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의 발전 방안 중 하나로 글로벌 진출이 강조되고 있다. 제약사들은 시장 규모가 큰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EU-GMP·cGMP급 공장을 마련하는 데 적지않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유럽의 EU-GMP나 미국의 cGMP 인증을 받은 제약사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도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EU-GMP나 cGMP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 가입했음에도 국내 GMP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처럼 언급되고 있어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PIC/S에 가입하면서 GMP는 완전히 글로벌 기준과 동일해졌다. 오히려 EU-GMP나 미국의 cGMP는 국제 GMP가 아닌 로컬 GMP"라며 "제조시설을 EU-GMP·cGMP급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 등에서 EU-GMP나 cGMP를 자꾸 언급하는데 식약처는 이로 인해 좀 난처해졌다. 이런식의 얘기는 PIC/S가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EU-GMP나 cGMP 기준이 PIC/S GMP보다 나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PIC/S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과 실사의 국제 조화를 주도하는 유일한 국제 협의체로, 가입국간 통일된 기준들을 공유하게 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가입국들 사이에 의약품 제조업체 실사를 면제하는 `국가간 GMP 상호인증협정`(MRA) 체결도 가능해진다.

1995년 결성된 이후 미국, EU 등 43개국이 가입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해 가입했다. 통상 5년이 걸리는 PIC/S 가입을 식약처는 2년만에 이뤄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식약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 총 19번의 회의를 거쳐 국내 GMP 관련 규정을 PIC/S 기준에 맞게 고시화하는 작업을 마무리했으며 이후에도 GMP기준의 국제조화를 위해 관련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오는 2017년까지 EU-GMP·CGMP 인증을 목표로 지난 3월10일 준공한 ‘셀트리온’ 충북 오창공장.

오는 2017년까지 EU-GMP·CGMP 인증을 목표로 지난 3월10일 준공한 `셀트리온` 충북 오창 공장. 그러나 국내 GMP보다 EU-GMP·cGMP 기준을 통과하기가 훨씬 까다롭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PIC/S 가입으로 정부가 GMP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있지만 현재로써는 EU-GMP나 cGMP 인증을 받는 것이 더 어렵다"며 "시설 등 하드웨어보다는 문서관리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EU-GMP나 cGMP는 중간에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문서로 남겨야 하고 공장에서 사용하는 옷이나 파레트 등은 모두 일회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GMP 실사는 이 정도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해외 기준은) 기존 KGMP보다 매년 약 10억원 이상 더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수의 제약사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우리나라보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실사기준이 훨씬 엄격하기 때문에 EU-GMP나 cGMP 인증 받은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라며 "다만, PIC/S 가입 이후 국내 기준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는 선진국과의 차이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