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미국, 중국이 주도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정밀·맞춤의료 분야에서 최근 일본이 `게놈 진료`를 내세우며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밀의료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요인을 분석한 뒤 맞춤형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다. 환자마다 일률적인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치료법을 뛰어넘을 `미래기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환자 개인 별 유전적 요인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는 `빅데이타 기술`과 많은 자금 및 분석대상이 요구되기 때문에 경제적 대국인 미국, 그리고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 국가 주도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게놈 진료`로 승부수 던지다

정밀의학 시장에 일본이 처음 관심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7월 일본 정부 주도로 `게놈의료실현추진협의회`가 구성되면서 부터다. 일본 정부는 당시 자국민의 게놈을 분석해 암과 치매, 희귀·난치질환과 관련된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겠다고 선포했다.

게놈은 생물이 생활기능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1쌍의 염색체를 뜻한다. 게놈을 분석하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은 약을 처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학계에서는 전망돼 왔다.

협의회 구성 후 일본 후생노동성은 `게놈의료 실용화를 위한 제도 추진`에 44억엔(한화 약 500억원), 일본 문부과학성은 `게놈의료 실현 추진 플랫폼 사업`에 19억엔(약 22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일본 정부의 투자 결과, 일본 내에서는 올해 1월부터 수술이나 기존 항암제 등 표준적 치료방법에 대해 효과가 거의 없는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은 간암 환자 300명의 DNA와 RNA를 추출하고, 전체 게놈 정보를 해독해 게놈 변이를 모두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암의 유전체 배열 정보를 바탕으로 간암치료의 개별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시험 중인 약물 중 효과가 있는 제품을 선별하는 스크리닝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다케다 제약 등 10여개의 제약회사와 200여개의 의료기관이 게놈신약 개발을 목표로 대규모 공동연구 프로젝트 `SCRUM-Japan`을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의 사업주체는 일본 국립암센터다. 국립암센터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기업·의료기관 간 연구개발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의료기관은 암 환자의 유전체 분석을 무료로 제공하며, 기업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국립암센터와 협력해 의약품을 개발 한다.

韓 정부, 늦었지만 정밀의료 산업화 적극 논의 나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일본이 정밀의료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자 한국에서도 늦었지만 정부 주도로 정밀의료 산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논의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공공기관 및 민간 전문가와 함께 `정밀의료 연구개발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현재 정밀의료 연구개발 종합계획 발표를 목표로 세부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상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진료 데이터는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밀의료가 현실화되면 환자들마다 부작용은 적고 가장 좋은 효과가 있는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가능해 지는 등 의료계에서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연구가 부족한 나라들의 의술은 크게 뒤떨어 질 것"이라며 "늦었지만 정부가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