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전히 '결핵 후진국'… "고령층 유병률, 아프리카 수준"

입력 2019.11.08 09:09

[노년층 결핵]

노인 환자 61%, 동반 질환 보유
호흡곤란 등 증상 달라 진단 늦어 활동성 결핵 되면 주변 전염 위험
흉부 엑스레이로 조기에 잡아야… 보건소서 무료 검진 받을 수 있어

노인 결핵 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결과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결핵 환자 신고 수는 2001년 6547명이었지만 2011년 1만1859명, 2018년 1만5282명으로 급증했다. 65세 이상 결핵 인구 비율도 2001년 19.2%에서 2018년 45.2%로, 전체 결핵 환자의 절반에 이른다.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는 "10년 뒤면 70대 이상 인구는 약 2배가 된다"며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1위로 '결핵 후진국' 오명을 벗으려면 노인 결핵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인 결핵 유병률 아프리카 수준"

한국의 노인 결핵 유병률은 후진국 수준으로 심각하다. '결핵 고위험 국가' 기준은 결핵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150명 이상일 때를 말한다. 한국의 75~79세 결핵 유병률은 10만명당 192명, 80세 이상은 10만명당 308명에 달한다(2018년 기준). 김주상 교수는 "75세 이상의 유병률만 따지만 에티오피아, 케냐, 나이지리아, 베트남, 인도 같은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인 결핵 특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인 결핵이 많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6·25전쟁을 겪으면서 황폐한 주거 환경에서 집단생활을 했고, 영양결핍 인구가 많아 집단 감염이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6·25전쟁 후 결핵균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평생 결핵균을 보유한 상태(잠복결핵)로 살다가,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하는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65세 이상 인구의 잠복결핵 감염률이 50% 이상인 것으로 추정한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은 됐지만, 증상이 없고 균이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아 노인의 경우 치료 대상이 아니다.

◇노인 결핵 진단 늦어져

결핵은 기침이 주요 증상이다. 그러나 노인에서는 호흡곤란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김승준 홍보이사는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도 폐렴과 비슷하게 보여, 처음엔 폐렴으로 오진하고 뒤늦게 결핵으로 진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노인 결핵 환자는 동반 질환도 많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노인 결핵 환자의 61%는 동반 질환이 있으며, 당뇨병이 35%로 가장 흔한 동반질환이다. 그밖에 암, 심혈관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노인은 이런 동반 질환으로 입원 등의 치료를 받다 뒤늦게 결핵을 추가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김주상 교수는 "진단이 늦어지면 병원이든 가정이든 불특정 다수에게 전염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인 결핵 환자의 42%는 증상이 생기고 결핵 진단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됐다.

결핵균은 공기를 통해서 감염되며, 감염력이 높은 병이다. 독감처럼 다음날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결핵균이 잠복해서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한다. 김주상 교수는 "결핵 환자가 10명을 접촉하면 3명이 잠복결핵 상태가 된다"며 "잠복결핵 상태에서는 1000명당 0.5명이 2년 내 활동성 결핵 환자가 되지만, 나이가 많거나 특정 질병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성 결핵 발병 위험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흉부 엑스레이 검사 등 조기 진단이 해법

노인은 자각 증상만으로 결핵을 감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검진을 정기적으로 꼭 받아야 한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박인원 이사장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노인 결핵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결핵 검진은 1차적으로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한다. 흉부 엑스레이 검사상 결핵이 의심되면 가래·객담검사를 2차적으로 진행한다. 박인원 이사장은 "기침, 호흡곤란 등 감기 증상이 오래된다 싶으면 반드시 엑스레이를 찍어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2년마다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주거지역 관할 보건소에서도 결핵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보건소 예산 상황에 따라 다름).

결핵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4가지 약제를 6개월 이상 먹어야 한다. 결핵은 약을 한 달 정도만 먹어도 기침 같은 증상이 없어져 약을 끊는 경우가 많다. 김승준 홍보이사는 "결핵은 치료하지 않으면 2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한다"며 "약 먹기 불편하더라도 약을 끝까지 먹어서 꼭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숨어있는 결핵균까지 모두 죽이려면 최소 6개월은 약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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