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소리, 耳鳴(이명)에서 배우는 지혜

임호준기자의 헬스편집실

헬스조선/임호준 대표


연세가 드신 분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 중 하나가 이명(耳鳴)입니다. 그래서 실력 있는 의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하면 저까지 곤혹스러워 집니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 부모님도 한동안 이명으로 무척 고생 하셨는데 도움을 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요즘은 그럭저럭 지낼 만 하신가 봅니다. 이명과 친구가 된 것이지요.

이명과, 이명과 비슷한 노인성 질환들을 이기기 위해선 병의 실체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명은 몸 밖이 아닌 몸 안에서 들리는 소리입니다. 중이(中耳)의 이소골에 있는 작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내이(內耳)의 혈관이 뛰는 소리가 이명의 실체입니다. 따지고 보면 내이의 혈관이 뛰는 소리가 노인이라고 더 클 이유가 없습니다. 청력이 좋을 때는 외부의 작은 소리까지 다 들리므로 그 소리에 묻혀 몸 속의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노화로 청력이 감퇴되자 몸 안의 작은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입니다.

보통 바람 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휘파람 소리, 벌레 우는 소리, 기계 소리 같은 것들이 뒤섞여 들리는데 몹시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주변이 조용한 밤에 더 크게 들려 대부분 잠을 잘 못 주무시고, 정신질환을 일으키거나, 심한 경우 자살을 시도하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명은 노인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이명을 도와 줄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몸 속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외부에서 소음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차폐(遮蔽)장치나, 몸 속 소리보다 몸 밖 소리를 더 잘 들리게 하는 보청기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의사는 고통스러워도 참고, 소리에 신경을 쓰지 말라고 권합니다. 무책임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정답입니다. 소리에 무감각해지도록 노력하다 보면 나중엔 그럭저럭 괜찮아 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이명이 들려도 과민 반응하지 않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명 재훈련 치료’를 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디 귀만 문제가 되겠습니까. 머리 꼭대기서부터 발 끝까지 모두 노화가 진행돼 불편과 고통을 주게 됩니다. 개중에는 현대의학적 치료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이명처럼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생활습관병들도 그 범주에 속합니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짜증을 내고 불편해 하면 본인만 괴로워 지고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됩니다. 수긍할 현실과 극복할 현실을 분간하는 지혜는 100세 장수 시대의 가장 절실한 덕목 같습니다.

한편 노화가 아닌 아스피린이나 항생제의 남용, 귀지, 귀 속 염증, 청신경 종양, 메니에르씨병 등으로 이명이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 임호준 Health 편집장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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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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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조선일보 헬스편집장
현 헬스조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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