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서 분노로... '코로나 레드'가 사회를 위협한다

입력 2020.09.11 17:57

코로나19 시대, 분노 다스리는 법

분노하는 사람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이 계속되자 사회 전반에 ‘분노’의 감정이 싹트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약 9개월이 됐다. 지난 달부터는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학교·학원을 못가는 것은 물론, 유흥시설·주점·음식점 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고3수험생은 제대로된 수업을 듣지 못한 채 수능을 봐야 하며,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으며 폐업을 신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이 계속되자 사회 전반에 ‘분노’의 감정이 싹트고 있다.

코로나 블루에서 코로나 레드로
코로나19 초기에는 질병에 대한 ‘공포’ ‘불안’ ‘우울’이 주요한 감정이었다면, 최근에는 ‘분노’의 감정이 앞서고 있다. 코로나19 장기전에 대한 스트레스 과부하로 우울함(코로나 블루)을 넘어 분노(코로나 레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 1학년, 3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주부 김모(45)씨는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학교·학원을 제대로 못 보내는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크다”며 “친구들과 만나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들도 힘든데, 그런 아이들을 집에서 하루 종일 돌보는 내 처지도 싫어서 아이들한테 화를 많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39)씨는 “업무 끝나고 술 한잔하는 낙이 사라지고, 헬스클럽이 문을 닫으면서 좋아하던 운동도 못하게 되니 화만 쌓여간다”며 “문을 닫는 자영업자나 실직을 한 직장인의 심정은 어떨지 상상이 안간다”고 말했다.

저마다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분노의 감정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부터 심해졌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8월 19일 2단계로 올라갔고, 8월 30일 2.5단계로 강화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코로나19 뉴스와 정보에서 느낀 감정'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불안이었고 분노는 그 뒤를 이었다. 재밌는 점은 8월 초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8월 말을 비교해보면 1위 불안과 2위 분노의 감정 순위는 동일했지만 분노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8월 초에는 불안 62.7%, 분노 11.5%였던 비중이 8월 말엔 불안 47.5%, 분노 25.3%로 분노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서울시 코로나19심리지원단장)는 "코로나19 초기에는 종식에 대한 희망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언제까지 이럴 거지?’라는 분노감이 올라오는 국면"이라며 “최근 대중교통 내 마스크와 관련한 잇단 폭행 시비와 방역수칙을 어기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것 역시 코로나 레드와 같은 심리적 문제와 연관된다”고 말했다.

"분노는 억울함에서 출발"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이 왜 분노를 불러올까? 강동경희대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김종우 교수는 “코로나19 감염병은 나의 잘못으로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억울함과 분함을 느끼는 것”이라며 “폐업·실직 등 코로나19로 손해를 많이 본 사람이 특히 분함을 크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환경이 차단돼 있는 것도 분노에 영향을 준다. 만나야 하는 사람을 못 만나고 가야할 곳을 못 가는 등 활동 범위가 줄어들다보니 에너지를 풀 곳이 없이 쌓이게 돼 분노와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분노 다스리는 법
분노는 감염병 방역에 나쁜 영향을 준다. 분노로 인해 ‘나 안해’라는 심정으로 마스크를 안 쓰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와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김현수 교수는 ‘자신에게 건네는 5가지 긍정 대화’를 제시했다. 대화는 “어려운 시간인데, 그래도 내가 나를 잘 버티고 조절하고 있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좋을지도 몰라” “모두가 힘든 시간, 나 스스로 잘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금 도움이 될 거야” “평상 시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을 조금 줄여서 차분히 앞으로 나가자!” “욕심내지 말고 기본만 하자! 화내지 말고 그러려니 하고, 가능하면 이해해주자!” 등이다.

화가 나면 밖에 나가서 걷는 등 제한적이지만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혈중 스트레스호르몬 농도를 낮춘다. 김종우 교수는 “우울증 등 정신장애 치료의 기본은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라며 “혼자서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을 준수하면서 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현재 지자체 별로 각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코로나19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으니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코로나19심리지원단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우울·스트레스 등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화상담, 문자전송 등을 통한 정보제공, 정신건강 평가, 고위험군 선별 및 치료 연계 등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심리학회 전문가를 통한 심리상담도 있다. 1339콜센터로 스트레스 호소 등 심리 상담이 필요한 민원이 올 경우 한국심리학회 상담전화를 안내하며, 평일과 주말 모두 09시~21시까지 무료로 심리 상담을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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