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상지(팔) 절단 장애인 수는 약 14만명이다. 상당수의 절단 장애인들은 의수 구입을 주저하고 있다. 현재 의수 가격이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려운 집에선 엄두도 내기 힘든 가격이다.

그러나 이 비싼 의수를 스마트폰 가격(99만원)에 판매하겠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3D 프린팅 스타트업 업체인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다. 그는 포털 `다음`에서 스토리 펀딩을 진행하며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 저렴한 전자의수를 만들기 위해 지난 1년 반 동안 꾸준히 노력해 왔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저렴한 의수를 만드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이 기술은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헬스코리아뉴스가 `만드로` 이상호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만드로 이상호 대표

-. 3D 프린터를 이용한 의수제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간단히 설명해 달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팔이 절단된 한 분의 사연을 알게 됐고, 이 한 분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양손을 잃은 사람을 생각해보니 너무 살기 힘들 것 같았고, 한 달만 시간을 써서 재능 기부로 이분을 도와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사업을 할 생각이 없었다.

다행이 외국에서는 아주 저렴한 재료들로 전자의수를 만들었다는 사례가 있었다. 마침 그것이 내가 알고 있던 지식들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고, 한 달이면 만들 수 있겠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

-. 현재까지 제작된 전자 의수의 성능은 어느 정도인가?

"각 손가락마다 모터가 들어가서 손가락을 따로 움직일 수 있다. 사람의 근육신호를 받아서 구동시킬 수 있는 근전도센서를 넣었다. 이 센서로 절단부위에 남아있는 근육의 신호로 물건을 잡을 수 있다. 약 3kg의 악력을 구현해 물건을 꽉 잡을 수 있다. 의수 자체의 무게는 0.7kg 정도다.

손이 없는 사람이 스마트폰 충전단자 형태로 의수를 충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충전단자를 눕혀서 걸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이에 더해 전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와 스캐닝 기술로 사람 맞춤형 소켓을 만들었다. 3D 프린터로 저비용의 완제품 의수를 출시하는 것도 최초다. 외국은 FDA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 조립키트 정도만 판매하고 있다."

-. 3D 프린팅 기술이 의수제작에 적합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비싸게 만드는 건 언제나 가능하지만, 이 기술이 없으면 저비용으로 제품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개인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도 의수에 적합하다. 소켓이나 팔의 길이나 손의 크기 같은 것들을 개개인에 맞춰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3D프린터다. 흔히 3D 프린팅 기술을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고 하는데 의수가 바로 거기에 해당된다."

-. 의수 제작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핸드폰 가격으로 의수를 출시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힘들었다. 의수 제작이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오히려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어떻게 100만원 안에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가 고민의 연속이었다.

가령 근전도 센서가격은 10만~20만원이고, 기성 의수용 소켓은 기본 30만~40만원이다. 이것만으로 이미 70만~80만원이 된다. 프린팅 비용 자체도 무시할 수 없고 인건비 등의 문제도 있었다. 결국 비용 대비 효율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가 직접 근전도센서, 소켓 등을 만들었다."

-. 출시가격은?

"99만원에 조만간 첫 번째 출시를 한다. 물론 이 비용으로는 회사가 수익을 낼 수는 없다. 오히려 적자를 볼 수도 있지만, (다음에서 펀딩을 진행하면서) `스마트폰 가격에 출시를 하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기 때문에 첫 두 달은 이 가격을 유지할 것이다.

후에 비용이 증가할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장애 보장비 지원 예산을 활용하면 100만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꾸준히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저렴한 비용 때문에 기존 의수 제작 업체들에게 불만이나 항의가 들어오지는 않았나?

"현재 다음 스토리 펀딩 연재를 하고 있는데 99%의 댓글은 다들 `응원한다`, `후원한다`의 댓글이지만, 1%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기존 업체에서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조금은 민감한 반응이다. 직접적으로 항의하지는 않는다."

-. 전자의수 외에 다른 계획은?

"일단 의수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가 의수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절단 장애인 중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30%에 불과하다. 손목에서 팔꿈치 사이에 절단된 사람만 이 의수를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손에서 어깨까지 다양한 크기로 만들어 착용할 수 있는 사람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 3D 프린팅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문가 영역이었던 의료기기 제작이 민간영역으로 바뀔 수 있을까? 사람들이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작·유지·보수 과정이 간단해져야 한다. 손가락 하나가 망가지면 사용자가 직접 프린트해서 그 자리에서 고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다만, 지금은 조립 그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어렵다."

-. 3D 프린팅 기술의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아직까지는 개인이 집에서 사용하기에는 3D 프린터의 사용방법이 어렵다. 프린터기는 버튼만 누르면 작동이 가능하지만 아직 3D 프린터는 그 수준까지 가지 못했다. 3D 프린터는 재료가 달라지고, 3차원 층이 쌓이기 때문에 일반 종이 프린터기보다 설정이 훨씬 복잡하다. 이런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어디에 쓸 것인가`다.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3D 프린팅 분야는 콘텐츠가 없어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각 개인이 3D 프린터를 사용하기에 기반이 되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예를 들면, 컴퓨터는 워드, 게임,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에 산업용, 개인용, 교육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까지 발전해 올 수 있었다. 3D 프린터도 매일 써야하는 이유, 지속가능한 콘텐츠가 나와야한다. 콘텐츠가 개발되는 그 순간, 시장이 열리고 대중화가 될 것이다."

-. 사람들이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면 품질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외국에서는 본인이 직접 치아교정 틀을 만들었던 사례도 있었지만, 결국에 사람들은 안전성 자체의 측면 때문에 직접 만드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비용으로 의료복지가 필요한 나라에서는 자체 제작을 허용할 수도 있고, 안전성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면 인증이나 규제로 묶을 필요가 있다.

품질문제는 애초에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누구나 쉽게 조립하고 자가 보수를 할 수 있게 난이도를 줄이면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 앞으로 3D 프린팅 기술이 발달하면 고가의 의료기기가 저렴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의료기기가 저렴해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복잡한 의료기기일수록 인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 시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대부분 의료기기의 비용은 임상 과정에서 발생한다. 실제로 착용하는 사람에게 해가 가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것이다. 이런 것들이 있는 한 의료기기는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도 3D 프린팅 기술이 있으면 예전에는 전혀 불가능했던 의료기기가 만들어 질 것이다. 과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 불가능했던 외골격장갑이나 개인 맞춤형으로 하기에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들었던 제품이 손쉽게 제작될 수 있다.

즉, 기존의 제품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카테고리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 3D 프린팅 대중화로 도면이 공유되면 부작용으로 저가격 저품질 제품이 많이 나올 것 같다. 반면, 도면의 공유를 막으면 투자 확대로 품질은 좋아지지만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저가의 3D프린팅 의수 제작을 목표로 하는데 이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우리는 전자의수 카페를 통해 도면을 공개하고 있다. 이것은 좋은 점, 나쁜 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나쁜 점은 손쉽게 또 다른 복제품이나 카피가 등장할 수 있고, 다른 업체들도 쉽게 만들 수 있어, 기술 유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개하는 이유는 혼자서 이 세계를 만들려고 하면 너무 힘들다. 전자의수를 만드는 사람이 더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 실제로 도면을 공개하고 10군데 넘는 곳에서 전자의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의 관심도 많아졌고 부산에는 전자의수를 만드는 비영리 단체도 생겼다.

오픈소스의 장점은 공유한 사람이 풀지 못했던 문제를 다른 사람이 대신 풀어줄 수 있다. `공유경제`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각자 전문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조언하다보면 더 나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사회에서 그 제품이 가지는 가치는 더 높아지는 것이다.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소스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제조업이지만, 공개를 함으로써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찾아내고 그 분야를 키워나갈 수 있다. 비록 전체 시장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고객이 선택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