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직후 30분’ 내 흡연 특히 위험

아침에 피우는 담배는 더 ‘독’하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흡연하면 몸도 제대로 깨어나지 않은 상태라 폐, 심장이 받는 부담이 커지고, 독성물질도 더 잘 흡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침 흡연은 심혈관질환, 암 등 치명적인 병의 발병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팀이 병원을 찾은 흡연자 211명에게 ‘아침 기상 후 첫 담배 피우는 시간과 혈압과 관계’를 조사한 결과, 아침 첫 흡연 시간 기상 30분 이내 그룹에서 고혈압 환자가 발생할 확률이 30분 뒤 그룹보다 4.43배 높았다.
아침 흡연자에서 고혈압이 흔한 원인은 잠에서 깨어난 직후에는 혈관이 좁아져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관이 수축돼 있다. 여기에 혈관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담배까지 피우면 가뜩이나 좁아진 혈관이 더 좁아져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진다.
또 아침에는 독성물질이 잘 흡수된다. 백유진 교수는 “아침 첫 담배는 다른 시간에 피우는 담배보다 니코틴 등이 체내에 빨리 깊게 흡수돼 혈압상승, 맥박증가, 동맥경화 등 발생 위험이 크다”며 “여기에 담배를 피울 때 생기는 일산화탄소는 혈중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뇌 산소 공급을 차단해 뇌졸중, 뇌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 흡연은 얼굴에 암을 유발할 확률도 높인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미국암학회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상 직후 30분 이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1시간 이후 흡연하는 사람보다 두경부암 발생률이 59%나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얼굴, 코, 목, 입안 등에 생기는 암인 ‘두경부암’은 흡연이 가장 강력한 원인이다. 미국 암 협회에 따르면, 전체 후두암 환자 95% 이상, 구강암 환자 약 72%가 흡연자다. 흡연자가 구강암에 걸릴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2배 이상 높고, 흡연자 중 약 60%가 하루에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피웠다.
아침 흡연이 두경부암에 특히 치명적인 것은 자는 동안 담배를 태우지 않기 때문이다. 자는 동안에는 니코틴을 공급받지 못한다. 따라서 일어나자 마자 담배를 태우면 더 깊이, 더 오래 태우게 된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세영 교수는 “기상 직후 담배를 피우면 아닌 시간에 담배를 피울 때보다 혈중니코틴, 다른 독소가 많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로 인해 두경부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끊는 게 좋고, 자신의 입안에 붉거나 흰 얼룩은 없는지, 목소리가 이상하거나 아프진 않은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세영 교수는 “그중 아침 흡연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더욱 높이기 때문에 ‘아침 애연가’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후두내시경검사, 구강검사 등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담배를 끊기가 힘들다면, 아침 첫 담배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 이를 위해서는 ‘니코틴 의존도’를 낮추는 게 좋다. 일어나서 담배생각이 나지 않도록 가벼운 산책 등 운동을 하거나, 아침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담배를 피우는 첫 시간을 늦출 수 있다.
이세영 교수는 “아침 첫 담배를 피우는 시간이 이른 흡연자의 흡연패턴을 보면 오전에 집중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들 흡연자는 니코틴 의존도가 강해 자의적으로 금연하기 어려워 전문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