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개원하거나 네트워크병원을 운영할 때 병원경영지원회사(Management Sevice Organization, MSO)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MSO는 의료법인, 병·의원의 지분 투자로 설립되는 주식회사 형태를 띠며, 의료행위 외에 병원경영 전반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구매, 인력관리, 마케팅, 회계, 홍보, 진료비 청구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주회사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네트워크병원 운영에서 MSO가 중심이 되고 있는 추세다. 네트워크병원 운영이 본점병원 중심으로 이뤄지던 것에서 MSO 중심으로 옮겨간 데는 의료인이 2개 이상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금하는 `1인 1개소법`의 영향도 있었다.

MSO에 대한 관심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MSO를 통해 의료인은 의료행위에 집중할 수 있고, 마케팅·회계 등의 병원경영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네트워크병원이 본점병원 중심으로 활발했다면, 지금은 MSO가 조용히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네트워크병원 외에 규모 있는 병원도 내부에 MSO를 운영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MSO가 의료기관의 상대적 약점인 병원 운영과 마케팅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법상 자본이 유입돼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을 실제로 침해하는 MSO의 유형은 금지되고 있다.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범위의 역할을 수행하는 MSO만 허용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서울에서는 이미 MSO를 이용한 병원경영이 활성화됐으며, 지방에서도 서울을 따라 MSO를 활용하는 병원이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많은 MSO가 적극적인 홍보보다는 인맥이나 입소문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MSO와 네트워크병원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네트워크병원은 MSO를 통해 인사, 교육, 마케팅, 회계 등 전문 분야를 아웃소싱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대량 공동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공통의 브랜드를 통해 인지도를 강화시킬 수 있고, 마케팅 비용도 절감시킬 수 있다. 해외 마케팅, 의료 에이전시와 연계 등을 통한 해외 고객 유치도 수월해지며, 관련 산업과 함께 새로운 수익 상품을 창출할 수 있다.

또 병원시설의 임대나 의료기기의 리스, 렌털이 가능해져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투자받을 수도 있다. 특히 운영 지원에 따른 수수료를 MSO에 지급하면서 높은 소득세율을 피할 수 있다. 투자자로서 MSO의 이익에 대한 배당을 받게 되면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문제가 추가로 발생한다. MSO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면, 이 금액은 필요경비에 산입돼 사업소득세의 절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운영을 의료인이 아닌 투자자가 지배하거나 한 명의 의료인이 MSO를 설립하고 월급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게 하는 형식 등 변칙적 운영이 가능한 것이 단점이다. 또 비영리 의료기관이 실질적 영리 목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며, 수익분배 과정에서 법적분쟁이 생길 소지가 있다.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MSO는 합법적으로 허용된 상법상의 회사다. 하지만 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형식상의 회사는 위법이며 허용되지 않는다.

의료인이 MSO를 설립해 의료기관을 지배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는 것이 되므로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사무장병원보다 더 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MSO는 2006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의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 처음 언급되면서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고서에서 8가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언급했으며, 그중 하나가 의료서비스산업이다. 의료기관이 MSO를 활용하면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효율적으로 병원을 경영할 수 있고, 병원의 수평적·수직적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MSO의 대표적 유형에는 원가절감형, 네트워크추구형, 산업연계형, 자본조달형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MSO의 형태를 보면 원가절감형이나 네트워크추구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원가절감형 MSO는 경영활동의 아웃소싱을 통한 경영효율화 추구를 통해 비용 절감, 규모의 경제 달성 등 효과를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유형이다. MSO를 통해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소모품 등을 공동 구매할 수 있다. 또 의료 장비와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며, 인력관리·회계 등 경영 관련 분야에 MSO의 전문인력을 전담하게 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접근이 용이한 모델이며, 의원 간 네트워크 형태로 보급이 쉬워 1차 의료기관의 공동개원 시 유용하다. 국내 의료기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 규모 병원의 경영에 효율성을 가져다줄 수 있다.

네트워크추구형 MSO는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 활성화를 목적으로 활용되는 유형이다. 2개 이상 의료기관의 지분 출자를 통해 MSO 설립 후 브랜드, 의료기술, 진료연계 등 의료기관 네트워크 활성화에 중점을 둔 유형이다.

원가절감형 MSO같이 네트워크 내 의료기관 간 공동 구매, 의료기기의 공동 이용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또 1~3차 의료기관 간, 급성기·요양 병상 간 연계를 통해 환자 편의를 증진시키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산업연계형 MSO는 병의원·의약품·의료기기 등 의료산업과 관광·보험 등 다른 산업을 연계시킨 유형이다. MSO를 통해 제약, 의료기기, 임상연구기업 등에 직접 투자함으로써 의료산업 내 계열화 촉진이 가능하다.

자본조달형 MSO는 서비스 제공 대가로 의료기관에서 받는 수수료를 수익으로, 이를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유형이다.

1인 1개소법 위반 병원, 급여 환수 처분 취소 판단… 위헌 여부 결정에 영향

네트워크병원의 운영이 본점병원에서 MSO 중심으로 옮겨간 데에는 `1인 1개소법`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특정 의료인이 다수의 의료기관을 사실상 지배하는 유형의 네트워크병원이 1인 1개소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이 법 조항은 현재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최근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네트워크병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이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1인 1개소법에 걸린 네트워크병원이 급여 환수 처분을 피할 수 있고, 1인 1개소법 위헌 여부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병원에 건강보험공단이 보험급여 지급을 보류하고 이미 지급한 급여인 230억원을 환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건보공단이 이 병원을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 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요양기관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처분에 불복해 원장 A씨가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닌데도 급여를 받았기 때문에 부당이득 징수 대상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으로 개설·운영하더라도 국민에게 정당한 급여가 돌아간 것으로 평가되면 원칙적으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의료법 위반이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은 경우로 평가되려면 그 위반 행위가 반사회적이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보험 체계를 교란하는 정도에 해당해야 한다고 봤다.

1인 1개소법의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판결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다만, 모든 네트워크병원이 1인 1개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분돼야 한다.

네트워크병원은 의료기관의 이름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치료 재료의 공동 구매, 진료 기술과 마케팅 방식 등을 공유하는 병원들이다. 이와 관련해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운영을 금지하는 1인 1개소법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네트워크병원과 1인 1개소법은 일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네트워크병원은 `프랜차이즈형`, `조합형`, `오너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형은 여러 명의 의료인이 각자 자신이 소유하는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단순히 의료기관 명칭만 공동으로 사용하는 유형이다.

조합형은 배후의 의료인이 지분을 투자해 명목상 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참여하는 유형이다.

오너형은 배후의 의료인이 자금 조달, 인력 채용 등 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며 지배하는 유형이다. 이 오너형이 1인 1개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배후의 특정 의료인이 다수의 의료기관을 사실상 주도적으로 지배·운영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의료기관 이중개설 금지 규정에 저촉된다.

적법한 MSO는 1인 1개소법을 준수하면서 병원 이름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또 진료 기술이나 마케팅 방식 등을 함께 공유하고, 네트워크병원의 장점을 활용해 적법하게 운영할 수 있다. 다만, 조만간 결정될 1인 1개소법의 위헌 여부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