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에 사마귀가 생겼어요”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한솔병원/이동근 원장

 

“항문에 사마귀가 생겼어요”

수려한 외모의 K양(23세)이 항문에 사마귀가 났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검사해보니 항문 주위의 피부가 닭볏처럼 오톨도톨해져 있었다. 혹시 항문 성교 경험이 있냐고 물으니 묵묵부답이었다. 이럴 때는 더 물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 이상 묻지 않고 병명을 알려주었다.

“항문곤지름이라는 병입니다. 의학용어로는 ‘첨규형 콘딜로마’라고도 하며 ‘콘딜로마 아큐미나타’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생깁니다. 주로 성접촉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드물게 공중 목욕탕이나 오염된 수건에 노출돼 옮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명을 들은 K양이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실은 6개월쯤 전에 남자친구 몸에서 같은 증상을 봤거든요. 뭐냐고 물었더니 별 거 아니라고 했는데 얼마 전부터 제 몸에도 생기지 뭐예요. 인터넷을 찾아보고 대충 짐작은 했는데 정말 성병이라니……. 남자친구가 좀 바람둥이 스타일이긴 한데 이런 병까지 저한테 옮길 줄은 몰랐어요.”

막막해하는 K양에게 앞으로 공중 목욕탕은 피하고 수건도 혼자 사용하고 병이 나을 때까지 성관계도 갖지 말라고 일러주었다.
곤지름은 육안으로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2기 매독인 편평형 콘딜로마이거나 항문암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 K양도 정확한 진단을 위해 매독 반응 검사와 에이즈 검사, 항문암 조직 검사를 추가로 시행했다. 검사 결과는 역시 항문곤지름이었다.

항문곤지름은 항문 성행위를 즐기는 동성연애자에게 잘 발생한다. 간혹 곤지름을 가진 이성과의 성관계로 전염되기도 한다. 원인은 ‘콘딜로마 아큐미나타’라는 바이러스이며 접촉 후 1~6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게 된다.

주된 증상은 항문 주위에 버섯 또는 사마귀 모양의 혹이 자라는 것이다. 이 혹은 매우 부드러워서 만지면 쉽게 상처가 생기고 피가 난다.그래서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무작정 긁는 환자들의 경우 환부가 검게 변색돼 버리는 일이 많다.

곤지름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는 포도필린과 알다라 크림이 있다. 포도필린은 1주일 간격으로 곤지름에 직접 바르는 연고인데,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바를 때 정상 피부에 묻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알다라 크림은 이틀에 한번씩 바르고 6~10시간 후 깨끗이 씻어내 는 방법으로 사용한다. 포도필린에 비해 독성이 적고 치료효과도 좋은 편이어서 최근에는 알다라 크림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곤지름은 워낙 재발이 잘 되기 때문에 약물로만 완치하기가 쉽지 않다. 약물 치료 후 경과를 지켜보다가 4~5주 후에도 곤지름이 남아 있을 때는 레이저나 전기 소작술로 치료한다. 곤지름이 아주 크거나, 항문 속 혹은 직장까지 퍼져 있는 경우엔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K양은 한 달 동안 알다라 크림을 바르는 치료를 받았고, 치료 후 눈에 띄게 증상이 좋아졌다. 약간 남아 있는 곤지름은 전기소작술로 제거하고 모든 치료를 끝냈다. 3개월 뒤 경과를 확인하러 K양이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재발 증상은 없었다. 지금처럼 잘 관리해 주면 완치될 수 있겠다고 하자 K양이 웃으면서 말했다.

“남자친구가 1년째 곤지름 치료 중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어요. 재발돼 고생하고 있다고 하길래 그 친구에게 원장님을 소개해 주고 헤어져 버렸어요.”

K양은 “이제 잘 생긴 남자가 싫어졌다”며 “앞으로 몸가짐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는 말을 남기고 진료실을 나갔다.

한솔병원 / 이동근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치질과 변비. 환자 사례로 알아본다.

- 현 한솔병원 원장
- 의학박사,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역임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미국 사우스베일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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