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호의 손·손목 이야기

다친 후 손가락 감각 이상해…놓치기 쉬운 손가락 신경·힘줄 손상

SNU서울병원곽상호 원장
입력
2026-06-11


49세 여성이 작업장에서 작은 칼에 손바닥을 찔린 뒤 제2수지(검지)에 지속적인 통증을 느껴 외래를 찾았다. 상처의 크기가 크지 않아 초기에는 피부 봉합만 받았으나, 3개월이 되던 시점에서 내원했을 땐 손가락 자체의 통증뿐 아니라 손상 부위를 조금만 건드려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밤에 잠을 이루기 어려웠고 가볍게 뛰는 동작조차 불편할 정도였다. 또한 해당 손가락의 감각은 거의 소실된 상태였다. 확인해보니 검지의 감각신경 손상 후 발생한 외상성 신경종(traumatic neuroma)이 문제였다. 이에 신경종을 절제한 후 자가신경 이식을 이용한 감각신경 재건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후 1년째, 통증은 상당 부분 감소하였으나 감각은 제한적으로 회복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손바닥 열상처럼 보였지만, 심부의 감각신경 손상이 늦게 발견돼 신경 이식까지 필요해진 사례였다.

손가락 열상에서 신경 이외에도 가장 흔히 놓칠 수 있는 구조물은 힘줄이다. 힘줄은 손가락을 구부리는 굴곡건과 펴는 신전건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굴곡건은 전체 단면의 약 40% 이상, 신전건은 약 50% 이상이 손상된 경우 수술적 봉합을 권고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손가락 운동이 명확히 저하되어 있다면 완전 파열을 의심하여 수술을 고려한다. 반면 운동 기능이 비교적 유지되는 경우에는 손상 기전, 사용된 도구, 상처의 위치와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부분 파열 여부와 수술 필요성을 판단한다.

또한 쇠붙이나 유리조각에 다친 경우에는 X-ray 검사를 통해 체내에 남아 있는 잔류 이물을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단순 열상으로 생각하여 피부만 봉합한 뒤 시간이 흘러  물건을 들거나 밀다가 부분 손상된 힘줄이 완전 파열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힘줄 손상은 앞서 이야기한 신경 손상과도 관련이 있는데 굴곡건의 양측 옆으로 중요한 손가락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만약 굴곡건 손상이 있을 경우 동반된 신경 손상을 수술장에서 반드시 확인하고 필요시 신경 봉합을 하기도 한다.

심부 조직 손상 중에서는 신경과 혈관 손상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손가락의 횡단면을 시계 모양에 빗대면 손톱은 12시 방향에 위치하며, 주요 신경과 혈관은 대략 4시 30분과 7시 30분 방향을 따라 주행한다. 따라서 이 부위에 발생한 열상에서 손가락 끝의 감각 저하가 있거나, 출혈이 쉽게 멈추지 않는다면 신경 또는 혈관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신경은 혈관보다 피부 표면에 더 가깝게 위치한다. 따라서 혈관 손상이 의심된다면 신경 손상도 함께 의심해야 한다. 출혈이 멈추었다고 해서 바로 피부 봉합만 해서는 신경 손상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출혈이 잘 잡히지 않았거나 내원 시에 감각 저하가 확인된다면 수술장에서 신경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가능하면 동반된 혈관 손상 역시 혈관봉합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

모든 신경 손상이 당일 봉합되는 것은 아니다. 초기 진료 시 환자가 감각 저하를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응급실이나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는 미세수술이 가능한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도 하다. 또한 상처의 오염이 심하거나 다른 외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우선적인 처치가 필요한 상황도 있다. 이러한 경우라면 가급적 2주 이내에 미세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전원하여 평가와 봉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치료가 수개월 이상 지연될 경우이다. 절단된 감각신경에서는 재생되는 축삭(뉴런에서 세포체로부터 길게 뻗어 나온 돌기)이 정상적인 신경 통로를 찾지 못한 채 주변 섬유조직과 뒤섞여 비정상적인 덩어리를 형성할 수 있는데, 이를 신경종(neuroma)이라고 한다.

이 경우 단순한 감각 저하보다 신경종 자체에서 발생하는 통증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치료의 원칙은 신경종을 절제한 뒤 건강한 신경 끝부분이 확인될 때까지 정리하고, 자가신경 또는 동종신경 이식을 이용하여 신경을 재건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조기에 단순 봉합을 시행한 경우에 비해 감각이 잘 회복되지 않기도 한다. 실제 수술의 주된 목적 또한 감각 회복보다는 통증 감소에 있다.

신경종은 신경이 완전히 절단되지 않은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일부 신경 다발만 손상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연속성 신경종(neuroma in continuity)은 감각 저하가 부분적으로 나타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손가락 열상 이후 감각 변화가 지속되거나 압통이 심한 경우에는 조기에 탐색술을 통해 신경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가락 열상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손상이지만, 단순한 피부 상처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적절한 탐색을 통해 힘줄, 신경, 혈관 손상을 조기에 진단하고 수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다. 힘줄 손상은 손상 범위에 따라 건 봉합술을 고려해야 하며, 신경 손상은 즉시 봉합하지 못하더라도 가능한 2주 이내에 전문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진단이 늦어 신경종이 발생하면 신경 재건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감각 회복보다는 통증 감소가 주된 치료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손가락 열상은 작은 상처처럼 보이더라도 조기에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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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때조차 쉬지 않고 움직이는 손과 손목. 방아쇠수지, 손목터널증후군, 손목건초염, 테니스·골프엘보, 손 퇴행성관절염, 주관증후군 등 손과 손목, 팔꿈치에 생기는 상지 질환에 대한 지식과 치료방법(주사치료, 관절경, 절골술, 신경치료, 회복치료)의 개인적 견해를 여러분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