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GSK `아보다트`(성분명·두타스테리드) 특허가 만료되자, 국내 제약업계에 두타스테리드 제네릭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월 22일 기준 35개 제약사의 두타스테리드 제네릭 35개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 대웅제약의 두타겟, 동구바이오제약의 두타리드, 종근당의 두테스몰 등이 대표적이다. 전립선비대증치료제와 탈모치료제로 쓰이는 `두타스테리드`는 2015년 2000억원 규모 전립선비대증치료제 시장에서 300억~360억원 규모 매출과, 800억원 규모 탈모치료제 시장에서 80억~100억원 규모 매출을 내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제네릭이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GSK는 오리지널 두타스테리드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제네릭사와 치열한 전쟁을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허 만료 GSK에 호재되나

두타스테리드 오리지널 약물인 `아보다트`는 전립선비대증치료제 시장에서 900억원대를 잠식하고 있는 5-α환원효소억제제의 하나다. 아보다트는 5-α환원효소억제제 시장에서 MSD의 프로스카(성분명·피나스테리드)와 60여개의 프로스카 제네릭과 경쟁하며 이제껏 왕좌에 앉아 있었다.

왕좌를 누가 차지하게 될지 아직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GSK가 왕좌에서 크게 멀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리지널 약물의 특허가 풀리는 일은 오리지널 제약사에 악재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GSK는 아보다트의 특허가 풀리는 데 그리 낙망하지 않는다.

특허가 풀린 뒤 아보다트 약가가 13% 떨어져 손실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그 대신 GSK는 다른 두타스테리드 제네릭사에서 약가를 20~30%가량 낮춰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잠식하기 전 위임형제네릭으로 방어에 나섰다. 한독테바를 통해 특허가 풀리기 전인 지난 1월 6일 아보다트 쌍둥이 약 자이가드를 저렴한 가격에 내놔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가격 때문에 약을 바꾸는 소비자층을 미리 포섭했다는 점에서 분명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물론 종근당이 두타스테리드 특허 회피에 성공해 2015년 10월 두테스몰을 내놓았지만, 지난 1월 21일까지 적응증은 탈모에 국한됐다. 현재 탈모치료제 시장보다 전립선비대증치료제 시장이 더 크기 때문에, 미리 전립선비대증치료제 시장을 선점한 것은 앞으로 두타스테리스 시장 상황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립선비대증치료제 시장에서 두타스테리드는 급여 적용이 되므로, 약가 때문에 약을 바꾸는 경우는 적을 것으로 비뇨기과 의료진들은 예측한다. 서경근비뇨기과 서경근 원장은 "지금까지 아보다트가 비싸서 처방이 적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전립선비대증에는 이 약이 급여 적용되기 때문에 특허 전후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는 몇십원의 차이를 경험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수를 띄우기는 여의치 않다.

오히려 특허가 풀린 뒤 두타스테리드를 마케팅하는 회사가 35곳 더 늘기 때문에, 두타스테리드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경근 원장은 "피나스테리드는 제네릭 출시 뒤 60여개 제약사가 마케팅해서 피나스테리드 전체 시장이 커진 것도 사실"이라며 "GSK는 특허 이전까지 혼자 마케팅을 해왔기 때문에 제네릭이 쏟아져나오면 두타스테리드가 5-α환원효소억제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더 늘 것"이라고 관측했다. GSK 김바른 부장도 "앞으로 두타스테리드가 5-α환원효소억제제 시장에서 절반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아보다트는 약 특성상 다른 약물에 비해 소비자의 민감도가 높아 특허 만료 후에도 소비자층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약 크기 줄인 `제네릭` 시장 공략

아보다트 제네릭사는 현재 두타스테리드의 특장점을 내세워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두타스테리드는 테스토스테론을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로 전환시키는 5-α환원효소의 제1형과 제2형 동질효소를 모두 억제하는 유일한 5-α환원효소억제제(5-ARI)다.

연세우노비뇨기과 도성훈 원장은 "현재까지 연구에 따르면 두 약의 효능이 비슷하다고 나오지만 두타스테리드는 5-α환원효소 두 가지 타입을 모두 억제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따지면 제2형만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보다 치료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본다"며 "또한 반감기가 6~8시간에 불과한 피나스테리드와 달리 두타스테리드는 반감기가 5주로 약효가 오래 유지된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두타스테리드는 전립선비대증과 탈모 치료 모두에 같은 제형의 약을 쓰는 장점이 있다. 종근당 유호진 PM은 "피나스테리드는 약 용량이 전립선비대증은 5mg, 탈모는 1mg으로 적응증이 나뉘나, 두타스테리드는 0.5mg 한 가지 용량으로 전립선비대증과 탈모를 모두 치료해 확실히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GSK가 올해 상반기 일본에서 아보다트를 론칭할 계획이어서 다른 제네릭사들은 홍보에 호재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두타스테리드는 전립선비대증치료제 기본 약물로 꼽히는 알파차단제와 병용투여가 가능하고, 인구 고령화로 국내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제네릭사들은 긍정적으로 내다본다.

두타스테리드 제네릭사가 오리지널사와 다른 마케팅 포인트는 가격 외에 약 크기와 내용물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으로 꼽힌다. 아보다트는 18mm 크기에 내용물이 350mg에 달해, 경구 복용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가 이제까지 적지 않다.

윤호진 PM은 "오리지널 약물과 비교했을 때, 약 크기를 절반가량 줄여서 복약 편리성을 높인 것이 제네릭사의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GSK, 종근당,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