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가 진료 중 환자를 강간하는 등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을 받았어도 의료면허가 박탈되지 않아 다시 환자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는 마취된 상태로 저항할 수 없거나, 자신이 성범죄를 당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수술실 등 의료현장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은 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진료 중 성범죄로 행정처분 받은 의료인 현황’을 분석하고, 성범죄 의료인들이 징역형 등을 받았지만 면허박탈은 0건이라고 밝혔다.
2015~2018년 사이 진료 중 성범죄로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인은 매년 1명씩이었으며 모두 의사였다.
각각 사례를 살펴보면, 2018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은 의사는 대장내시경을 받으러 온 환자에게 수면유도제를 투여하고 항거불능 상태인 환자를 상대로 강간했다. 2017년 창원지방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한의사는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치료 목적이라며 입고 온 트레이닝복을 치마로 갈아입게 한 뒤 간음을 저질렀다. 2016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 받은 성형외과 의사는 2개월간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 3명을 상대로 준 강간을 저질렀다.
이 같은 성범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의료면허를 박탈 당하지 않고 그대로 소지하고 있다. 자격정지 기간인 최대 1년이 지나면 다시 의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김순례 의원은 “의료현장 특성상 피해자는 의식이 없거나 항거불능인 상태가 많아 실제 범죄 발생 여부를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순례 의원은 “성범죄 의료인의 의료면허를 박탈하는 등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의료행위에 대한 국민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수술실 CCTV 설치가 근본적 해답”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은 성범죄 의료인의 면허를 연방의사법에 따라 주 관할관청의 결정으로 취소 또는 정지하고 있다. 독일 형범에서도 성범죄 의료인에 대한 법원의 직업금지명령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직업 관련 면허에 대한 제재를 각 주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미네소타주 등에서 중죄 수준의 형사상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면허를 자동적으로 취소하고 있다.
