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를 깨운 구취

목메이는 목질환 이야기

관악이비인후과/최종욱 원장

 옛 초등학교 시절, 백설공주는 어떻게 왕자님의 키스 한 번으로 깨어났을까하는 수수께끼가 있었습니다. 답은 유치하게도 왕자님 입냄새에 구토가 나서 목에 걸린 독사과를 뱉어냈다는 것이었지만 모두들 일리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 시절에는 왕자 아닌 황제라도 치약이라곤 구경도 못 해보고 평생을 마쳤을 것이 당연하겠지만, 엄청난 종류의 치약과 의약품이 생산되는 현대에도 구취는 완전히 정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취는 드물게 건강해 보이는 개인에서 전신적인 질환이 있음을 알려주는 징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것을 병적 구취라 하며 호흡기 질병과는 8%, 소화기 질환, 간·신장의 장애, 당뇨, 암 등 다른 질환과는 2% 정도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타각적 구취의 존재는 자신의 신체에 어떤 질환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90% 이상 대부분의 구취는 상부 호흡소화관에서 그람음성 혐기성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하여 휘발성 황화합물(volatile sulfur compounds) 가스를 만드는 부패작용에 의하여 발생하는 생리적 구취입니다. 혐기성 세균이 번식하기 위해서는 공기가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주요 장소는 잇몸 가장자리, 혀의 설태, 편도, 치아와 치아 사이의 공간, 충치 등입니다. 침이 부족하여 구강이 건조하면 균의 증식을 부채질하여 구취가 더욱 심해집니다.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1L 정도 분비되는 침은 입안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내고 혀와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침 속에 포함된 리소자임, 락토페린 등의 면역물질은 세균증식을 제어하는 작용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입냄새가 강해지는 원인은 이러한 침의 분비가 30세부터 1년에 1%씩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소에 물을 자주 마시거나 입안을 헹구어 주는 것은 구취 예방에 필수적입니다.

구취의 치료법은 무엇보다 청결한 구강위생이 가장 중요합니다. 흡연은 구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므로 담배를 필히 멀리해야 하고, 음주도 구취를 증대시키는 인자이므로 과음은 피해야 합니다. 비만이나 코골이로 구강 호흡이 많아지는 것도 악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구강 호흡은 밤사이에 입 안을 마르게 하므로 주로 아침에 일어나면 구취가 심해지기 쉽습니다.

구취는 심한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으며 특히 업무과중과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현대 직장인들의 경우, 위장이 나빠지고 가스가 차는 등 전신질환으로 인해 구취가 심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평소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벼운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하여 생체리듬을 잘 유지하여 주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 기간에 구취를 느끼기도 하는데 이는 난소에서 분비되는 황체호르몬이 체내의 황화합물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칫솔질할 때 혀뿌리 끝까지 닦지 않으면 곰팡이나 세균이 증식해 구취가 심해질 수 있으므로 양치를 할 때에는 부드러운 칫솔로 혀뿌리 끝은 물론 구석구석 점막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닦아주어야 합니다. 보철물을 평균수명보다 오래 쓰게 되면 자연치아와의 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기는데, 이곳이 세균의 좋은 서식지가 되므로 노후한 보철물이 방치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를 하여야 합니다.

침 분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음식물, 예를 들어 오이나 당근, 샐러리, 토마토 등 수분이 풍부한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무설탕 껌씹기, 레몬향 음료 복용, 구연산 첨가 양치용액 사용 등도 도움이 됩니다. 반면 커피는 약한 산성을 띠어 혐기성 세균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우유는 혐기성 세균의 먹이인 단백질 찌꺼기를 입안에 남기므로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구취로 고생하신 분들은 그동안 즐기시던 커피를 녹차로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녹차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구취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구강청정제에 들어있는 멘톨이나 페퍼민트 등의 향료 성분은 입냄새를 일시적으로 가려주고 알코올 성분은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구취에 단기간 효과가 있지만 오랜 기간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구강 내에는 구강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세균들도 있는데 이 세균들이 사라지면 곰팡이가 자라는 진균증에 걸려 입안이 헐고 피가 날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도 구취가 사라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보는 편이 좋습니다. 입 속 세균이 만드는 생리적 구취 외에 코, 목의 염증 또는 치주, 치아 질환으로도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입을 막고 코로 바람을 내뿜어도 입 냄새가 나면 코나 목의 염증 때문일 수 있습니다. 편도결석, 축농증, 충치, 잇몸염 등은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한 대표적인 질환들입니다.

 구취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개인적, 가족적,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한 구취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꺼리게 하고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드는 등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마케팅이나 세일즈 업무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직장생활이나 사업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되어 정상적인 사회 활동에 제약이 따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에는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행복해야 할 부부관계에서 구취가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도 적잖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다져진 정서보다 순간적인 이미지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현대인들이 외모지상주의에 빠지는 세태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구취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각 개인 특유의 입냄새가 조금씩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구취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이해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절실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관악이비인후과 / 최종욱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목메이는 목질환 이야기

최종욱 박사의 알기쉬운 목질환 설명

1989. 9. ~ 2001. 12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1999. 9. ~ 2001. 4 고려대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주임교수
1999.10. ~ 2000. 3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부원장
2000. 4. ~ 2001. 4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병원장
2006. 5. ~ 현 재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
2006. 5. ~ 현 재 대한임상보험의학회 이사장
2008. 3. ~ 현 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부이사장
2007. 7. ~ 현 재 보건복지부 신의료평가제2분과위원회 위원장
2002. 10. ~ 현재 관악이비인후과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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