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살린 아내의 맹장염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한솔병원/이동근 원장

 

남편을 살린 아내의 맹장염

6년 전 어느 여름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성형외과 의사 H씨가 급박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부인이 배가 아파서 종합병원 응급실에 왔는데 맹장염 진단을 받았다는 것. 필자에게 복강경맹장염수술을 부탁했는데 그 병원에서는 복강경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한 모양이었다.

긴급히 수술 예약을 잡고 H씨와 부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한 부인의 반응이 의외였다. 자신의 맹장염은 뒷전이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동안 계속 남편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바깥 양반이 평소 화장실을 자주 다니고 설사도 자주 합니다. 오늘 꼭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해 주세요.”

부인의 복강경맹장염수술을 끝낸 후 H씨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했다. 그런데 검사 결과 하행결장(좌측결장)에서 4cm 크기의 대장암이 발견됐다. CT촬영과 조직검사를 추가로 실시해 정확한 상태를 알아보니 대장암 3기였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진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로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H씨는 어디서 수술할 것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하루 뒤 다시 병원에 찾아왔다.

“아는 분을 통해 이곳에서 했던 복강경대장암수술 비디오를 구해서 봤습니다. 저도 그 방법으로 수술할 수 있을까요?”

대장암 1~3기는 모든 경우에 복강경수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4기일 때는 암의 크기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다행히 H씨는 3기인데다 암종도 10cm보다 작아서 복강경수술이 가능한 경우였다.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H씨는 수술 5일 후 퇴원했고 1주일 후부터 통원 진료를 시작해 6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 전, 드디어 5년간의 추적관찰이 끝나고 대장암 재발의 공포에서 해방됐다. H씨가 완치 판정을 받은 지 며칠 후 필자에게 예쁜 카드 한 장이 배달됐다. “부인의 맹장염 덕분에 병을 발견했고 복강경수술을 선택해 수술의 고통을 줄이고 완치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부인과 필자에게 언제나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6년 전만 해도 복강경대장암수술을 하는 병원이 거의 없었다. 당시 한솔병원 대장암센터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복강경대장암수술을 시행하는 곳이었다. 복강경대장암수술은 배꼽 부위에 1cm 이하의 구멍을 뚫고 내시경을 통해 배 안을 들여다 보면서 수술기구를 넣어 암을 절제하는 수술을 말한다. 개복수술에 비해 수술 후 통증이 적어서 마약 성분의 진통제 투여 기간이 이틀 정도로 짧다. 절개 부위가 작아서 상처가 곪는 등의 창상 감염이 거의 없고 장이 유착돼 생기는 장폐색증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장 운동이 빨리 회복되기 때문에 고령 환자의 수술에서 수술 후 장 마비 현상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고, 수술 흉터가 작아 입원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사회활동에 조기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항암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도 개복수술보다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으며 수술 후 체력과 면역기능 유지력도 뛰어나 멀리 보았을 때 암의 재발률을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한솔병원 / 이동근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치질과 변비. 환자 사례로 알아본다.

- 현 한솔병원 원장
- 의학박사,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역임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미국 사우스베일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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