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붉은 수돗물 나왔던 곳

인천 서구에서 또 수돗물 사고다. 지난 13일 밤 인천 서구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서구 검암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글쓴이는 샤워기 필터 속 유충이 기어가는 모습을 촬영해 게재했다. 서구에서는 지난해 붉은색 수돗물이 나와 논란이 됐던 데 이어 다시금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서구 검암동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충이 나온다고 해서 혹시 몰라 필터를 확인했더니 누런 색깔의 벌레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며 "너무 놀랐고 일단 급해서 생수를 사서 아이를 씻겼다"고 말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서부수도사업소로도 지난 9일부터 13일 밤까지 총 12건의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측은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환경청과 함께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오게 된 원인에 대해 분석 중이다. 서부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온 것은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 쉽게 원인에 대해 답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수장부터 배수 과정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번에 발생한 유충이 여름철 기온 상승 시 물탱크·싱크대와 같은 고인 물이 있는 곳에 발생하는 종류인 것으로만 추정하고 있다.
인천시는 "유충 발견 신고 지역인 서구 왕길동(7845세대), 당하동(1만5999세대), 원당동(4418세대) 등 2만8262세대에서는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유충이 정확히 어떤 종류인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선은 주의해야 한다는 것. 시는 유충이 발견돼 수돗물을 마실 수 없는 가구에 대해서는 병입수돗물인 미추홀참물을 지원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작은 유충은 뱃속에 들어가면 위산에 녹아 소화되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촌충·회충 등 기생충의 경우 '뮤신'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위산에 녹지 않고 견뎌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충이 어떤 것인지 밝혀지기 전까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확실히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염된 수돗물은 최대한 마시지 않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