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를 찾는 의료관광객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우리 의료기관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수는 2007년 760여명에서 2012년 15만명가량으로 무려 198배 가량 상승했다.

국내 의료기관의 수익 역시 크게 늘어 2007년 1000억원도 안되던 수익이 2013년 약 8500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의료관광에 도전하는 의료기관 중 대다수는 각국 환자의 성향이나 진료과, 생활 패턴 등을 몰라 곤경에 처하는 일이 많고 관광 에이전시의 높은 수수료 등으로 인해 애를 먹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병원 및 의료관광에 힘을 쏟고 있는 의료기관의 관계자들을 만나 의료관광객이 많은 4개 국가(러시아·중국·미국·일본) 환자의 성향과 특징에 관해 들어봤다.

러시아 환자, 카드 대신 현금사용 매력 = 병원들이 러시아 환자의 방문을 기대하는 이유는 미국이나 일본의 관광객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검진 환자가 많기 때문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제수단으로 카드 대신 현금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서울 A대학병원 ㄱ홍보 담당자는 "많은 외국 환자 중에서도 러시아 환자는 카드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현금을 싸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그 중 대다수는 공항 도착 후 환자가 직접 원화나 달러로 환전을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말한다.

ㄱ씨는 "러시아 환자들은 치료를 목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정확한 병명이 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다"며 "검진을 받는 사람이 환자만큼이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ㄱ씨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검진을 받으러 오는 환자 중 일부는 검진 전 손바닥 한 뼘이 넘는 러시아 병원의 의무 기록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를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러시아의 의료 수준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러시아는 해부학 등 기초의학에 있어서는 큰 성과를 이뤘지만, 정작 필요한 임상이나 판독, 병리 등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급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도 환자에게 각각 다른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ㄱ씨의 말이다.

B대학병원 외국인환자 총괄담당 ㄴ팀장은 최근 루블화(러시아 화폐단위) 하락으로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다시금 `관광객 러시`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ㄴ팀장은 "어차피 환자들은 먼 곳까지 가려 하지 않는다. 루블화 가치가 많이 떨어져 20% 가량 환자가 감소했지만 곧 다시 회복할 것"이라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는 3시간이고, 서울까지는 2시간이다. 루블화의 가치가 안정되면 시간상 유리하고 치료 결과가 좋은 한국으로 올 것은 뻔하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 환자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 환자에 비해 자기 주장이 강하고 `성격 있는` 사람이 많아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ㄱ씨는 "일부 환자는 치료 과정이나 결과에서 `성격`을 부리기도 한다"며 "병원에서 러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관광을 추진하려면 이들의 성향을 잘 맞춰주고 진정시킬 수 있는 역량 있는 코디네이터를 고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중국 환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 중국 환자를 유치하고 있는 병원들은 각 환자의 성향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C종합병원에서 외국인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ㄷ과장은 "중국 환자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뉜다"며 "상류층 환자와 일반 중산층 환자 군에 따른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내 상류층 환자는 먼저 규모가 크고 의료진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거기에 시설이 뛰어난 곳을 선택한다. 즉, 비용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이들은 수술 이후 1인실이 아니면 병실 이용을 꺼리며, 금액을 계산할 때 현찰을 이용하는 비율이 80%가량일 정도로 목돈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돈많은 요우커답게 통 큰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이들이 치료를 위해 방문하는 진료과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암치료를 위한 외과적 수술과 성인병 등으로 인한 내과 시술을 비롯해 여타 관광객과 비슷한 피부·미용성형 등에도 관심이 많다.

이 밖에도 성기 확대를 위해 비뇨기과를 찾거나 가슴 성형을 요구하는 관광객도 많은 편이다. 다만 최근 몇 달 동안 중국 언론들 사이에 `한류성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늘어나고 있어, 가급적이면 국내 인증 혹은 미국 JCI 인증을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ㄷ씨는 설명했다.

ㄷ과장은 "이 밖에도 상류층 환자들은 한방치료나 암온열 치료 등 복합적인 형태를 선호한다"며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중국 언론에서 자국 내 의료기관의 위생 문제를 지적하면서 중의학 대신 한의학의 도움을 받으려는 환자도 많다"고 전했다.

반면 중산층 환자의 경우에는 의사의 명성을 알리는 동시에 해외 인지도를 확보하는 전략이 좀더 낫다는 것이 병원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서울 D성형외과의 외국인 환자 전담 ㄹ코디네이터는 "중산층 환자는 규모가 큰 곳보다는 의사의 이름을 보고 따라가는 경우가 많"며 "진료과 역시 상류층 환자 보다 폭이 적어 성형외과나 안과, 피부과 등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의사의 명성을 알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ㄹ코디네이터는 또 "최근 중국 내 몇몇 에이전시는 한국 성형외과·안과·피부과 전문의 중 이름난 사람을 리스트로 만들어 놓은 책자를 출간하고 있다"며 "국내 병·의원급 의료기관이 에이전시에게 돈을 주고 수록을 의뢰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만큼 해외에서 자기 병원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환자 응대시에는 `음식`과 `소음`, `에이전시`에 주의해야 한다.

E대학병원 ㅁ홍보팀장은 "수술을 받는 환자 중 일부는 음식에 매우 민감해 병원에서 환자식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입맛에 안맞으면 치료식이어도 안먹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환자들은 입원 후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 우리나라 환자들이 민원을 넣을 정도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어, 병원 내 규칙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경우도 있다.

에이전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ㅁ팀장은 "에이전시에서 환자들에게 `이런 저런 서비스를 해준다더라`라는 식으로, 병원의 상의 없이 각종 편의를 제공해준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며 "무엇보다 유치를 빌미로 수수료를 높이는 경우가 있어 계약시 관련 조항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환자, 꼼꼼하고 다양한 진료 원해 = 병원 관계자들은 미국 환자의 진료 성향과 관련 `깐깐하다`고 입을 모은다.

B대학병원 외국인환자 총괄담당 ㄴ팀장은 "미국 환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에서 미국 내에 없는 다양한 치료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의료진에게 어떤 치료를 어떻게 받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피부·성형 외에도 검진이나 내과 등 다양한 진료를 받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라며 "미국 환자를 유치하려면 일단은 의료기관이 가진 특징과 더불어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방법을 제공하는 것도 좋다"고 귀뜸했다.

한편 미국 내 의료관광 에이전시들은 일부 국가의 에이전시들이 강요하는 유동 수수료를 책정하지 않고, 관련 사항을 깨끗하게 해결하고 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ㄴ팀장의 설명이다. 다만 아직까지 일부 의료기관을 제외하고는 미국 내 한인들이 주료 치료를 받고 있어 다른 인종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치료법 도입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ㄴ팀장은 조언했다.

엔저 바람타는 `일본` … `관광` 끼고 접근해야 = 근래 가장 많이 줄어든 의료관광객은 일본인들이다. 엔화 약세(엔저) 영향으로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있었던 피부미용이나 성형, 라식·라섹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적어진 탓이다.

그러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자들은 자연히 찾아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말한다.

C종합병원 ㄷ과장은 "일본 의료 자체가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섰다고는 하지만 속칭 `비급여` 치료에는 아직 발전이 더디다"며 "일본 내 의사들은 필러나 미용·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상황이 나아지면(엔저 강세가 시작되면) 미용·성형에 강한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 D성형외과 ㄹ코디네이터는 "일본 환자들을 보면 의료관광이 아닌 `관광의료`라는 말이 어울릴 때가 많다"며 "환자들이 진료나 시술을 마친후 `서울에 있는 곳 중 일본 사람들이 모르는 명소가 있느냐` 혹은 `관광지도 말고 가볼 곳은 없느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만큼 관광을 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여행지를 추천하는 브로셔를 놓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에이전시가 발간하는 `한국의 성형전문 명의` 등의 책자는 생각보다 읽는 사람이 많다"며 "수록 요청도 제법 많아지고 있어, 시설이나 의사를 알리는 의료기관이 제법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