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제정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 지난 9월 28일 본격 시행돼 의료계의 핫이슈다. 2015년 3월 제정된 이 법은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발의해 `김영란법`이라 부른다. 김영란법의 골자는 공직자에게 1회 100만원, 연간 합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할 경우 직무 연관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 처벌하는 것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는 공무원, 교직원, 언론인이지만, 의사에게 적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사가 꼭 알아둬야 할 김영란법의 핵심을 짚었다.

공공기관 위원 의사, 김영란법 적용

의사는 명확히 말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중 지위를 가진 의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립암센터, 서울의료원 같은 공공기관의 의료원 소속 의사처럼 공직자로 분류돼 김영란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공기관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을 겸직하는 의사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공직자가 아니지만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수행사인`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속한 각종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의사는 개원의여도 예외 없이 김영란법이 적용된다.

의사 중 국공립·사립 의과대학이나 부속병원의 교수도 교직원이 되기 때문에 김영란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철호 법무법인 화인 변호사는 "단순히 석좌교수, 명예교수, 촉탁교수, 외래교수, 초빙교수, 방문교수 등의 직함만 가진 의사는 공직자로 보지 않는다"며 "강의하기 위해 학교법인, 의과대학 등과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만 공직자로 본다"고 말했다.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의사단체 소속의 의사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철호 변호사는 "의협신문, 병원신문 등의 간행물을 발행하는 일을 총괄하는 의사 출신 임직원이라면 언론인으로 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법 예외 규정 `3·5·10법칙` 제대로 알기

공공기관, 교육기관, 언론사 관련 일을 겸직하는 의사는 직무 관련 여부와 상관없이 1회 100만원 또는 연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선 안 되지만, 예외 규정도 있다.

대표적으로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 의례, 부조 목적의 식사, 선물, 경조사에 쓰이는 비용은 대통령령이 정한 가액 범위 안에서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다. 식사비 3만원, 선물비용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내 기준을 지키면 되는 것.

이때 주의할 것이 있다. 식사 시 공직자와 비공직자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라면, 전체 식사비를 더해 동석자 수로 나눠 평균 금액이 3만원을 초과하지 않게 해야 위법이 아니다. 경조사비와 함께 식사 또는 선물을 제공받은 경우에는 합산 가액이 1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김영란법에서 말한 1회 100만원의 개념도 잘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한 번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A제약사의 여러 임직원이 공무수행사인인 개원의에게 금품을 제공한 경우, 합산한 금액을 1회로 셈할 수 있다. 이때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소액이라도 수수금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외부강의료, 상한 금액 지켜야

의사 사회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해 현재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외부강의료와 자문료인데, 가이드라인이 있다. 직무 연관 교육·홍보·토론회·공청회·회의 등에서 강의나 강연을 하거나 신문, 잡지 등에 기고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외부강의료나 자문료를 받아도 된다. 하지만 금액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불법이 된다.

청탁금지법 하위법령에서 정한 공무원의 외부강의 등에 대한 사례금의 상한액은 강의 1시간, 기고 1건을 기준으로 장관급 이상 50만원 차관급 40만원 4급 공무원 이상 30만원 5급 이하 20만원 등이다. 강의시간을 1시간 초과하면, 상한액의 2분의 1 이내 금액을 지급받는다. 행정부 소속 의사 출신 공무원에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이다.

공무수행사인 의사의 경우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같은 사례금 상한액이 적용된다. 기관장 40만원 임원 30만원 그 외 직원 20만원을 지급받는다. 공무수행사인 의사의 직위는 내부에서 정한 데 따른다.

교육기관, 언론사 관련 일을 겸직하는 의사도 외부강의와 기고 모두 건당 100만원까지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회의 형태`가 아닌 용역이나 자문은 외부강의에 해당하지 않아 일반적인 규율을 따른다. 의료법 시행규칙이나 공정경쟁규약에 근거해 실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 현재 복지부는 의료인의 학술 강연료와 자문료가 리베이트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공정경쟁규약을 통해 제한선을 만들고 있다. 1건당 50만원, 연간 3000만원 선으로 상한선이 그어지고, 의사의 능력 및 전문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500만원까지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봉근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의사의 강연료 및 자문료가 합리적인 범위에서 지급되도록 하되, 리베이트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원칙을 마련한 것"이라며 "조만간 안을 마련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가족 진료 부탁 이젠 불법

금품을 주지 않더라도 병원에 외래·입원·수술 관련 청탁만 해도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 청탁금지법에서 가족을 위한 부정청탁, 공무원 임용 등 부정청탁,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서 벗어난 부정청탁 등이 제재 대상이 된 까닭이다.

예를 들어 개원의가 의과대학 선배인 국공립병원 교수에게 자기 가족의 진료 순서를 앞당겨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도 부정청탁에 해당된다. 부정청탁의 내용이 실제 실현되지 않더라도 처벌을 받게 되며, 제3자를 통해 또는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하는 행위도 처벌된다.

하지만 콜센터 등의 정상적인 채널을 통해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경우 부정청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처럼 재단법인 소속의 교수(의대 소속 교수 제외)는 공직자로 분류되지 않아 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원의가 진료하던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해, 우선 진료를 요구하는 행위도 직무상 행위에 해당돼 김영란법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영란법 KEY POINT 6

1.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지 스스로 점검한다.

2. 대상자의 배우자도 법 적용 대상임을 기억하자.

3.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 이상 금품 수수 시 무조건 처벌 대상

4. 직무 관련성 기준이 넓으니 미리 파악한다.

5. 회식이나 식사 때 참석자를 꼭 확인하자.

6. 영수증은 꼭 챙겨서 필요 시 증빙자료로 활용한다.

<김영란법 실전 Q&A>

Q 제약사에 다니는 A, 초등학교 교사 B, 복지부 소속 위원회 위원인 개원의 C는 연말 동창회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때 A가 식사값 60만원을 모두 계산한 경우 C는 청탁금지법이 적용될까?

적용되지 않는다. C와 더불어 B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이지만, 1회 l00만원 이하의 금품 수수는 직무와 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 경우 직무 연관성이 없어 불법이 아니다.

Q 개원의 A가 법 적용 대상이 아닌 지인에게 150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배우자가 대학병원 교수인 경우 제재를 받는가?

이 경우는 제재받지 않는다. 모르고 물품을 제공한 행위는 고의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에 과실이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Q 의사회 회원인 개원의가 해당 의사회 학술대회에 참여해 강의료를 받으면 청탁금지법이 적용될까?

해당 개원의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가 아닐 때는 상관 없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라면 강의료를 받을 때 하위법령이 제시한 금액에 맞춰 받아야 한다.

Q 개원의가 동기나 선후배를 통해 대학병원에 진료 민원 청탁을 하면 무조건 안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진료예약센터나 안내전화 등 공식 통로를 이용해 사안의 위급성 등 합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

Q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받을 때, 의료법상 형사 처벌 또는 의료법상의 행정 처분이 병행되나?

의료법과 청탁금지법은 성격이 다른 법이고, 법의 요건도 달라 각각 적용된다.

※김영란법 이해를 위해 법무법인 화우가 마련한 청탁금지법 설명회 '제약과 의료현장의 999가지 궁금증, 이건 괜찮나요?`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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