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설명하는 약물 이야기

약물 사이에도 ‘좋은 친구’ ‘나쁜 친구’가 있다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박억숭 과장
입력
2023-03-10

작용제와 길항제

약물 사이에서도 서로를 돕는 ‘좋은 친구’, 효과를 감소시키는 ‘나쁜 친구’가 있다. 내인성 물질과 활성 그리고 작용제, 길항제에 대해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인성 물질과 활성
대부분 약물은 표적 세포의 표면이나 내부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해 ‘약물-수용체 복합체’를 이룬다. 약물은 열쇠, 수용체는 자물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약물은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이지만, 원래 있던 조절 분자의 효과와 비슷한 반응이 나타난다. 보통은 내인성 물질(intrinsic factor)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약물을 ‘작용제(agonist)’, 효과를 감소시키는 약물을 ‘길항제(antagonist)’라 부른다.

작용제와 길항제
작용제와 길항제도 여러 종류가 있다. 먼저, ‘완전 작용제(full agonist)’는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서 내인성 물질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내인성 활성은 1이다. ‘부분 작용제(partial agonist)’는 전체 수용체와 결합하더라도 완전 작용제와 같은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내인성 활성은 0~1이다. 하지만, 다양한 친화성을 가질 수 있고 완전 작용제의 길항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역 작용제(inverse agonist)’가 수용체와 결합하면 수용체 활성을 역전시켜 반대작용이 나타난다. 내인성 활성은 0보다 적다. 역 작용제는 활성화되는 수용체 수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길항제(antagonist)’가 있다. 길항제는 수용체와 결합하지만, 그 자체의 내인성 활성은 0이다. 길항제는 작용제 없이 단독 효과는 없다. 하지만, 작용제가 있다면 그 효과를 감소시킨다. 길항제는 작용제와 경쟁하기도, 반대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약리학에서 ‘작용제’와 ‘길항제’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좀 더 쉬운 예는 ‘학교 친구’이다. 학교 친구를 작용제와 길항제로 나눌 수 있다. 본인이 전교 1등이라 생각해보자! ‘완전 작용제’는 옆 반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공동 1등이다. ‘부분 작용제’는 1등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다. 보통 이 친구들은 의지를 부추겨서 공부에 도움이 되는 좋은 친구들이다. 하지만, 방해꾼 ‘역 작용제’를 만나면 공부 의욕도 성적도 무조건 떨어진다. 그리고 ‘길항제’는 절대 혼자 공부하지 않는 친구다. 시험 기간만 되면 옆에 와서 방해될 정도로 묻는다. 가끔 교재를 숨기기도, 볼펜을 뺏기도 한다. 이들은 성적을 떨어뜨리는 나쁜 친구들에 해당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