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원장의 마디마디 톡톡 - 척추이야기

‘30대에 찾아온 허리 통증, ‘디스크’ 아닌 ‘이것’ 때문?’

마디손병원이호진 병원장
입력
2026-06-11

외래로 한 분이 내원하셨다. 30대 후반의 남성분으로 허리 통증 및 왼쪽 종아리 저린감을 호소하신다. 10년 전부터 증상이 있어 오랜 기간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신다. 특히 풋살을 좋아하는데 운동을 하고 나면 통증이 너무 심해 며칠을 고생한다고 한다. 10년 이상을 통증 속에 살다 보니 수술적인 치료를 원해서 내원하신 거다. 그런데 수술에 대해 얘기하는 와중에도 얼굴이 밝다. 긍정적인 젊은 환자분이구나 하고 내심 생각하고 있던 터에, 타 지역에 살고 있는데 여기까지 찾아오신 연유를 물으니 이제 의문이 풀린다.

본인은 정형외과 의사인데 동료 척추전문의에게 소개를 받고 찾아오셨다고 한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이제는 10년 넘은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확실한 믿음 때문에 표정이 밝으셨던 거다. 나는 다소 어깨가 무거워진다. 물론 자신 있다. 수술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며 결과도 상당히 만족스러울 거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의료계에는 VIP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다. VIP 신드롬은, 1964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Walter Weintraub가 소개한 것으로, VIP 환자에게 특별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도가 평소의 표준 진료 절차를 벗어나 오히려 진료의 질을 떨어뜨려 좋지 않은 치료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래서 VIP일수록 동일한 표준 진료 프로토콜을 철저히 적용하여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수술도 마찬가지다.

MRI 검사를 통하여 상태를 확인해 보니, 환자분의 진단명은 발달성 척추협착증이다. 선천적으로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서 발생한다. 일반적인 척추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으로, 발병 나이가 60-70대 이상인 반면, 발달성 척추협착증은 환자분의 사례와 같이 비교적 젊은 30-40대에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 미국의 척추 역학 조사(프래밍햄 연구)에 따르면, 일반 인구의 약 7.3%가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소인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이들은 전체 협착증 환자의 10~15%를 차지하며,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다 보니 팽윤 등의 경미한 디스크 질환으로도 협착증의 증상이 발현되어 허리 통증, 다리 저린감 및 방사통 등을 심하게 호소할 수 있다.

이 환자분의 경우, 좋아하는 풋살 운동을 하게 되면, 좁은 신경공간 속에서 격렬한 허리 움직임에 의해 디스크 질환 주변의 염증이 더 활발해져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약물 복용은 물론, 수차례 시행한 허리 신경 주사치료에도 증상의 호전이 보이지 않아 결국 젊은 나이임에도 수술을 결정하신 것이다. 수술은 양방향 척추내시경을 이용하여 진행하였다. 내시경 렌즈와 기구가 서로 독립되어 있어, 선천적으로 좁은 척추관을 효과적으로 구석구석 안전하게 넓히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또한 환자분은 젊은 정형외과 의사로서 다년간 수술을 해야 하기에 허리의 주변 조직의 보존은 필수적인데 이에 양방향 내시경은 제격이다. 수술은 무리 없이 표준 절차대로 수행하여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술 후 회복도 빨라 3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다행히 VIP 신드롬은 없었다. 얼마 전 병원을 방문한 환자분은 안 그래도 좋은 인상이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10년간 꾸준히 괴롭히던 통증이 사라졌다고 만족하신다. 다시 어깨가 가벼워진다. 나도 같이 활짝 웃었다.

종종 30~40대 젊은 층에서 허리 통증을 단순 근육통이나 흔한 디스크로 여겨 ‘곧 괜찮아지겠지’ 하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증이 장기간 지속되고 약물복용이나 주사치료로 호전이 없다면 선천적인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치료 원칙을 찾는 것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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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의사분이 허리 통증과 하지 방사통으로 내원하셨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는 발달성 척추협착증 사례를 통해, 디스크와 구별되는 이 질환의 특징과 치료 과정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