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뭐약] 와파린 대체…항응고제 ‘노악’, 제네릭 쏟아진다

입력 2020.02.17 10:43

혈관 내 응고 이미지
혈관 내벽이 손상돼 매끄럽지 못하거나, 혈류 속도가 느려졌거나, 혈액 점도가 높아지면 응고 작용이 많아진다.​/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혈액 응고 많아지면 혈전, 동·정맥 막아

피는 혈관 안에서 액체이다가, 밖으로 나오면 ‘응고’된다. 혈소판이 파괴되면서 단백질과 혈구가 엉겨 붙는다. 덕분에 다쳐도 피딱지가 생겨 지혈된다. 반면 평소에는 혈관 안에서 피를 응고시키려는 물질과 방지하려는 물질이 평형을 이뤄 응고되지 않는다. 혈관 내벽에 미세한 틈새가 생겨도 혈소판이 마개 역할을 해서 혈액순환을 원활히 한다.

그런데 혈관 내벽이 손상돼 매끄럽지 못하거나, 혈류 속도가 느려졌거나, 혈액 점도가 높아지면 응고 작용이 많아진다. 여러 물질들이 덩어리져 피떡 즉, ‘혈전’이 된다. 이처럼 혈관 안 혈액이 비정상적으로 응고된 상태를 ‘혈전증’, 그 혈전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막으면 ‘색전증’이라 부른다.

혈전이 동맥을 막으면 주변 조직이 심각하게 손상된다. 심장에서 뿜어나온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심근경색증∙협심증∙뇌경색 등을 일으킨다. 노폐물 혈액을 수거해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정맥에선 혈류가 느려 혈전이 생기기 쉽다. 다리쪽을 막으면 붓고 아프다. 또한 정맥을 떠돌던 혈전이 심장을 거쳐 폐로 가다가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으로 심한 호흡곤란을 겪을 수 있다.

항소판제보다 항응고제가 좀 더 강력

혈전이 생기지 않게 막아주는 ‘항혈전제’는 두 가지다.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 항혈소판제는 혈액 내 혈소판의 응집하려는 기능을 낮춘다. 항응고제는 혈액을 응고시키는 물질들의 수를 줄이고, 작용을 막아내 응고를 지연시킨다. 혈액을 묽게 만든다. 응고가 잘 안돼 출혈이 생겨도 지혈이 더디다.

어디에 어떤 혈전이 생겼는지에 따라 항혈소판제 또는 항응고제를 쓴다. 항혈소판제는 주로 협심증처럼 심장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겼거나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 정맥혈전증에 쓰인다. 대표약은 바이엘의 ‘아스피린(성분명 아세틸살리실산)’, 사노피의 ‘플라빅스(성분명 클로피도그렐)’, 아스트라제네카의 ‘브릴린타(성분명 티카그렐러)’, 오츠카제약의 ‘프레탈(성분명 실로스타졸)’ 등이다.

혈액이 뭉쳐지지 않게 막는 항응고 효과는 항혈소판제보다 항응고제가 세다. 좀 더 강력한 항응고제는 심장 판막질환이 있거나, 심한 부정맥으로 혈전이 생겼다가 뇌로 가서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큰 환자 등에게 먹는 약으로 처방한다. 특히 부정맥 중에서도 심방세동 환자에게 항응고제가 효과적이다.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풍선확장술을 하거나, 치료가 급한 뇌경색 등에는 항응고제를 주사한다.

경구약 와파린, 채소 섭취 제한 불편

항응고 주사제는 ‘헤파린’ 계열이다. 먹는 경구약으로는 ‘쿠마딘(성분명 와파린)’이 대표적이었으나, 최근엔 새로운 항응고제라는 뜻의 ‘노악(NOAC∙New oral anti-coagulant)’ 계열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와파린 복용시 불편함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와파린 성분은 비타민K의 작용을 억제해 혈액 응고물질을 감소시키는 약이다. 비타민K는 혈액을 응고시키는 물질을 만든다. 이 때문에 와파린을 먹는 환자들은 비타민K가 많이 함유된 양배추 등 채소를 먹는데 제한이 많았다. 또한 혈중 약물농도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도 컸다. 약물 반응도 느리다.

새로운 항응고제 노악, 복제약 급증

반면 노악계 약물은 혈액 응고 단계의 인자를 선택적으로 저해해 혈전 생성을 막는다. 비타민K와 관련 없다는 뜻에서 ‘비-비타민K 길항제’라고도 불린다. 어떤 약이 더 안전하고 뛰어난지에 관한 연구결과가 숱하게 쏟아지며 노악계 처방 비중이 증가했다. 와파린과 노악약 비교, 노악 약물간 비교, 아시아인 또는 한국인 데이터 등이 처방권을 가진 의사들을 움직였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2019년 노악계 항응고제의 원외처방 실적은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토실산염수화물)’ 560억원, 바이엘의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 462억원, 화이자·BMS의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악계 오리지널 항응고제를 복제한 국내 제네릭도 급격히 늘고 있다. 2011년 시판된 엘리퀴스 아픽사반 성분의 경우, 특허가 풀린 2018년부터 삼진제약, 종근당,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등에서 84개 품목의 제네릭을 쏟아냈다. 2020년 1월에 추가된 품목만 4개다. 또한 리바록사반 성분으로는 12개 품목의 제네릭이 허가됐다.

무조건 노악? 와파린 처방은 왜?

노악 효과는 와파린과 비슷하거나 낫다. 부작용 위험성은 가장 위험하다는 뇌출혈의 경우, 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와파린에 비해 우려할만한 약물상호작용도 적다. 복용하는 환자 입장에선 와파린보다 편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노악이 와파린보다 무조건 더 좋은 약은 아니다. 노악도 항응고제로, 출혈 위험이 있다. 또한 노악은 자칫 과량 복용해도 혈액검사로 농도를 측정할 수 없어 복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환자에선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연구된 지 10년 정도라 이 약에 대해 모르는 점이 더 있을 수 있다.

반면 와파린은 60년 넘는 긴기간 동안 다양한 연구가 많이돼 주의점이 세세히 잘 알려졌다는 게 장점이다. 따라서 처방받은 복용법만 잘 지키면 다소 불편해도, 안전하게 혈전 예방에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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