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은 되도록 적게, 음식도 조금만 먹으라고? 착각입니다”

입력 2020.03.23 08: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당뇨병 명의' 노원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한경아 교수

한경아 교수
노원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한경아 교수/노원을지대병원 제공

당뇨병이라고 해서 다 같은 당뇨병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당뇨병 환자는 성인이 되어 발생하는 '2형'이다. 2형 당뇨병은 운동 부족이나 비만, 식습관과 관련 있다. '1형'은 조금 다르다. 소아·청소년일 때부터 나타나며, 생활습관과는 관련 없이 자가 면역 문제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손상돼 인슐린을 거의 분비하지 못하는 상태다. 2형보다 완치가 어려우며,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라 환자의 고통이 크다. 식사나 운동으로 교정이 어려운데도 '의지 부족'이라고 오해받거나, 소아에게 당뇨병이 생기는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 당뇨병 명의로 알려진 노원을지대병원 당뇨센터 한경아 교수(내분비내과)를 만나, 소아 당뇨병(1형 당뇨병, 소아 때 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뒤 성인이 된 환자 포함)에 대해 들었다.

Q. 국내 소아 당뇨병 현황은 어떤가요? 환자가 많습니까?

A. 사실 소아 당뇨병과 1형 당뇨병이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1형 당뇨병을 보는 의사입니다. 1형 당뇨병은 소아·​청소년일 때 나타나 소아 당뇨병과 혼동되지만, 이 환자들이 나이가 들면 성인이 됩니다. 그래서 1형 당뇨병 환자는 소아도, 성인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1형 당뇨병 환자는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2%를 차지합니다. 수 자체만 보면 많지 않지만, 소아·청소년에서 계속 증가하는 게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소아·청소년 시기에 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들 예후가 좋아지면서 성인인 1형 당뇨병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Q. 소아 당뇨병 환자와, 소아 때 1형 당뇨병을 진단받고 성인이 된 환자는 2형 환자에 비해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A.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이 성인질환으로 알려진 당뇨병이 소아에게 생겼다고 하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만 생각하지, 2형 당뇨병과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편입니다. 부모가 좋지 않은 식습관을 길러줘 당뇨병이 왔다고 생각하거나, 운동으로 혈당 극복이 안되는 게 의지 부족이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발병하다보니 성인이 됐을 때 또래와 다른 상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학교생활도 어려움이 있고, 취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1형 당뇨병에 대해 입사 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직한 환자도 있었습니다.

혈당 조절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루 3~4회 인슐린 주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주사하는데, 적정량을 세밀하게 맞추기 쉽지 않죠. 또 소량의 간식이나 스트레스, 컨디션 저하로도 혈당이 크게 높아질 위험이 있습니다.

Q. 나이가 젊으면 혈당 관리도 성인보다 엄격하게 한다던데?

A. 젊은 환자는 여명이 깁니다. 때문에 혈당을 정상인에 가깝게 조절합니다. 고혈당이 유지될수록 혈관은 상처를 입고, 당뇨병 합병증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는 1형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조절 목표를 7%로 잡습니다. ​단, 혈당 관리를 엄격하게 하다 보면 저혈당이 올 가능성도 크다는 게 문제입니다. 저혈당이 반복되면 갑자기 쓰러지는 등 큰 증상 없이 의식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Q. 저혈당 위험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세요.

A. 저혈당이 오면 기운이 없어지고, 몸이 떨리며, 식은땀이 납니다. 이때는 빨리 당분을 섭취하라고 권합니다. 과일주스나 사탕 등 흡수가 빠른 식품이 대상이며, 응급 상황에서의 당분 권장량은 15~20g입니다. 단, 즉각 당분을 섭취해도 기력을 회복하기엔 15~30분이 걸립니다. 환자는 이 시간 동안 무기력감이나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권장량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심한 고혈당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생기죠.

급격한 저혈당 상태가 되다보니 횡설수설해 타인에게 오해를 사거나,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 응급실로 이송된 경우도 봤습니다.

한경아 교수
노원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한경아 교수/노원을지대병원 제공

Q. 1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 체크나 관리를 꼼꼼하게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A. 1형 당뇨병은 혈당검사를 자주 할수록 혈당 조절을 잘 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계속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가 도움이 됩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센서 등을 체내에 삽입하거나 피부에 부착, 채혈 없이 혈당을 연속 측정하는 의료기기입니다. 미세 센서가 약 5분에 한 번 연속해 당 수치를 측정하죠. 과거 혈당까지 그래프로 볼 수 있어 혈당이 서서히 떨어지는지 높아지는지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혈당 변화 추이를 통해 환자 생활 중 어떤 요소가 고혈당이나 저혈당을 야기했는지도 파악 가능합니다.

간혹 자신이 저혈당인지 모르는 환자도 있는데(저혈당무인식증), 단순히 자각 증상이 없는 것이지 그대로 내버려두면 의식 불명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 자각 증상이 없어도 저혈당 상태가 됐을 때 경보해주는 기능이 있어 유용합니다. 또한 인슐린펌프는 인슐린을 피하로 지속 주입해줘 혈당 관리를 도와주는 기기인데,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모델도 있어 환자 상황에 따라 세밀한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연속혈당측정기 구입과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이제는 보험급여 혜택을 볼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었습니다.

Q. 연속혈당측정기가 아직은 생소하게 들립니다.

A. 국내에서 1형 당뇨병 환자 기준으로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는 비율은 1% 미만입니다. 미국에서는 2017년 기준으로 1형 당뇨병 환자 24%가 사용하고 있는 상황인데, 유용한 기기라 사용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용 확대를 위해서는 환자나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이고 개별화된 교육이 필요한데, 이런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 아쉽습니다.

Q. 소아인 당뇨병 환자가 혈당 조절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면?

A. 성장시기인 소아는 많은 영양섭취와 활발한 활동이 필요합니다. 간혹 혈당 조절을 위해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 보호자가 지나치게 영양섭취를 제한해, 성장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래와 어울리는 행동이나 운동 등을 우려하기도 하는데, 당뇨병을 이유로 아이를 제한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소아 당뇨병 환자의 보호자는 의사와 잘 상의해 활동과 음식 섭취 적정 수준을 이해하길 권합니다.

Q. 1형 당뇨병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는?

A. '인슐린은 되도록 적게, 음식도 조금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큰 착각입니다. 인슐린도 음식도 환자의 상태에 맞춰 충분하게 공급돼야 합니다. 특히 1형 당뇨병 환자는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많이 하는 것 보다, 생활에 따라 적정량의 인슐린을 적합한 시간에 주입하는 게 중요합니다. 누구의 잘못으로 생긴 질환이 아닌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꼼꼼하게 관리하면 건강한 사람처럼 살 수 있습니다.

한경아 교수는..

노원을지대병원 당뇨센터 과장. 당뇨센터에서만 25년 넘게 근무했다.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박사를 지냈다.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1형 환자와 임신성 당뇨병 환자를 많이 본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건강과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환자가 당뇨병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한경아 교수의 모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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