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물·환경 아우르는 '원 헬스' 시대가 온다"

입력 2020.07.31 05:06

[현장] 넥스트 노멀 콘퍼런스

"농구로 치면 이제 1쿼터(4분의 1)를 지났을 뿐이다. 전 세계인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하는 등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길 원하지만, 적어도 2년간은 어려울 것이다."

지난 23일 열린 '넥스트 노멀 콘퍼런스(Next Normal Conference) 2020'에서 나온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의 코로나19 진단이다. 불과 몇 달 만에 '일상'이 증발했다. 어제까지의 '정상(노멀)'이 '비정상'이 됐다. 김 교수가 인간·동물·환경을 관통하는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을 제시한 것은 그 같은 맥락이다. 그는 "사람, 야생동물, 환경에 대한 융합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보건·의료의 문제가 아닌, 문명사적 사건이다.

웹 콘퍼런스에 참석한 보건·의료 분야 석학들의 진단은 절박했지만 희망이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넥스트 노멀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정상적인 일상은 가능할까? 고려대의료원과 미국 존스홉킨스대, 영국 맨체스터대, 독일 베를린자유대 공동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의 현장은 비판과 대안의 한바탕 충돌의 장(場)이었다.

◇발생 보고 7개월 만에 사망자 66만명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정체불명의 폐렴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지 7개월이 지났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700만명의 확진자, 66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00년 만에 한번 나올 '강력한' 전염병으로 인식되는 코로나19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바이러스의 특성이 무언지, 유행이 얼마나 갈지 확신하지 못한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에 대한 담론의 장인 ‘넥스트 노멀 콘퍼런스 2020’에서 고려대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넥스트 노멀 시대의 의료는 환경·생태·경제·문화·정치 등의 실체를 보여주는 투명한 창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에 대한 담론의 장인 ‘넥스트 노멀 콘퍼런스 2020’에서 고려대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넥스트 노멀 시대의 의료는 환경·생태·경제·문화·정치 등의 실체를 보여주는 투명한 창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코로나19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신종 감염병은 계속 출현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김영훈 부총장이 보기에, 코로나19 이후 '의료'의 역할 자체가 바뀌었다. 과거 의료는 암을 도려내고 고름을 짜면서 아픈 환자를 치료했다. 넥스트 노멀 시대의 의료는 환경·생태·경제·문화·정치 등의 실체를 보여주는 투명한 창이 될 것이다.

◇"포퓰리즘, 코로나19 사망률 높인 주범"

각국의 정치·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했다. 세계적인 보건학자인 런던대 보건대학원 마틴 매키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의과학적 조언을 무시한 채 당장 경제 살리기에만 힘쓰는 미국, 영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의 공통점은 포퓰리즘 정부란 것"이라며 "이들 국가의 코로나19 사망률은 모두 높다"고 말했다. 20세기 초 미국은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했을 때 43개 도시를 봉쇄했다. 매키 교수는 "이때 시민 보호를 위해 가장 먼저 도시 봉쇄를 시행하고 가장 나중에 봉쇄를 해제한 도시들이 가장 많은 생명을 구했고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를 회복시켰다"고 했다.

'인권' 문제도 제기됐다. 독일 베를린자유대 이은정 교수는 "넥스트 노멀에 대한 논의에 앞서 뿌리 깊은 동서양의 차별과 편견, 인종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사례를 들며 감염병 원인 집단으로 지목된 동양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분위기를 비판했다. 이은정 교수는 "한국·중국이 방역에 성공했다고 객관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독일 현지에서는 한국·중국 등의 감염병 감시 체계와 마스크 착용 문화는 동양의 유교 문화에서 비롯된 권위주의적이고 집단주의적 행동이라고 폄하한다"고 전했다.

◇"AI 등 테크놀로지 총동원, 감염병 맞서야"

무엇보다 감염병 자체가 '일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인류에게 공포다. 신종 감염병은 크게 보아 전 세계가 자초한 무분별한 야생동물 섭취 그리고 정글 파괴, 기후 변화에 의해 발생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크다.

감염학자인 김우주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최첨단 테크롤로지가 '감염병'에 대한 감시 기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신종 감염병은 조기 발견과 격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감염병 감시체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감염병 감시에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 투자에 시한은 없다"

신종 감염병을 잠재우기 위한 '백신 개발'은 단기 과제인 동시에 시한 없는 장기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개발에는 10~15년이 걸리고 비용도 1조원 이상 들기 때문에 평상시에 백신 연구나 개발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주최 측인 고려대의료원이 서울 정릉 K-Bio 캠퍼스에 구축 예정인 세계 최고 수준의 신종 감염병 연구 시설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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