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질환, 만성 신장병(CKD) 극복의 길: 조기 진단부터 최첨단 맞춤 투석까지

대한민국에서 만성 신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CKD는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질환’으로 불린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신기능이 상당히 악화된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인 검진과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KD는 신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노폐물과 과잉 수분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는 상태로,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이 주요 원인이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단순한 노폐물 축적을 넘어 빈혈(Anemia), 뼈 질환(Renal Osteodystrophy), 심혈관 합병증 등 전신에 걸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신기능 저하가 진행된 CKD 환자에게는 적절한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약물 치료는 환자의 신기능 단계(Stage)와 동반 질환을 고려해 정밀하게 조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신장 기능이 빠르게 악화되어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해질 수 있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건강 정보를 접하고 실천하다 신기능이 악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CKD 환자는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자신의 신기능에 맞춰 전문의의 지도 아래 지속적으로 조절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만성 신부전 진행을 늦추기 위한 추가 약제도 적절히 투여해야 한다.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비과학적 방법을 시도하면 신장 손상이 더 빠르게 진행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말기 신장병으로 진행한 환자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주로 혈액투석(hemodialysis, HD, 여기에는 혈액여과투석, hemodiafiltration, HDF도 포함), 복막투석(peritoneal dialysis, PD), 또는 신이식(kidney transplantation) 치료를 받는다. 이 치료 방식들은 모두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요법이지만, 환자에게는 시간적·신체적 부담과 더불어 식이·수분 제한 등 생활의 큰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 선호, 그리고 의학적 적응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치료 방식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혈액투석(HD)은 일주일에 3회, 한 번에 약 4시간씩 병원에서 시행되며, 인공신장을 통해 혈액 내 노폐물과 과잉 수분을 제거한다. 이 중 HDF는 HD에 여과 과정을 추가해 요독 물질 중 중분자 물질(Middle Molecules) 제거 능력을 높인 진보된 방법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고 혈관 합병증과 염증을 줄여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장점이 있다. 본원 신장내과는 HDF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며, 의료진들은 국내 HDF 연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여 환자들에게 최신의 HDF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복막투석(PD)은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복막강에 투석액을 주입하여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는 직장 생활 등 일상에서 비교적 일정한 자율성과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감염 예방을 위한 환자 본인의 철저한 위생 및 관리 노력이 중요하다. 한편, 신이식(kidney transplantation)은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가장 생리적이고 장기적으로 우수한 치료이다. 투석에 비해 생존율과 삶의 질이 높지만, 수술 위험과 기증 장기 확보의 어려움이 있고, 수술 후에는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며 감염 및 거부반응 관리가 필수적이다.

CKD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므로, 환자의 생활 패턴과 의학적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 방식을 전문의와의 충분하고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과 최적의 맞춤 치료를 통해 신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고 장기적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