가 커지고 있는 것은, 생각건대 여성의 노출에 대해 관대해진 사회 분위기와 자극적인 패션 경향에 덧붙여 큰 가슴을 선호하는 남성들의 시선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요즘 여성들은 성형수술에 대한 관념이 마치 재테크 투자처럼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가슴의 크기를 크게 할수록 수술 후 부작용의 가능성은 높아지니 주의가 필요하다.
사과 같은 가슴이 예쁘다?
일반적으로 가장 아름답다 여겨지는 B컵은 육안으로 구별할 때 얼마 정도가 될까?
속옷사이즈에 빗대어 보면, B컵은 ‘윗 가슴둘레 - 밑 가슴둘레의 수치’가 12.5cm이상일 경우를 말한다.
한편, 가슴은 3차원적인 입체 조형물이기에, 크기를 따질 때 부피(cc)로 환산한다.
가슴에 삽입하는 보형물 크기는 cc단위로 측정되는데, 현재 크기 별로 20여가지 종류가 있으며, 보형물의 높이와 넓이에 따라서도 3종류로 구분된다. 가장 자주 쓰이는 보형물 크기는 225~275cc로, 보통 200ml우유팩보다 조금 많고, 사과 반쪽 정도의 크기보다 약간 더 크다. 부피가 150cc(종이컵 2/3정도를 채운 커피의 분량)씩 증가할수록 브라컵 치수가 한 사이즈씩 증가하고 가슴 둘레가 2cm씩 늘어난다. 일례로, 밑 가슴둘레가 75~80cm로 가슴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여성이 수술 후 B컵이 되려면, 최소 250~300cc의 보형물을 사용해야 한다.
여성의 가슴은 흉곽의 크기와 형태, 가슴에 축적된 지방의 양과 분포도가 모두 상이하고, 여성의 확대된 가슴은 현재의 부피와 보형물 부피가 더해져 결정되기에, 각기 다른 A컵 여성이 동일한 보형물로 사이즈를 확대한다 해도 확대 후의 가슴 크기는 달라질 수 있다.
바람성형외과 / 심형보 원장
아름다운가슴을 꿈꾸는 이들의 사연과 숨겨진 가슴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