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미워지는 코로나19… '음란물 중독'이 늘었다

입력 2020.08.14 05:00 | 수정 2020.08.14 09:40

실내생활 늘며 음란물 시청 시간 증가… 도파민 분비… 더 자극적인 것 찾게 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다준 뜻밖의 부작용이 확인되고 있다. '음란물 중독'이다. 세계 최대 규모 포르노 사이트 'P'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지난 2~3월 사이트 방문량이 평균 11.6%, 국가별 최대 24% 늘었다.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P 사이트 방문 횟수는 총 420억회, 하루 평균 1억1500만회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리서치가 국내 성인 101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유행 전후 음란물 시청 시간의 변화를 물었더니, 한 달 1회 미만 음란물을 보던 그룹을 제외한 모든 그룹에서 30% 안팎의 응답자가 음란물 시청 시간을 늘렸다고 대답했다.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생활이 길어지고 우울감이 커지면서 음란물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청량 못 줄이거나 현금 결제하면 의심

음란물 중독은 학계에서 인정하는 공식 병명은 아니지만, 행위 중독의 일종에 속한다고 본다. 음란물을 보면 쾌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는데, 이 행위가 반복되면 도파민 수용체도 증가한다. 더 많은 도파민과 쾌감을 원하게 되고, 중독에 빠진다. 중독 이후엔 웬만한 음란물엔 무감각해져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음란물을 찾게 된다. 음란물을 못 보면 안절부절못하게 되고, 인간관계·학업·직장생활까지 지장이 생긴다. 은평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엽 교수는 "가학적인 음란물 시청을 즐기거나, 현금을 결제해가면서까지 음란물을 보면 중독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자가진단 테스트〈그래픽〉를 통해 중독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음란물 중독 자가진단 테스트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뇌 쪼그라들어 기억력 떨어지고 발기부전

음란물 중독은 일상에 지장을 미치는 정도를 넘어 각종 질환이나 사회 문제를 유발한다.

▷기억력 저하=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박종석 원장은 "독일 뒤스부르크대에서 2012년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음란물을 많이 시청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기억력이 13% 떨어졌다"고 말했다. 뇌에서 계산·기억 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쪼그라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충동성 증가=음란물 중독은 충동을 억제하는 전전두엽 능력을 떨어뜨린다. 즉각적인 '보상'에 매달리게 되면서 보상이 바로 주어지지 않는 학업이나 업무에 문제가 생긴다.

▷우울증 유발=음란물 외에 다른 것으로부터 기쁨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나는 변태'라는 자기 비하가 우울증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발기부전·조루증=지난해 미국 군의학저널에 실린 20~40세 비뇨기의학과 환자 설문에 따르면, 파트너와의 성관계보다 음란물을 선호하는 사람은 발기부전 발생률이 78%로 가장 높았다. 음란물을 보지 않고 파트너와의 성관계를 선호하는 그룹은 발기부전 발생률이 22.3%로 가장 낮았다.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박현준 교수는 "음란물 속 자극적인 성관계와 실제 성관계의 괴리감 때문에 발기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성 파트너를 보며 음란물 속 여성을 떠올리다가 조루증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범죄로 이어질 위험=다양한 종류의 음란물을 접하다가, '도촬' 영상에 집착하게 되는 이들도 생긴다. '시청'을 넘어 실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도촬로 이어져 문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불법 도촬을 저지른 후 정신과에 방문한 사람들 중에는 도촬 영상을 많이 보던 음란물 중독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들의 중독을 경계한다. 이승엽 교수는 "뇌의 신경망이 형성되는 일종의 '가지치기'가 청소년기에 이뤄진다"며 "이 시기에 음란물을 자주 접하면 음란물로 인한 자극 관련 보상회로가 더 발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갈망' 어떻게 줄이나

음란물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일단 음란물을 바로 끊는 게 상책이다. 이게 어렵다면 음란물 시청 시간을 10~30분씩 서서히 줄여간다. 정해진 시간에 적정량만 음란물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승엽 교수는 "축구, 춤, 악기, 클라이밍, 반려견과 산책 등 최대한 나에게 건강한 쾌락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아 시도하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위축되지 말고 바깥에 나가 햇볕을 쬐는 것도 중요하다. 세로토닌 호르몬이 분비되며 행복과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일상에도 활력이 생긴다.

스스로 '치유'하기 어려울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승엽 교수는 "음란물에 대한 갈망을 줄이기 위해 도파민 분비를 차단하는 약 등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석 원장은 "약 복용과 인지치료, 상담을 동반하면 3~6개월 안에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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