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교 신경외과 교수님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입니다.
“매우 긍정적인 50대 여자분이었어. 마비가 진행 중인 흉추 황색인대 골화증이었지. MRI를 보니 신경이 심하게 눌려서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수술 이후 결국 하반신 마비가 되었어. 당연히 수술은 조심하고 또 조심했지만 재관류(Reperfusion injury)에 의한 손상 때문인지 마비를 막을 수는 없었어...”
수술한 지 3년이 지났고, 최선을 다한 수술이었지만 외래에서 그 환자를 만나면 교수님은 아직도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소변줄을 삽입한 상태에서 외래를 오시니까, 소변줄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맡고 있으면 너무 죄책감이 들어. ‘더 나은 방법이 없었을까’하는 생각 때문에 너무 죄송하고 미안해...”
그래서 교수님은 ‘척추의 움직임만 제한하면 신경 마비의 진행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수술법을 연구했고, 신경을 감압하는 위험한 과정 없이 척추에 나사만 삽입해서 고정하는 수술 방법을 시행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환자들이 잘 걷기 시작했고 MRI 상에서의 병변이 나아지고 있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 환자분들 중에도 비슷한 증상을 가진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 역시 수술 이후에 마비가 올 것이 두려워 실력 있는 의사, 경험이 많은 의사를 찾아갔지만 결국엔 수술이 끝나봐야 알기에 선뜻 힘든 결정들을 바로 내리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수술을 적극 권유하고 있습니다. 수술법은 바로 나사못만 삽입하는 척추 유합술이고, 신경에 대한 감압없이 고정만 하는 수술이기에 위험성이 매우 적은 수술입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이 수술의 최대 단점은 케이스가 아직 많지 않아 논문으로 아직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그 어떤 의사도 이것을 시도해 본 적이 없기에 다른 논문들도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환자에게 위험하지 않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신경을 건드려야 하는 위험한 작업은 천천히 해도 되니 나사를 삽입하는 수술을 먼저 해보는 것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너무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현재 흉추 부위의 후종인대 골화증이나 황색인대 골화증으로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마비가 진행하고 있어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나사못을 먼저 삽입하는 수술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글을 마칩니다.
치료의 본질은 환자가 자신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