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배탈에서 벗어난 김여사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한솔병원/이동근 원장

 

지긋지긋한 배탈에서 벗어난 김여사

깔끔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의 김여사(42세)는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증세로 말 못할 고민이 많았다. 외출을 해서도 화장실을 찾는 일이 잦았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한동안 전혀 변을 보지 못해 애를 태우기도 했다. 언론에서 대장암에 대해 소개해 줄 때면 ‘혹시 내가 대장암이 아닐까’ 하고 걱정을 하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사르르 아픈 날이 많아지더니 왼쪽 아랫배에 소시지 같은 혹이 만져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변에 하얀 점액이 묻어나고 가스가 차면서 배가 불러오는 증상이 생겼다. 이를 확인한 김여사는 틀림없이 대장암이라고 판단하게 됐다. 눈물로 밤을 새우고 마음의 각오를 한 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필자를 찾아 왔다. 그러나 김여사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니 전형적인 과민성장증후군의 증상이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왔는지 반드시 당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원해서 장세척제를 복용시킨 후 4시간 뒤에 검사를 시행했다. 예상대로 대장 속은 매우 깨끗했다. 대장암은 절대 아니라고 설명한 뒤 1주일 분량의 과민성장증후군 약을 처방해 주었다

.1주일 뒤 김여사가 약이 그대로 담긴 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혹시 약에 부작용이 있어서 다시 가져온 것인가 걱정돼 물었더니 김여사가 웃으며 말했다.

“검사 후 원장님께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시니까 거짓말처럼 배탈 증세가 나았어요. 그래서 약 먹을 필요가 없었거든요.”

과민성장증후군은 말 그대로 장의 감각이 너무 예민해져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대장암과 같은 큰 병으로 악화되진 않지만,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아 오랫동안 환자를 괴롭히는 고약한 병이다. 평소 배가 더부룩하거나 살살 아프고 설사 또는 변비가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과민성장증후군을 의심해 볼 만하다. 과민성장증후군은 전체 소화기질환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며, 환자의 절반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가지고 있다. 또 감기 다음으로 많은 결근의 원인으로서 사회 활동을 제약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주로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요인과 특정한 음식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예민한 여성에게서 2~3배 더 많으며 사회활동이 많은 35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 나이가 들수록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주된 증상은 불규칙한 배변. 설사를 자주 하고 변비가 생기거나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나타난다. 메스꺼움과 속쓰림, 구토, 배변 후 잔변감 등의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과민성장증후군 여부는 한두 가지 검사로 진단할 수 있는 병이 아니고 세밀한 종합검진을 통해 대장암이나 각종 대장질환이 아님을 확인해야 알 수 있다. 일단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진단되면 만성적 질환이고 완치가 어려우므로 약물치료와 식습관 개선 등의 꾸준한 관리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증상 악화의 주범이므로 가능한 한 마음을 편하게 갖도록 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치료 중에는 의사를 신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환자가 증상이 좋아지지 않거나 재발하면 다른 병원을 찾아 다니며 병을 장기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보다는 신뢰가 가는 의사에게 꾸준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한솔병원 / 이동근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치질과 변비. 환자 사례로 알아본다.

- 현 한솔병원 원장
- 의학박사,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역임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미국 사우스베일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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