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 잦은 궤양과 피로감… '베체트병' 의심해봐야

입력 2020.09.16 05:01

[건강 칼럼]

이상엽 동아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이상엽 동아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얼마 전 진료실을 찾은 30대 여성이 있었다. 1년여 전부터 입 속에 궤양이 자주 발생했지만, 피곤해서 그렇겠거니 생각하고 연고 등을 바르며 참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구강 궤양이 나아지지 않고, 최근에는 외음부에까지 궤양이 생기자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았고, 베체트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명부터 무척이나 생소한 베체트병은, 1930년대에 이 병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발표한 터키의 피부과 의사 훌루시 베체트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국내에는 인구 10만명당 약 26명의 베체트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베체트병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혈관염의 일종으로, 혈관이 지나는 장기는 어디든 염증이 침범할 수 있어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환자의 80% 이상에서 발현되는 구강 궤양은 가장 중요하고 흔한 증상이다. 혀를 포함한 입 안의 어떤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대개는 1~2주 내에 호전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궤양이 재발하곤 한다. 1년에 3번 이상 구강 궤양이 재발한다면 한번쯤 베체트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외음부 궤양 또한 병의 진행과 함께 흔히 나타나는데, 통증과 함께 진물이 나오기도 한다. 이외에도 눈 염증, 장관 염증, 피부 병변, 신경계 및 혈관계 이상, 관절 통증 및 부종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으며, 만성적인 피로감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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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염증이 생겨 충혈, 통증, 눈부심, 시력 저하 등이 발생하는 베체트 포도막염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실명에 이를 확률이 20%로 매우 높아서 주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환자의 5~10%가량은 염증성 장질환으로 분류되는 베체트 장염을 동반할 수 있다. 이 질환은 크론병과 마찬가지로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하고, 장관의 염증과 궤양으로 인한 복통, 설사, 혈변 등의 증상이 가장 흔하다. 이 밖에 발열, 식욕 감소, 체중 감소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베체트병이 장관을 침범할 경우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나쁘고, 크론병보다 협착, 장루, 농양 등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꼭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베체트병 치료에는 증상에 따라 다양한 약제를 복합해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콜키친,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이 쓰인다. 비교적 최신 치료제라고 볼 수 있는 생물학적제제는 베체트 장염 및 포도막염 등에 사용이 가능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을 차단하는 기전으로, 기존 치료제의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있는 환자들에게도 효과를 나타낸다.

베체트병은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병의 중증도 역시 환자마다 큰 차이가 있으며,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경과를 보여 진단도, 치료도 까다로운 질환 중 하나다. 종합적으로 증상을 판별할 수 있는 류마티스내과를 찾는 것이 빠른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할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은 일상생활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바로 진단을 받아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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