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치료할 수 있는 암입니다”

입력 2019.10.07 07:07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유방암 명의'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박경화 교수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 중 완치할 수 있는 암이 있다. 바로 ‘유방암’이다. 실제로 유방암은 다른 암과 달리 1기 5년 생존율이 95%에 달할 정도로 예후가 좋다. 이는 의료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획기적인 치료제 덕분이다.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박경화 교수를 만나 유방암치료 최신 지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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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박경화 교수​/사진=고대안암병원 제공

Q.유방암은 유형과 증상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양성, 삼중음성유방암 3가지로 분류합니다. 전체 유방암 가운데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60% 정도, HER2 양성 유방암 25%, 삼중음성유방암이 15%로 파악됩니다.

각 유형별로 증상이 완전히 다른데,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공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느긋한 암’이라고 설명합니다. 조기에 발견할 경우 병기에 맞게 추가 치료를 하고 여성 호르몬 차단제를 복용하면 완치되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죠.

HER2 양성 유방암은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암이지만 표적치료제가 가장 먼저 개발된 암입니다. 표적치료제가 조기 유방암에서부터 쓰이기 시작하면서 치료 결과가 상당히 좋아진 암인데요. 실제로 완치율도 높고 치료 예후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반면 삼중음성유방암은 모든 수용체(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수용체)가 모두 음성인 암입니다. 여러 성질의 암이 섞여 있는 형태로, 빠르게 진행되며 주로 젊은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암입니다.

1~3기 유방암은 추가 치료 없이 수술만 진행했을 때 10년 재발률이 1기가 10%, 2기가 20~30%, 3기가 40%입니다. 때문에 수술 이후 추가 치료가 재발률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추가 치료도 암 유형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Q. 추가 치료는 항암제를 이용한 치료를 말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암 세포는 먼지처럼 우리 몸의 곳곳에 퍼지기 때문에, 1기에 치료해도 재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기 유방암이라 하더라도 전신에 퍼진 질환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치료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조기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골수 검사를 시행했는데, 다른 암과 달리 많은 양의 암 세포가 혈액 속에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유방암은 아무리 조기라 해도 전신에 퍼졌다고 생각하고 치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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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은 다른 암과 달리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장기간 관리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Q. 치료 후 5년을 추적하는 다른 암과 달리 유방암은 더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는군요.

-맞습니다. 특히 호르몬 수용체 양성 환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재발하는데요. 암세포가 몸에 숨어 있다가 뼈, 폐, 간, 같은 곳에서 다시 나타납니다. 20대에 유방암수술을 했던 환자가 30년이 지나 재발한 케이스도 봤습니다. 이처럼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방암은 장기 추적이 필요합니다.

다른 장기에 전이되기도 하지만 유방암이 나타났던 부위에서 다시 재발하기도 합니다. 조기 유방암 환자 중 한쪽 유방에서만 암이 생기면 3명 중 2명은 부분절제 수술을 받습니다. 유방 조직이 아직 남아있다 보니, 재발하기도 하고 반대쪽 유방에서 암이 다시 나타나기도 합니다.

Q. 환자가 어떤 상태일 때 재발하나요?

-유방암 재발은 ‘씨앗과 흙’의 관계와 같습니다. 씨앗과 같은 남은 암세포가 갑자기 돌연변이를 일으켜, 면역 체계를 뚫고 다시 나타날 수도 있고, 흙에 해당하는 환자의 몸이 암세포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노화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은 끊임없이 암을 감시하고 있는데 나이가 들며 약해집니다.

Q. 현재 국내 조기 유방암 환자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1~3기를 조기 유방암이라고 봤을 때, 환자 90% 이상이 조기 유방암 환자입니다. 완치가 어려운 4기에서야 발견되는 환자는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는 국가검진 프로그램이 굉장히 잘 구축되어 있고,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으며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Q. 국내 조기 유방암 환자 생존율은 어떤가요?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데요. 한국유방암학회가 지난해 펴낸 유방암 백서에 따르면 1기는 95%에 임박하고 2기는 80%로 나타났습니다. 3기는 조금 떨어지지만,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의 예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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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박경화 교수​/사진=고대안암병원 제공

Q. 조기 유방암 환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를 받나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환자들의 경우 수술 후 여성호르몬을 차단하는 치료를 시행합니다. 종양이 크거나, 암세포가 빨리 증식하거나, 나이가 젊은(폐경 전인) 환자는 고위험군이므로 호르몬 차단 치료 이외에도 추가로 항암제를 투여합니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은 운이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표적치료제가 도입되면서 재발 위험이 1~3기에 관계없이 40% 이상 낮아졌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HER2 타입이 고위험군이었지만, 현재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HER2 타입은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HER2 양성인 유방암에서는 종양 사이즈가 2cm를 넘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다면 수술 전부터 표적항암제 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수술 전 보조요법치료를 통해 수술 후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데, 이를 ‘병리학적 완전관해’라고 하는데요. 이때는 예후가 매우 좋고 재발할 위험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수술했는데 1cm를 초과하는 암이 있다면 항암제를 투여하고 수술 후에 표적항암제 치료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HER2 양성 유방암 중 수술 전 항암치료를 시행했는데 결과가 나쁘고 암이 남아 있는 경우, 허셉틴(트라스투주맙)이라는 표적항암제에 세포독성물질을 붙인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 엠탄신) 치료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기존에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을 사용했을 때도 효과가 있었지만, 수술 전 항암치료 후 암이 남아있어 재발위험이 큰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캐싸일라 예후가 더 좋다는 데이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고가의 치료제로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문제는 삼중음성유방암입니다. 현재로서는 화학항암요법만 가능합니다. 수술 후에도 종양 사이즈가 1cm가 넘으면 추가치료를 해야 하지만 화학항암요법밖에 없어 현재 연구가 활발한 분야입니다. 면역항암제를 화학항암요법과 함께 진행한다면, 예후가 개선될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Q. 조기 유방암 환자 재발에 관해 일상에서 지켜야할 수칙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조절’입니다. 지방은 여성호르몬 공장으로 여겨지는데, 몸에 지방이 많다는 것은 여성호르몬 공장이 크다는 것인데, 폐경이 되어도 지방에서는 여성호르몬을 만들어냅니다. 뿐만 아니라 비만은 대사증후군과도 연관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몸의 대사기능이 떨어지면 유방암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때문에 대사조절을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살을 빼면 유방암 재발 위험이 낮아지는데요. 비만은 유방암의 발생 여부 자체와도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유방암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만은 재발과 생존기간까지 영향을 줍니다.

운동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와 같습니다. 운동은 체중조절뿐 아니라 대사증후군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데요. 운동을 하면 식사도 조절할 수 있고 생활습관도 긍정적으로 바뀝니다. 치료를 잘 받는 것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유방암 환자들은 5~10년까지 호르몬치료를 받지만 장기간 약을 먹어야 하니, 환자들이 쉽게 지칩니다. 정해진 표준치료를 성실히 받고, 정기검진을 받으면 치료효과도 그만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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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유방암 치료뿐 아니라 재발 방지에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Q. 폐경 여부에 따라 유방암 재발률이 달라지는지.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경우, 폐경 전인 환자는 예후가 더 나쁩니다. 폐경 전 여성호르몬 수치가 폭포수라면 폐경 후의 여성 호르몬 수치는 수돗물이라고 비유할 정도로 양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죠. 따라서 폐경 전인 고위험군 환자들은 여성호르몬 수치를 줄이기 위해, 난소의 기능을 억제시키는 주사를 맞습니다.

여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치료는 양날의 칼과 같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 여성호르몬의 양을 줄이면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른 폐경이 나타나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집니다. 골다공증이 발생하기도 하고, 우울증도 올 수 있습니다.

림프부종 같은 치료의 부작용도 삶의 질에 악영향을 줍니다. 유방전절제술, 림프절 수술,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30%는 림프부종을 경험하는데요. 때문에 치료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균형 잡힌 식습관과 건강관리,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Q. 구체적으로 긍정적인 마음이란.

-긍정적인 마음 가짐이 필요한 이유는 유방암 환자의 대부분이 4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는 갱년기와 겹치는데요. 유방암 환자들은 인생에서 하나만 마주쳐도 괴로운 경험, 폐경과 유방 수술, 여성성 상실과 같은 고충을 한꺼번에 겪습니다. 이때 유방암 환자들은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치료 예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방암 환자들에게 사회적 배려가 정말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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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박경화 교수​/사진=고대안암병원 제공

Q. 안젤리나 졸리가 받은 예방적 절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환자에게 BRCA 변이(유방암 유전자)가 있고, 본인이 수용할 의지가 있다면 절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원하는 환자가 적고, 의사의 인식도 낮아서 권장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진료했던 한 환자가 유전적으로 유방암 위험이 큰 것을 알았지만, 결혼도 하지 않은 20대 여성이어서 예방적 절제를 권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결국 그 환자가 2년 뒤에 유방암이 생겨 병원을 찾아서 정말 후회스러웠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환자에게 BRCA 변이가 있다고 판단되면, 일단 의료진의 입장에서 권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유방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방암은 ‘나을 수 있는 암’입니다. 암에 걸렸다고 절망하는 대신 지금까지 자신의 생활습관을 돌아보고 완전히 바꾸는 계기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유방암을 충분히 완치할 수 있다고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완전히 치료하려면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당한 운동, 적당한 칼로리, 자기관리가 중요합니다. 암을 인터넷에 알려진 정보를 기반으로 혼자서 해결하기 보다는 자신의 식단과 삶을 돌아보고 의료진의 치료를 믿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유방암은 치료 기간이 길기 때문에 치료제를 먹지 않는 등 환자들이 쉽게 지치는데요. 재발해서 다시 오는 환자를 보면 치료제를 챙겨 먹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호르몬 치료를 시작할 때, 항암 치료와 같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치료이니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해 드리고 싶습니다.

조기 유방암은 나을 수 있는 암입니다. 재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환자들께서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지고 의료진이 권하는 표준 치료를 잘 따라오면 유방암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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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박경화 교수​/사진=고대안암병원 제공

박경화 교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유방암, 부인암, 비뇨기암을 전문분야로 진료하고 있으며, 유전성암 유전상담을 통해 환자 개인별 맞춤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전략 프로젝트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에서 임상시험 코디네이팅센터장으로 활동하며,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다수의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미국 암 연구학회 회원, 유럽종양내과학회 회원, 대한 항암요법 연구회 교육위원장, 대한 암학회 학술위원 등으로 활약하며 국내외 왕성한 학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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