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하던 고혈압치료제 시장에 토종 신약의 돌풍이 거세다. 돌풍의 주역은 보령제약의 ARB계열 신약 카나브(성분명·Fimasartan)다. 카나브(Kanarb)는 2013년 3월 국내서 20억원의 매출을 돌파한 데 이어 2년도 채 되지 않은 2015년 12월 3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계속해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단숨에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을 석권한 카나브는 글로벌 신약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현재까지 29개국에 3억2000만달러(한화 약 3650억원)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8월에는 해외 첫 발매국인 멕시코에서 주간처방률 1위에 오르는 위엄을 과시했다. 토종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성공 비결을 보령제약 카나브 이우철 PM에게 들어봤다.

Q 국내외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카나브가 성과를 낸 비결은 무엇인가.

우선 국내 시장 1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규모 임상연구를 진행해 한국인에게 적합한 신약 개발 연구를 지속했기 때문인 것 같다. 보령제약은 국내 고혈압 환자 3만7473명의 대규모 임상(safe-Kanarb, K-MetS, K-HEMS study)을 통해 국제적으로 손색없는 임상적 가치를 확인했다.

해외에서도 다인종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270명 대상 임상 3상을, 러시아에서도 184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지속적인 임상연구 결과, 약의 안정성이나 치료 효과를 검증해 처방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

Q 당시만 해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다국적 제약사들이 독차지한 고혈압치료제 시장에 토종 고혈압 신약을 내놓을 생각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 회사가 고혈압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은 한국인에게 치료 효과가 높은 토종 고혈압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게 되면 노인인구가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는 한국인도 따라서 늘 수밖에 없다.

특히 고혈압은 단일질환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졌고, 단일약물 계열 중에서도 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 충분한 수요와 시장성을 갖추고 있기에 고혈압치료제 개발이란 한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후보물질 합성을 시작한 것부터 계산하면 18년 동안 고혈압치료제에 올인한 셈이다.

Q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유비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고혈압 치료제 시장 규모는 1조5400억원 정도다. 이 중 ARB계열 고혈압치료제는 1조원 정도, 즉 전체의 약 6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단일제는 3294억원, ARB+DIU(이뇨제) 복합제 2389억원, ARB+CCB(칼슘통로차단제) 복합제 4632억원 등이다. 현재 ARB+CCB 복합제가 병용요법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카나브는 2013년 11월 ARB계열 단일제 의원 부문 매출 1위, 2014년 2월 ARB계열 단일제 전체 1위에 등극했다. 고혈압치료제 시장이 정체돼 있다고 하지만 매년 단일제만 1%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Q 혈압을 낮추는 약 종류가 다양한데, 그중에서 ARB계열 약물 개발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효과(Effectiveness)와 순응도(Tolerability)가 높기 때문이다. 심장기능을 향상시키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고혈압약이 과거에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데 집중했다면, 점차 혈압 강하 효과가 있으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약을 개발하느라 작용기전이 다양해졌다.

고혈압약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40년대이며, 1950년에 말초혈관의 평활근에 직접 작용해 혈관 확장을 일으키는 약물인 직접 혈관확장제가 개발됐다. 1957년 이뇨제, 1960년대 베타차단제와 비DHP계열 칼슘길항제가, 1970년대에는 알파차단제와 DHP계열 칼슘길항제가 나왔다. 1980년대에는 인체의 혈압조절시스템인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AS·Renin-angiotensin System)에 작용해 혈압을 높이는 물질 안지오텐신Ⅱ를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ACE(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저해제가 나왔고, 그 뒤 ARB계열의 약물이 개발됐다. 보령제약의 피마살탄은 혈압 상승의 원인이 되는 효소(안지오텐신)가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혈압을 떨어뜨린다.

크게 보면 이뇨제, 베타차단제, 칼슘통로억제제, RAS 작용제 등 4가지인데, 이 중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특히 최근에는 RAS작용제와 이뇨제, RAS작용제와 칼슘통로억제제가 병용요법으로 투여될 때 치료 효과가 좋다는 결과가 나와 보령제약도 복합제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Q 국내 최초, 세계 9번째 ARB계열 신약인 카나브의 약효가 궁금하다.

앞서 말했듯 고혈압치료제의 약효는 혈압 강하 효과와 안정성으로 평가할 수 있다. 카나브는 ARB계열 약물인 로살탄(Losartan), 발사르탄(Valsartan)과 비교했을 때 혈압 강하 효과가 우수하다. 카나브를 8주간 투여하면 수축기혈압(SBP)은 17.8mmHg, 이완기혈압(DSP)은 11.0mmHg씩 낮아졌다. 대조군인 로살탄은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각각 13.5mmHg, 8.0mmHg씩 떨어졌다.

카나브는 경쟁 약에 비해 치료반응률(DBP＜90mmHg or reduction from baseline in DBP＞10mmHg)도 뛰어나다. 카나브 투약 4주 후 치료반응률은 55.1%인 데 비해 로살탄은 41.2%이며, 8주 후 치료반응률도 카나브 67.9%, 로살탄 57.9%로 나타났다. 카나브는 발사르탄과 치료반응률을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우수했다. 투약 후 8주 혈압치료반응률은 카나브 90.0%, 발사르탄 62.1%였다.

카나브는 유효성도 뛰어났다. 이는 카나브의 24시간 지속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결과에서 나타난다. 혈압 강하 후 그 상태가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 24시간 측정한 실험 결과, 피마살탄을 투약한 환자는 6시간 만에 수축기 혈압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이후 약간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반면 발사르탄의 수축기 혈압은 3~4시간 사이 잠깐 떨어진 뒤 완만하게 상승했다. 이완기 혈압도 마찬가지다. 피마살탄은 투약 후 5시간 정도 지나면 혈압이 조금 떨어진 뒤 18시간 후 다시 상승한다. 발사르탄 투약 후에도 혈압이 조금 떨어지지만 10시간째부터 남은 시간 동안 계속 올라간다. 카나브가 발사르탄에 비해 투약 후 약효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

아울러 K-MetS스터디 결과, 카나브 투여 3개월 만에 ACR(Albumin/Creatinine Ratio)가 37.5Ab mg/Cr g에서 22.5Ab mg/Cr g으로 4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현기증, 두통, 피로감, 불면증 등 이상반응 발생 비율도 2.35%에 불과했다.

Q 복합제 개발을 통해 라인확장에 나선다고 들었다. 출시 예정인 제품이 있는지 궁금하다.

2013년 이뇨제복합제 출시 이후 CCB복합제(노바스크) 듀카브를 오는 9월에 출시한다. 12월에는 고지혈증복합제(피마살탄+로수바스타틴)도 발매할 계획이다. 고지혈증복합제는 미국 식품의약품(FDA)에서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해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내년엔 고지혈증복합제(피마살탄+아토바스타틴), 2018년엔 ARB+CCB+고지혈증 복합제(피마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를 출시할 계획이다. 고혈압 외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한 임상 3상도 진행할 것이다. 복합제들의 가세는 카나브의 성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Q 고혈압치료제 트렌드가 단일제에서 복합제 중심으로 나아간다고 보면 되나.

미래 고혈압치료제 시장 전망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복합제 개발이 활발해진다고 해서 단일제에서 복합제로 시장의 판도 자체가 변한다고 볼 수 없다. 현재 단일제 매출이 어느 정도 정체기에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신환이 적은 것이지 단일제를 복용하는 환자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복합제와 단일제가 각기 성장해나간다고 봐야 한다.

Q 보령제약의 목표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한국인을 가장 많은 수로 임상 효과를 입증해서 고혈압질환 치료에 기여하고, 수출 국가를 늘려 블록버스터급 글로벌 고혈압치료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전 세계 고혈압 환자가 좀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주는 약을 개발하고 싶다.

이를 위해 올해는 해외 진출에 박차를 더 가할 것이다. 지난해까지 기 계약된 중남미 13국 중 총 8개국(멕시코, 에콰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파나마, 콜럼비아, 과테말라)에서 허가를 받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처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나머지 중남미 국가도 올해 말까지 발매 허가가 모두 완료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멕시코 연방보건안전위원회(COFEPRIS)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카나브이뇨복합제 디아라코(Di-Arahkor)는 올 상반기부터 판매되어 카나브 성장을 함께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1분기 중 단일제 판매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본다.

이밖에도 선진시장인 유럽, 일본 진출도 본격화될 것이다. 지난해 10월 독일 허가 기관과 카나브 허가를 위한 사전 절차를 진행한 이후, 올해 본격적인 진출을 위한 준비를 진행한다. 2015년 6월 임상 승인을 받은 일본에서는 올 해 중 임상 1상에 돌입하며 선진시장 진출의 본격적인 시동을 걸 계획이다.

사진 셔터스톡, 보령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