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같은 간, 아플 때까지 티 내지 않습니다”

입력 2020.06.22 07:3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간이식 명의'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윤영철 교수 ​

아파도 티를 내지 않는 간(肝)은 ‘곰’ 같은 장기다. 전체 80%까지 손상될 때까지 아무런 내색하지 않을 정도로 묵묵하지만,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간은 간경변, 간부전, 간성뇌증, 간암 등 상태가 심해질 때까지 별다른 티를 나타내지 않는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다른 사람의 간을 받는 ‘간이식’이 불가피해진다. 다른 사람의 간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사는 간이식은 최근 혈액형간 불일치, 크기 불일치 등도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 간이식에 대해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괴 윤영철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윤영철 교수 사진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윤영철 교수​/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Q. 간이식을 해야 하는 간질환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크게 간질환 말기와 간암일 때 간이식을 진행합니다. 간이식을 진행하게 되는 사람의 원인 70%는 B형간염인데요. 부모님이 B형간염이었거나, 태어나자마자 백신을 맞지 못했다면 B형간염으로 인해 간이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간경변으로 진행되고 간부전, 간암으로 진행돼 간이식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B형간염에 이어 알코올성 간질환자가 많이 나타나는데요. 알코올성 간염이 15~20%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C형간염 등 기타 독성간염들이 차지합니다. B형간염에다가 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반드시 절주를 해야 합니다. 이들은 불이 붙은 상태에서 기름을 붙는 격으로 간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데요. 간경변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간이식을 해야할 정도로 상태가 많이 나빠집니다.

Q. 간암은 꼭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나요.

A. 간암에도 여러 가지 치료방법이 있는데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간이식, 간절제술, 고주파열치료술 3가지가 있습니다. 이외에 색전술, 방사선치료, 양성자치료, 항암치료 등은 완치를 기대하는 대신 증상을 완화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모든 환자가 간이식을 할 수 있는 건 아닌데요. 간절제술 같은 경우에는 간이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간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또 만약 간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거나, 간암이 여기저기 퍼져있는 경우에도 비슷합니다. 고주파열치료술도 마찬가지다. 장기를 태우다보면 간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간이식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Q. 간염, 알코올 외에 간기능을 나쁘게 만드는 원인은.

A. 환자들이 간에 좋다는 한약 등을 먹다가 얼굴이 노랗게 되서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부는 간이 나빠지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처방을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간부전이 나타나 간이식을 받는 경우도 있죠. 아주 드물게 일반적으로 쓰는 약인 결핵약을 먹다가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소화제, 위보호제 등에서도 드물게 간독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간독성이 있는 약을 계속해서 처방받다 보면 간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Q. 건강기능식품을 먹다가 나빠지는 경우도 있는지.

A. 네, 실제로 건강기능식품으로 간수치가 증가하는데, 최대 간수치가 10~20배까지 올라갑니다. 간수치는 40IU/L이하가 정상인데, 400~800IU/L까지 증가해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당장 건강기능식품을 끊어야 합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맹신을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잘못하면 간독성, 신장독성으로 인해 오히려 몸을 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건강기능식품 섭취는 자제하고, 일반 식단으로 균형있게 먹는 게 제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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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맹신을 기반으로 건강기능식품을 먹다가 간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Q. 건강기능식품보다 자연식을 추천하시는 거죠.

A. 네, 오메가3를 섭취하기 위해서 건강기능식품을 먹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지, 고등어를 많이 먹어서 문제가 생긴다는 보고는 드뭅니다. 실제로 건강기능식품을 살펴보면, 먹고자 하는 성분이 조금 들어있지만, 대신 다른 성분들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다 하루 술 한잔이 건강에 좋다며 즐겨 먹으면 간상태가 계속 나빠집니다. 또 술을 먹고, 간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완화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술을 먹으면서 건기식까지 먹으면 간 부담이 커져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간을 생각해서 먹는 건기식이 오히려 독이 되는 셈이죠.

Q. 건기식을 먹는 게 간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거군요.

A. 네, 간은 무언가를 먹어서 좋아지는 장기가 절대 아닙니다. 간은 무조건 어떤 물체가 들어오면 독성을 해독하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간이 회복할 시간을 안 주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간이 나빠서 UDCA를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간이 UDCA를 생성하는 과정을 일부 덜어주기 때문에 간이 쉴 시간을 만들어주는 기전입니다. 이는 어느 정도 간이 나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Q. 간에게 휴식시간을 충분히 줘야겠습니다.

A. 간에게 제일 좋은 거는 쉴 시간을 주는 겁니다. 무언가를 먹어서 간이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간이 일을 덜하게 만들면서, 간기능을 돌아오게 하는 게 가장 권장됩니다. 간은 뛰어난 회복능력이 있는데요. 실제로 간의 80%까지 절제해도, 정상적인 간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 문제없이 살 수 있습니다.

간은 20% 이하까지 기능이 떨어졌을 때 증상이 나타납니다. 간이 나쁠 때 생길 수 있는 증상들은 독성을 분해하지 못하니까 피곤함, 황달 등이 나타납니다. 더 나빠지면 간경변으로 이어져 복수가 차고, 식도정맥류, 간성뇌증 등이 나타납니다. 이때는 간이식을 받아야 하죠.

Q. 다른 장기들보다 탁월한 간의 회복능력이 궁금합니다.

A. 일단 간의 세포 자체가 재생을 잘 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2012년에 간절제를 했다가 1년이 지나서 얼마나 커져있는지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었는데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1년 있으면 100% 돌아오는 걸 확인했습니다. 3개월 정도 지나면 간이 충분한 기능을 할 정도로 커지기 때문에, 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윤영철 교수 사진​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윤영철 교수​/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Q. 간이식 후 기증자, 수혜자의 권장 생활습관이 있다면.

A. 기증자는 3개월 정도까지는 일반적인 간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금주를 해야 합니다. 간독성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도한 노동도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또 음식도 확실치 않은 것들은 피하는 게 권장됩니다. 대부분 간이 충분히 커진 다음 먹는 게 좋습니다. 3개월이 지나면 원래대로 생활할 수 있는 만큼, 잘 참아야 합니다.

수혜자의 경우에는 1년이 지나도 원래 간 크기만큼은 커지지 않습니다. 특히 간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간이 너무 작을 때는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면역억제제를 먹으면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상처가 나거나 감염되는 경우를 조심해야 합니다.

Q. 간이식을 받아도, 간암 등 질환이 재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환자분들이 간이식을 할 때는 완치를 기대하고 받음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결국에는 이식할 당시에 혈관을 타고 암세포가 떠돌아다니다가 재발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장기에 전이되기 전인 초기에 간이식을 했다면 재발률이 거의 0%에 임박할 정도로 떨어집니다. 즉, 간이식을 할 때는 다른 장기에 전이가 없는 게 가장 중요한 셈이죠.

Q. 최근에는 혈액형이 달라도 간이식이 가능하다는데요.

A.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혈액형불일치 간이식은 금기됐습니다. 다른 혈액형을 가진 사람끼리는 항체가 있어 거부반응이 있는데요. 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간에도 B형 간이 갖고 있는 항원을 A형 환자에게 들어갔을 때, 바로 공격을 해서 급성거부반응이 일어나서 금지됐었던 것이죠.

하지만 일본에서 혈액형불일치 간이식을 많이 연구한 결과, 새로 들어온 간을 공격하는 인자 중 B세포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리툭시맙이라는 B세포를 억제하는 약을 사용하면서 혈액형불일치 간이식이 성공하기 시작했는데요. 약을 쓰면 B세포 기능이 떨어지면서, 다른 기가 들어와도 공격하지 않게 됐죠. 또 피에 떠돌아다니던 원래 항체를 없애주기 위해 혈장교환술을 통해 항체를 없앴습니다. 혈장교환술을 통해 이식이 가능한 정도로 수치를 떨어뜨리면, 급성거부반응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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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이 달라도, 간크기가 크게 차이나도 간이식을 할 수 있다./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Q. 혈액형불일치 간이식은 예후가 특별하게 차이나는지.

A. 간은 ‘곰’ 같은 장기라서, 여러 항원이 들어오더라도 어느 정도 잘 버팁니다. 물론 혈액형부적합 이식을 하더라도 기특하게 잘 견뎌냅니다. 약은 혈액형불일치 초기에만 쓰고, 면역관용을 통해 신체가 적응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복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치료효과는 일반적인 간이식하고도 결과적으로는 같아집니다.

Q. 간 크기가 차이나는 경우에도 간이식을 할 수 있는지.

A. 간은 신체의 2%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지나치게 작으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간이 커서 생기는 문제가 없습니다. 워낙 몸이 나쁜 상태이기 때문에, 신체독성을 해결해줄 만한 충분한 크기의 간이 필요한데요. 적어도 자기 몸의 0.6% 이상은 돼야 합니다. 또 간이 지나치게 작으면, 간에 가는 혈류량이 많아서 간손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이때는 우회로술을 진행해 간 손상을 줄이는 방법을 진행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간이 지나치게 작을 때 기증자를 2명 쓰는 방법도 있는데요. 보통은 부모에게 자식 둘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Q. 간이식을 앞두고 환자들이 지켜야 하는 수칙들이 있다면.

A. 금연과 금주는 간이식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 간이식을 받을 때는 식사를 골고루 먹는 게 좋은데요. 단백질과 지방은 멀리하는 게 좋고, 탄수화물을 적당히, 야채는 적절하게 먹는 등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간이식 후에는 이전보다 간이 상당히 좋아지기 때문에 과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또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하므로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면역억제제는 고혈압을 먹듯이 먹어야 합니다. 운동은 간이식하고 1년 정도 지났다 하면, 일반인과 똑같은 강도로 해도 됩니다.

Q. 간질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A. 간질환은 무조건 초기에 잡아야 합니다. 간은 망가지고 나면 원래대로 되돌리기 힘든 장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금주’할 것을 강조합니다. 다양한 생활수칙 중 한가지를 지키라고 하면 반드시 금주를 권장하고 싶습니다. 알코올은 소량 자주 먹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에 반드시 간질환자는 술을 끊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증은 별다르게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증을 하고 싶다고 이식센터에 의사만 밝히면 됩니다. 5000명 이상의 간이식을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윤영철 교수 사진​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윤영철 교수​/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윤영철 교수는?

가톨릭대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간암, 간이식, 담관암, 췌장암, 담석증 등을 전문분야로 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에서 2011년부터 간담췌외과를 이끌고 있으며, 장기이식센터를 설립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초대 장기이식센터장을 역임(2013.03~2019.01)하면서 인천성모병원이 장기이식의료기관, 장기이식등록기관, 뇌사판정의료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이 서울까지 오가는 번거로움이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2015년 세계최초로 간 크기가 지나치게 차이나는 공여자와 수혜자간 간이식 수술 성공 사례를 국제이식 학술지에 게재했다. 2019년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켁 의대에서 초빙교수로 간암 및 간이식 수술 등을 연수했다. 대한외과학회,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이식학회, 대한간이식연구학회, 대한간암학회 및 대한종양외과학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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