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사 위험 높은 말기 심부전 환자...인공심장이 새로운 희망

입력 2020.02.24 08: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중증 심부전 명의​'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심부전은 심장의 혈액 펌프 능력이 저하돼 온몸에 혈액순환이 안 되면서 호흡곤란이 생기는 병이다. 그러다 급사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심부전이 진행된 말기 심부전 환자는 더욱 치명적이다. 말기 심부전 환자를 약물로만 치료했을 때 1년 생존율이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병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고,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진 심장이식 수술은 받기가 어려워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환자들이 많다. 최근 인공심장 삽입 수술이 말기 심부전 환자의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증 심부전 명의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에게 심부전 치료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심부전은 왜 생기나

심부전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이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이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으로, 심장에 혈액이 충분히 가지 않으면 약 2000만 개의 심근세포가 굶어죽게 된다. 심근세포가 파괴되고 심장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되며, 이렇게 되면 심장 근육이 혈액을 짜주는 펌프 능력에 장애가 생긴다. 심장 내부 압력이 커져 심장도 커진다. 꼭 허혈성 심장질환이 아니라도 고혈압 자체만으로도 심부전이 생길 수 있다. 알코올도 심부전을 유발한다. 마지막으로 ‘아밀로이드증’이라는 희귀 질환도 심부전을 유발한다.

-알코올이 어떻게 심장을 손상시키나

알코올 자체가 심장근육에 독성을 유발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면 수분 섭취량이 많아지면서 몸에 혈액양이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심장 부담도 커진다. 알코올은 매일 마시는 것도 문제지만, 가끔 폭음하는 것도 문제다.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심장 판막질환이 딱히 없는 데도 매일 술을 오랜 기간 마신 사람이 심부전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들은 술만 끊어도 심부전이 크게 좋아진다.

-나이가 들면 심부전 위험도 높아지나

그렇다. 나이가 들면 피부 탄력이 떨어지듯, 심장 근육의 탄력도 떨어진다. 심부전을 유발하는 허혈성 심장질환 같은 기저질환에 대한 노출 기간도 길어져 위험이 있다.

-심부전 증상은

대표적인 증상은 숨이 찬 것이다. 숨이 차다보니 걷기 등 활동 능력이 떨어진다. 숨이 찬 것을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린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손과 발이 붓는 것도 특징적이다. 일부 환자들은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한다. 심장의 펌프 능력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되면서 위장에 혈액이 충분히 안 가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숨이 차거나 붓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은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말기 심부전이 되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찬다. 응급실을 수시로 가고, 화장실을 가기도 힘들다.

-심부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은 없나

6개월~1년 전에는 할 수 있었던 것을 못하게 되면 의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원 두 바퀴는 쉽게 돌았는데, 현재는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차다거나, 과거에는 계단을 쉽게 올라갔는데 현재는 숨이 차서 어렵다면 의심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자신의 체력을 측정하는 습관을 들이자. 또한 별다른 이유 없이 손발이 붓고 체중이 증가하는 것도 심부전의 신호다.

심장 모형
심장 모형/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심부전의 병기 구분은 어떻게 하나

심부전에도 중증도에 따른 병기 구분이 있다. 심부전 증상이 없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심장이식이 필요한 말기까지 총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없는 무증상 고위험군이다. 이들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음주, 흡연 같은 각 위험인자를 교정하는 치료를 철저히 해야 한다. 2단계는 현재 증상은 없지만 심장의 구조나 기능 이상을 동반한 상태다. 심근경색, 심근비후, 판막이상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해당되며 약물 치료와 함께 필요 시 해당 원인 교정을 위한 치료를 해야 심부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3단계부터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뇨제 등 증상 조절 약물과 함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약물치료, 필요한 경우 시술이나 수술 등을 해야 한다. 4단계는 말기 심부전 상태로, 약물로 효과를 보지 못하며, 심장이식이나 인공심장 삽입술을 해야 한다.

-심부전 진단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심장 초음파로 진단을 한다. 심장 크기를 살피고, 혈액을 짜는 힘인 좌심실 구혈률 등을 살핀다. 심장 크기가 정상보다 크고, 짜는 힘이 커졌다면 진단을 한다. 한편, 심장이 커지지 않는 심부전도 있다. ‘아밀로이드증’이라는 질병 때문인데, 아밀로이드증은 대표적인 희귀질환 중 하나로 아밀로이드라고 하는 일종의 섬유질이 전신 장기에 침착되는 병을 말한다. 심장에 침착이 되면 심부전이 생긴다. 희귀 질환이라 과거에는 진단이 잘 안됐는데, 우리 병원에서 아밀로이드 클리닉을 개소하는 등 환자 진단과 치료에 노력을 하고 있다.

-심부전 치료는 어떻게 하나

심부전 1단계에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유발 요인을 제거하고 교정해주는 치료를 한다. 이런 요인만 제거해도 병이 좋아지는 경우가 꽤 있다. 2~4단계에서는 이뇨제 등 약물을 쓴다. 심장에 들어가는 나트륨 등을 조절하는 약제, 심장 근육을 회복하는 약물이 있다. 말기 심부전은 유발 요인을 교정하고 약물 치료를 하는 데도 효과가 없는 상태다. 숨이 차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말기 심부전 환자는 왜 급사까지 이어지나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지다 보면 결국 부정맥이 생기고 심장이 멈출 수 있다. 펌프 기능이 약하면 혈액이 저류가 돼 혈전이 생성, 혈전이 뇌로 가서 뇌경색이 생길 수 있다. 급사는 아니더라도, 심부전 환자는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 돼 콩팥에 혈액이 적게 가 신부전이 생길 수 있고, 신부전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간에서 혈액이 심장으로 적절히 들어가지 못해 간이 부어 간경화까지 생길 수 있다.

-말기 심부전 환자는 꼭 심장 이식 수술을 해야 하나

가장 먼저 권하는 표준 치료는 심장이식이다. 확실한 치료법이기도 하다.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 약물치료만 하면 70~80%가 사망을 한다. 그렇지만 심장이식 수술은 수술 후 1년 생존율은 90% 정도며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모든 환자가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뇌사자의 심장을 기다려야 한다. 현재 혈액형이 O형, A형인 환자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AB형 환자는 수개월 정도 걸리며, B형 환자는 1년 미만 기다려야 한다. 뇌사자의 심장을 받을 수 있는 우선 순위는 첫째 ‘응급도’이다. 사망 확률이 높은 사람일수록 심장이식을 빨리 받을 수 있다. 그 다음 우선 순위는 많이 기다린 환자다. 마지막으로 나이가 기준이 된다. 70세 미만으로 젊은 환자는 70세 이상 환자보다 우선이다. 70세 이상 고령 환자가 심장 이식을 빨리 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장이식은 한해 180~190례 정도 시행된다. 전국적으로 15곳의 병원에서 시행한다.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인공심장이 심장 이식 대안이 될 수 있나

그렇다. 인공심장은 심장의 펌프 기능을 대신하는 좌심실보조장치를 말한다. 말기 심부전 환자의 좌심실 벽에 삽입되는 직경 5㎝ 정도의 장치로, 전기로 인공 박동을 가해서 혈액을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보내 심장의 펌프 기능을 대신하게 한다. 우심실은 폐로만 혈액을 보내기 때문에 전신에 혈액을 보내는 좌심실의 기능이 중요하다. 좌심실보조장치는 좌심실에 펌프를 삽입하고 펌프에서 대동맥까지 인조혈관을 연결해 좌심실에서 빠져나온 혈액을 대동맥으로 보낸다. 체내 삽입하는 장치라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장기 생존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좌심실보조장치는 동력이 되는 배터리가 체외에 있어 배터리를 허리에 차든지 가방처럼 매고 다녀야 한다. 70세 이상의 말기심부전 환자들은 심장이식의 기회가 없이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인공심장이 도입되면서 말기 심부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인공심장은 누가 받을 수 있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말기 심부전 환자 중 심장이식 수술을 받기까지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사망 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인공심장 삽입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인공심장 삽입술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사전 심사 제도를 거쳐야 한다. 건강 보험 적용을 받으면 환자 부담 비용은 1000만원 정도 든다.

-인공심장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하다

혈전이나 감염 우려를 피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인공 심장과 몸 밖 배터리를 연결하는 전기선도 세심히 다뤄야 한다. 심장 재활 치료도 필수다. 심장 재활은 심장 재활 전문의를 비롯해 전문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다학제팀이 인공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장 재활 치료를 제대로 받아야 인공심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조양현 교수는

고대의대를 졸업했고 현재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다. 중증 심부전 환자의 마지막 희망인 인공심장 삽입술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조양현 교수의 주도로 삼성서울병원은 2016년 국내 최초로 인공심장 전문 클리닉을 만들었다. 조 교수는 3세대 좌심실보조장치(인공심장) 삽입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3세대 장치는 소형화 됐고 내구성이 강하며 혈전 생성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심장 수술로 유명한 일본 오사카의대병원에서 좌심실보조장치 삽입술에 대한 수술 지도(프록터)를 한 기록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공심장 삽입술은 퇴원 사망률이 10% 인데, 삼성서울병원은 0% 기록을 세우고 있다. 심장이식이나 인공심장 삽입술은 심장외과 교수의 술기도 중요하지만 심장내과 교수와 협진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그밖에 중환자 관리 감염, 인공호흡기 관리, 재활 등을 지원하는 간호부와의 팀워크가 좋아야 한다. 조 교수는 환자와의 소통에도 관심이 많아 네이버 밴드 ‘강심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심부전수술연구회 총무이사,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산하 에크모연구회 총무이사, 대한심부전학회에서는 홍보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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