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전문의 A원장은 2010년 4월경 교통사고 환자 B를 치료했다. B는 경추와 요추에 상해를 입은 교통사고 피해자로서 6개월간 A원장에게 치료를 받았다. B는 기왕력이 있는 교통사고 환자였고, 수차례 교통사고를 당해서 보험회사의 관심 대상자였다.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미루면서 의료심사를 진행하자 B는 치료 기간 중에 의무기록을 복사해 보험회사에 제출했다. A원장은 2010년 10월경 B에 대한 진단서를 발행하면서 경과기록지 여백에 추정진단명을 새로이 기재했고, B에게 경과기록지 복사본을 건네줬다. 몇 년 후 B는 A원장과의 법적 분쟁에서 패소하자 A원장을 진료기록부 부실기재 및 허위작성죄로 고발했다.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이하 `진료기록부 등`이라 한다)을 갖춰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한다(의료법 제22조 제1항). 의료법이 진료기록부 등 사실 기재·서명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는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로 하여금 환자 상태와 치료 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해 이를 그 이후 계속되는 환자 치료에 이용하도록 함과 아울러 다른 의료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그 정보를 제공해 환자로 하여금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하고자 함에 있다.

그런데 의료법은 진료기록부의 작성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의사는 의료행위 내용과 치료 경과 등에 비춰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방법에 의해 진료기록부를 작성할 수 있으므로 이른바 문제중심의무기록 작성방법, 단기의무기록 작성방법 또는 기타의 다른 방법 중에서 재량에 따른 선택에 의하여 진료기록부를 작성할 수 있지만,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든지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소견은 반드시 상세하게 기록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진료기록부 내용이 난해해서는 안 된다. 종합병원 등에서는 담당 의사가 바뀌어도 환자 상황을 손쉽게 알 수 있도록 기록하고, 외국어로 기재하는 경우에도 정확하게 생략 없이 기재해야 한다. 철자가 틀린다거나 영어인지 독일어인지 무슨 약어인지 알 수 없어서는 안 된다. 해독할 수 없는 진료기록부는 진료기록부로서 가치가 없고 해독할 수 없는 기재는 진료기록부 기재의무를 다하지 못한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사는 그 진료기록부를 작성함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소견을 알기 쉽고 신속·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는 시기와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법에서 진료기록부의 작성 시기와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의사가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소견을 위와 같은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재한 것이면 그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위 법조에서 말하는 진료기록부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작성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당해 의료행위의 내용과 환자의 치료경과 등에 비춰 그 기록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당해 의사의 합리적인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17조 제1호가 진료기록부에 가. 진료를 받은 자의 주소·성명·주민등록번호·병력 및 가족력, 나. 주된 증상, 진단결과, 진료경과 및 예견, 다. 치료내용(주사·투약·처치 등), 라. 진료일시분을 한글과 한자로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그 작성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하여 어느 정도 재량성을 인정했다. 같은 논리로 A원장은 부실기재 혐의에 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수정해서는 안 된다(의료법 제22조 제3항). 의료법상 진료기록부 등을 부실하게 작성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제22조 제1항) 처벌함(제90조)에도 불구하고 불법성과 가벌성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 행위, 즉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수정하는 경우를 금지·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입법론적 비판을 반영해 2011년 4월 7일자 개정으로 신설된 조문이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허위 진료기록부 등 작성죄, 제88조), 보건복지부 장관이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제66조 제1항 제3호). 실무상으로는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별표 2. 개별 기준 가. 15)에 따라 1월의 자격정지를 처분한다. 소송 실무에서는 손해배상(의) 소의 심리 과정에서 입증 방해로 주장·입증되는 경우가 많다.

A원장이 경과기록지를 추가 기입한 시기는 2010년 10월경이었다. 그런데 의료법의 허위작성죄는 2011년 4월 7일자로 신설됐다. 형사책임은 불소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행위 당시에 금지와 처벌 규정이 없으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형사법의 기본원칙이다. 기재 내용의 허위 여부를 떠나서 신설되기 전의 행위기 때문에 A원장은 허위작성 혐의에 관하여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진료기록과 관련된 법적 분쟁에서 법 개정 일자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홍영균 법률사무소 힐링 대표변호사로 대한변호사협회 의료 전문 변호사이다. 현재 의료법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경제TV <홍영균의 TV 의료법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한국소비자원 자문변호사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홍영균 변호사 사진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