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굳어 사망 이르는 무서운 질환... 조기 진단이 관건입니다"

입력 2020.07.20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특발성폐섬유화증 명의'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혜숙 교수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폐가 돌처럼 굳는 '폐섬유화증'이 유명해졌다. 그러나 유해 화학물질이라는 원인이 있는 폐섬유화증과는 달리, 원인도 모른 채 폐가 굳어버리는 병이 있다. 바로 '특발성폐섬유화증(IPF,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이다. 국내 환자 수는 10만명 당 1.7명.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치료도 어려워 무서운 질환이다. 평균 생존 기간은 60개월이지만, 1년에 환자 14%에게서 급성 악화가 발생한다. 급성 악화가 오면 생존 기간은 15개월로 급격히 떨어진다.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혜숙 교수의 자문을 얻어 특발성폐섬유화증에 관해 알아본다.
최혜숙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혜숙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이름부터 생소한 특발성폐섬유화증은 어떤 질환인가요?
A.
특발성폐섬유화증은 간질성폐질환과 함께 원인 없이 찾아오는 것 중에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질환입니다. 천식·COPD(만성폐쇄성폐질환)와 달리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치료가 더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죠. '특발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환이라는 뜻입니다.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나으면서 켈로이드가 생기는 것처럼, 폐섬유화 역시 반복되는 염증이 생겼다 낫기를 반복하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폐는 숨을 들이마실 때 풍선처럼 수축·이완을 반복해야 하는데, 폐가 딱딱하게 굳으면 이런 기전이 불가능해 숨쉬기가 어려워집니다.

Q. 특발성폐섬유화증에 걸리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A.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3대 증상은 기침, 운동성 호흡곤란, 수포음입니다. 운동성 호흡곤란은 움직일 때 호흡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폐에 청진기를 대어 봤을 때, 마치 물속에서 빨대를 불 때 나는 것과 유사한 소리가 납니다. 폐에 공기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소리가 생기는 게 원인이죠. 병이 심하게 진행되면 3대 증상이 더욱 악화되고, 운동 시 호흡곤란이 안정 시 호흡곤란으로 변해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기도 합니다.

Q.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논란이었던 '폐섬유화증'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A.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 증상은 같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 역시 폐에 염증이 생기면 낫는 과정에서 폐섬유화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은 흡입된 살균제에 의해 세기관지염과 폐포 손상이 발생한 상태인 것과 달리, 특발성폐섬유화증은 원인 없이 벌집 모양의 폐섬유화를 만드는 것으로, CT를 촬영해보면 정확한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두 질환 모두 폐섬유화에 의해 폐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최혜숙 교수가 화면 가리키는 사진
특발성폐섬유화증 환자의 CT에서는 벌집 모양의 섬유화 병변이 나타난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특발성폐섬유화증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이 있나요?
A.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유전적 소인, 환경적 인자, 폐 감염 사이에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특발성폐섬유화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위험인자는 ▲고령 ▲남성 ▲흡연 ▲금속·나무·석공·식물·동물 등에서 나오는 먼지에 노출된 경우 ▲감염 ▲위식도역류질환 등입니다. 평균 발병 나이는 69세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보다 많고 예후도 나쁩니다. 특히 흡연이 위험합니다. 흡연 자체로 폐 세포 손상을 유발할뿐 아니라, 치유과정과 관련된 유전자 물질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특발성폐섬유화증의 약 30% 정도는 유전자 변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 특발성폐섬유화증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A.
진단 시 가장 중요한 것은 CT 촬영과 폐기능검사입니다. 1달 이내 호흡곤란 악화가 있고, 고해상도 CT에서 병변이 보이는 경우 특발성폐섬유화증으로 진단합니다. 특발성폐섬유화증은 원인도 알 수 없고, 급속도로 악화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입니다. 폐기능검사는 6개월에 한 번, CT 촬영을 1년에 한 번 정도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특히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 활동량이 적어져 폐 기능이 떨어진 것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폐기능검사가 더욱 중요합니다.

최혜숙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혜숙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특발성폐섬유화증은 완치가 가능한가요?
A.
결론부터 말하면 완치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폐 이식을 통해 완치를 노려볼 수도 있지만 폐 이식이 가능한 평균 나이는 65세로, 특발성폐섬유화증 평균 진단 나이인 69세보다 낮습니다. 이식이 어렵다면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항섬유화제'를 사용합니다. 항섬유화제 투약군은 대조군보다 예측 생존 기간이 2.5~5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고작 1년이라고 환자에게는 자녀의 결혼, 출산 등 많은 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단 초기부터 항섬유화제를 복용할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있습니다. 드물게 환자 8% 정도는 진단된 상태에거 더이상 진행하지 않기도 합니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Q. 치료 중인 환자가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A.
급성 악화가 오면 생존 기간이 평균 60개월에서 15개월로 급감합니다. 따라서 급성 악화가 오지 않도록 감염, 흡연, 대기오염 등 위험 요인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감염병을 막기 위해 철저한 방역도 중요합니다. 항섬유화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부작용은 없는지, 진행 정도는 어떤지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항섬유화제 부작용으로는 식욕저하, 오심, 광과민성 등이 나타납니다. 특히 광과민성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환자가 많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크림을 충분히 바르고, 보습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또한 항섬유화제는 자몽과 함께 먹으면 안 됩니다. 다른 복용약이 있을 때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습니다.

곤봉지 환자 사진
만성적인 저산소증이 있으면 모세혈관이 확장해 곤봉지가 생긴다./사진=경희대병원 제공

Q. 집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자가진단법'이 있다던데…
A.
특발성폐섬유화증을 비롯해 폐암 등 폐 질환이 있으면 손가락 손톱이 있는 부분이 불룩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명 '곤봉지'라는 것으로, '핑거 클로빙(Finger Clubbing)'으로도 불립니다. 특발성폐섬유화증 환자의 약 50%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폐 질환으로 인해 만성적인 저산소증에 노출되면 산소가 부족해지며 모세혈관이 확장됩니다. 이로 인해 모세혈관과 말단연조직이 과다증식하면서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사진과 같이 손가락을 맞대어 봤을 때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면 폐기능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Q. 특발성폐섬유화증 예방을 위해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폐기능검사를 했을 때 폐 기능이 70% 이하로 떨어져 있다면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는데, 대부분의 환자가 70% 밑으로 떨어진 채로 병원을 찾습니다. 앞서 언급한 흡연, 분진 작업, 감염, 위식도역류질환 등 위험요인들은 주로 삶의 질이 좋지 않은 분들에게 흔한데요. 이런 분들은 평소 건강검진을 적극적으로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생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기 전에 병원을 찾아 검진 받기를 권합니다.

최혜숙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혜숙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최혜숙 교수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이다. 간질성폐질환, 폐암, 만성폐쇄성질환을 전문분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산하 간질성폐질환연구회에 소속돼 국내 간질성폐질환의 현황을 평가하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간질성폐질환연구회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폐섬유화증 2차 판정을 하기도 했다. 경희대병원에서도 류마티스내과와 협력해 간질성폐질환 코호트를 운영하며 원인 염증물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기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특발성폐섬유화증 환자만 1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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